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14.31
저자

이경

1984년강릉에서태어났다.서울대국문과에서현대소설을공부하고신소설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2022년문윤성SF문학상중단편부문에〈한밤중거실한복판에알렉산더스카스가드가나타난건에대하여〉로가작을수상하며데뷔하였다.

목차

한밤중거실한복판에알렉산더스카스가드가나타난건에대하여
오늘밤황새가당신을찾아갑니다
비트겐슈타인의이름으로
만물의앎에는참으로끝이없다
보편적인내엉덩이
채팅GPT의신들

해설삶은찰나의꿈,꿈은영원의흔적(심완선)|작가의말|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로봇은인간마음을이해하지못해.
인간도로봇마음을알수없고.”

인공지능과사람,서로닮아서더욱낯선당신
우당탕함께하면서천천히나아가는우리

“익숙한현실과낯선미래가원래하나였던것처럼맞붙어있어이상하고도새로운세계가펼쳐진다.”-김초엽(소설가)

“의연함과비참함,일상과영원을오가는이들이여기에있다.”-심완선(SF평론가)

“돌봄노동의기계화에대한거대한농담.”-안서현(문학평론가)

신인답지않은탄탄한문장력과유머를겸비한가독성으로독자를이야기에빨아들이는SF소설가이경의첫소설집《오늘밤황새가당신을찾아갑니다》.인공지능을테마로하여스스로생각할줄아는기계에새로이부여될정체성과가능성,인간과맺어갈관계를상상하는이야기하는여섯편이묶였다.

외계인,로봇,인공지능처럼SF의전통이공들여구축해온대표적인비인간형상들이있잖아요.저는그중에서도로봇,인공지능을정말좋아합니다.인간이만든이야기안에존재하는인공물이기에,우린그들에게계속인간성을의탁하고싶어하는것같아요.반대로지금아직은없는인간성을찾거나발명하려하는것일수도있고요.(이경작가인터뷰)

사람과사물그사이어딘가에존재하는이들을통해작가는인간과인간성의개념에대해묻고‘비슷함을공유하는느슨한공동체’에서나누어질우정을그려간다.

아기가밤새울어도고통스럽지않고
아무리고된간병도너끈히해내는당신들

아기의울음소리를쉬지않고서너시간들어도괜찮답니다.아기가울음을그치고편안해질수있도록모든가능한사항을확인하고수정하고변경하고적용하고다시확인하고다음으로,다음으로,그다음으로넘어가도록프로그래밍되어있으니까요.(〈오늘밤황새가당신을찾아갑니다〉,p.100)

이경은인공지능이채워갈앞으로의미래중에서도특히돌봄노동에기여할인공지능로봇에주목한다.반복되고지저분하고오래기다리거나혹은급히해결해야하는그모든노동을수행하면서도전혀힘들어하지않는존재들이바로이들이다.인상적인점은이러한인공지능들이‘돌보는사람’또한돌보는기능또한가지고있다는것이다.육아에고달파하는부모에게는친절한말동무가되어무료함을쫓고지친마음을달래주며,아이를재우는동안음악이나영상을틀어주기도한다.통증에지친환자의짜증을받아내다가혼자복도에나와한숨짓는인간동료에게오늘의기분을물어봐주는이또한로봇이다.

작가는인공지능이완전히돌봄을대체하고인간이노동에서해방되는유토피아를그리지않는다.분유의정량은알려주어도젖병은직접타야하고,간병인과간병로봇이교대하는정도로대체로로봇은보조적노동을수행한다.이는이소설들의배경이근미래이기때문이기도할것이나돌봄노동에관한우리사회의인식에관한문제를제기하는의도또한엿볼수있다.혼자아이와장거리이동을해야하는절박한상황에서인공지능로봇이탑재된프리미엄차량서비스를이용하는이야기를담은표제작〈오늘밤황새가당신을찾아갑니다〉의혜인.복직한뒤첫회의를앞두고급하게남해의친정에아이를맡겨야해서어쩔수없이이서비스를알아보면서도그녀의머릿속에는“엄마가뭐하느라정신빼놓고그런데다자식을내돌리느냐는비난”(p.64)이메아리친다.안서현은이에대해“돌봄의가치에대한사유와합의의진전없이는돌봄또는‘돌봄의돌봄’의기계화를한다하더라도그것이돌봄의현실을크게바꾸지못할것”이라고지적한다.이렇게이경소설의인공지능들은누군가를돌보는사람들을무대한가운데로초대한다.

“눈치”와“알아서적당히잘”을딥-러닝하며
관계를맺고사람과사물사이어딘가에존재하는당신들

간병로봇의인공인격이란게인간을인간답게돌보기위해인간의일과행동을다모방해서된건데구공일씨가인간이아님뭐예요?(…)똑같은일이에요.노동이존재를규정한다고하잖아요!그렇게보면이방에서나랑제일똑같은종족은구공일씨예요.(〈비트겐슈타인의이름으로〉,p.135)

인간이지겨워하고어려워하는일도묵묵히너끈하게해내는사물과같은존재이지만주위사람들을통해인간을알아가는과정을겪는이들이바로이경소설속인공지능로봇들이다.존엄사를다루면서도지난한윤리논쟁을비껴가며로봇의법정대리인이자친족으로서의자격을화두로올리는〈비트겐슈타인의이름으로〉에는환자의존엄사의지를눈치껏“100프로”라고정정해말하는간병AI로봇IM-901(구공일)이있다.이작품과연작으로이어진〈만물의앎에는끝이없다〉에서구공일의친구로등장하는무형문화연구소의기록보조로봇구금산이관객이너무지루하지않게굿을마무리하는센스또한‘알아서적당히잘’을딥-러닝한결과다.
이과정에서사람과사물의경계는흐려지고서로닮은인간들과로봇들은이어져‘비슷한이들의우정’을나눈다.하여인용문에서처럼명희는구공일이‘인간이아니라’고잘라말하는행정관분노와모멸을느끼며그를변호한다.애초에구공일을존엄사입회인으로지정했던명희가생전에“로봇은인간마음을이해하지못해.인간도로봇마음을알수없고”라말하며선을긋는듯도했지만“그말에얼음처럼찬구석은없었다”(p.131).실은어떤타인이든상대의마음을알수없고,누구나그렇게서로의다름을알아가면서일상과기억을공유하고점차친구이자친족이되어가는것뿐임을알고있기에.

맡겨진몫을다한뒤에도좋아하는일을찾으며
자기만의삶을찾아나아가는우리

“말레우스,당신은400년전파리의대성당을보수하던이의손에들린망치로부터시작된존재라고들었습니다.나는세상에나와파리외방선교회와일한인연으로당신의명성을익히들었어요.1845년부터진행된노트르담대성당복원에서스테인드글라스를담당한주역중하나였다지요.”(〈보편적인내엉덩이〉,p.226)

이경은인간을닮은이로봇들이제게맡겨진소임을다한뒤에어떤삶을향해나아갈것인지도궁금해한다.앞서언급된구공일은간병로봇에서은퇴한뒤강원도에서바리스타로카페‘한가’를열고말그대로한가하게드립커피를내리고매실청을담근다.로봇이존재하는가상의1950년대를배경으로한〈보편적인내엉덩이〉에서는성당을보수하면서자연발생했던기계로봇말레우스가스테인드글라스를직접구워가며자신의창작작업을이어간다.마치윤오영의〈방망이깎던노인〉의SF버전처럼표준화와효율을외치는신세대로봇의가치를거부하며자신만의방식을고집하는그에게서인간과다를바없는신념을발견하게되는것은물론이다.

인간과다른신체조건과출생환경을가졌지만그럼에도인간을똑닮아낸인공지능들은이렇게이경의세계에서인간들과좌충우돌하며관계를맺고자신을발견해가며한보씩전진한다.그렇게나아가는걸음마다명랑과온기가가득한인공지능들과함께이경도독자들을향한첫발을떼었다.

추천사

날카로움을품고명랑하게내달리는이야기들.익숙한현실과낯선미래가원래하나였던것처럼맞붙어이상하고도새로운세계가펼쳐진다.이경은다른존재들과함께살아가는일이‘정말로’어떤것인지보여주려는듯,그존재가아기이든로봇이든,심장소리와숨결과뺨에튀는우유방울하나까지생생한순간으로독자를데려다놓는다.김초엽(소설가)

어떤작가들은육아를겪으면서오히려더욱창조적으로변했다고말했다.자신을잃고다시태어나는일은고통스러울지언정타인을,세계를,더욱넓어진자신을알게되는과정일수있다.의연함과비참함,일상과영원을오가는이들이여기에있다.이경의소설이친근함과아득함을함께말하는방법이다.심완선(SF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