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나

화성과 나

$15.80
Description
“이 행성에서는 지구에서 해결할 수 없던 문제를 가뿐히 초월하기를”

★★ 심채경 천문학자, 윤고은 소설가 추천
★★ 배명훈이 선보이는 국내 최초 화성 이주 연작소설
“‘배명훈 SF’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정소연 소설가), “자신이 무엇을 쓰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SF평론가 심완선), 2020년대 한국 SF의 황금기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인 작가 배명훈이 국내 최초로 화성 이주를 주제로 삼은 연작소설집 《화성과 나》(래빗홀, 2023)를 선보인다. 데뷔 이래 지난 18년간 《타워》 《안녕, 인공존재!》 《미래과거시제》 등 수많은 화제작을 내놓았던 그가 이번에는 붉은 사막 행성을 무대로 새로운 문명 건설을 위해 최선의 제도와 관계를 찾아가는 신인류 화성인에 관한 여섯 편의 연작소설을 묶어냈다. 깻잎 대신 셀러리를 들여온다던 온실 책임자를 우발적으로 살인한 사건, 지구-화성 간 통신 시차로 어려움에 빠지는 원거리 연애, 어느 날 대책 없이 빠져들게 된 간장게장을 향한 향수 등 배명훈 특유의 지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설정들이 돋보이는 이야기들이 담겼다.
가진 것도, 먹을 것도 없는 불모의 땅에서 시작하지만, 기후 위기나 무분별한 개발 등에 속수무책이던 지구에서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행성 단위의 통치제도를 모색하는 신인류. 지구 문명과 힘의 균형을 맞춰가며 번번이 낯선 문제들에 좌절하다가도 “무슨 일을 겪어도 화성인은 반드시 회복”(〈붉은 행성의 방식〉, p. 43)한다는 정신으로 다시 한번 일어서보는 이들이 바로 화성 사람들이다. 더 나아질 내일을 위한 기대를 안고 각자의 양심과 신념으로 매일을 버티며 서로를 돕고 구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도 고향 행성의 오래된 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저자

배명훈

배명훈은서울대학교정치외교학과와같은학교대학원석사를졸업하였고,2005년SF공모전에단편소설〈스마트D〉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타워》《안녕,인공존재!》《총통각하》《예술과중력가속도》《미래과거시제》,장편소설《신의궤도》《은닉》《청혼》《맛집폭격》《첫숨》《고고심령학자》《빙글빙글우주군》《우주섬사비의기묘한탄도학》,에세이《SF작가입니다》등을썼다.

목차

붉은행성의방식
김조안과함께하려면
위대한밥도둑
행성봉쇄령
행성탈출속도
나의사랑레드벨트

작가의말:긴탐사를마치며

출판사 서평

“무슨일을겪어도화성인은반드시회복하거든요”

붉은사막뿐인텅빈행성,
이곳에서인류는새꿈을꾼다

“미래에서온듯한이놀라운작가가
나와동시대를살아가고있다는것은분명행운이다”윤고은(소설가)

“화성의바람에실려오는먼지사이로작고아름다운지구를바라보자”심채경(천문학자)

“과학적상상력과인문학적사유사이의발랄한결합”(문학평론가강동호)을통해지적이면서도유머러스한소설들을선보이며한국SF에서자신의고유영역을구축했다고평가받는소설가배명훈의화성이주에관한연작소설집《화성과나》(래빗홀,2023)가출간되었다.이책은작가가2020년부터2년간대한민국외교부의연구의뢰를받아〈화성의행성정치〉보고서를완성한뒤,학문을넘어문학만이던질수있는질문에도달하고자집필해낸화성이주소설여섯편이묶였다.

저는화성인이되기보다는일단지구인이된것같아요.어느나라,어느도시에살고있다는감각못지않게지구라는행성에살고있다는감각도점점커진게느껴져요.(배명훈작가인터뷰)

〈작가의말:긴탐사를마치고〉에서그의화성문명연구는“정답이아니라질문을도출하는게목표였다”(p.303)라고소회를밝혔듯,이번소설집또한미래를점치기보다는내일을위한유의미한질문들을다양한이야기로던지고자한배명훈의노력이역력하다.기후위기나팬데믹처럼국경을넘어행성전체가해결해야할문제들이표류하고있는지구의오늘과는대비되듯,소설속화성의새문명은국가없는행성정부의통치제도를택하고새로운모험을감행한다.지구문명과의갈등,희소한내부자원,파벌주의와알력다툼등의다양한문제를겪지만그러면서도익숙한국가제도로회귀하지않고대안적문명으로나아가고자하는사람들의눈물나는화성인들의노력은우리의익숙한세계관을깨고‘행성’단위의세계속‘나’를바라볼수있도록한다.

국가가아닌행성의정체감으로살아간다는건뭘까?
차차익혀가는화성의방식,그리고화성인의탄생

다음날아침에사람이죽지않고살아서발견되는것.이행성에서는그게사건이야.여기는차가운지옥이지만우리는매일그사건을일으키고있어.그것도아주많이.공동체의모든자원을다쏟아부어서아침마다일으키는기적이지.(〈붉은행성의방식〉,p.40)

이책의가장앞에놓인〈붉은행성의방식〉은인구2,400의화성초기정착단계에서일어난첫살인사건을다루고있다.지구소속감을유지하고있는온실책임자와화성정착민으로의정체감을가진광물학자간의갈등에서비롯했다는점이그자체로상징성을가지고있지만,그것보다도중요한것은이사건을어떻게해결할것인지다.우주정거장에머물고있던행성관료이자정치인인희나는모래폭풍을뚫고서라도화성에내려가고자한다.익숙한지구의규칙이아닌“화성에서살인사건을처리하는방법을새로개발해야”(p.32)하기때문이다.

이연작의마지막에위치한〈나의사랑레드벨트〉는화성면적의1.3퍼센트가이미거주민정착지로자리잡은단계에서개발제한구역인‘레드벨트’해지를둘러싼이야기를다룬다.다양한의사결정권자가개입하고이권에따른부패도발생하지만,그럼에도화성자체를위한결정을내려야하는행성관리자반음의행보를통해우리가이제까지는상상해보기조차어려웠던‘국가를초월한행성단위의통치’의합리성과가능성에대해가늠해보게되는것이다.

지구와의거리에따라어떤영향을주고받을까?
26개월에한번씩가장가까워지거나가장멀어지는행성들

화성의생활주기는지구와계속어긋난다.어떨때는지구와크게다르지않은가싶다가도보름이면밤낮이완전히바뀌고만다.매일지켜보는사람이아니라면언제연락해야일하느라한창바쁜시간을피할지,혹은한밤중에벨을울리지않을수있는지알기가까다롭다.아니,찾아보면금방알수야있지만,‘찾아보고연락해야지’하고마음먹는순간그연락은다음날로미뤄지고만다.(〈김조안과함께하려면〉)

소설속화성사회는지구에서옮겨온사람들로이루어지며,탐사와개척을목적으로하는인원에서시작해점차평범한이주민들로채워진다.돌아오지못해도상관없다고생각하며떠나야하지만막상화성에닿으면지구와통신시차는짧아도6분,길면40분으로벌어져연락을주고받다가도끊어지기일쑤이다.〈김조안과함께하려면〉과〈행성탈출속도〉에각각등장하는연인들은서로를깊이이해하고사랑하지만,이러한거리의벽앞에서서로소원해짐을겪지않을도리가없다.

정치또한거리에따른변화를겪는다.지구에서인구와물자가유입되지않고도스스로생존이가능한단계가되기전까지는힘의불균형을겪을수밖에없는조건일것은예상가능하다.갑자기집착을떨칠수없는간장게장을위해꽃게도입까지건의하게되는과정을담은〈위대한밥도둑〉에서는화성의정치판을‘컬링’에은유한다.“토착세력이모여서새로날아올돌의권한행사를제한하는장치를하나씩만들어.그것때문에전에는한엔드에4점씩따가던지구팀대표들이점수를조금씩잃는단말이야.(...)그때부터토착세력이1점을가져가는거지.스틸엔드라고하는데,행성정부전략이그거야.모든분야에서역으로1점씩따는거.이게자립의시작이겠지”(pp.113~114).또다른단편〈행성봉쇄령〉은지구-화성간사이클러운항중에근지구궤도동맹의불합리한명령을받게되고미사일격추를감수하고도이에저항할것인지질문한다.머리를싸맨선장과함께고민에빠져들게하는이이야기는행성간정치균형과원칙을묻는다.배명훈은지구세력과힘겨루기하며균형을맞춰나가야할이들이저마다마주하게될문제들을가정하면서도다소엉뚱한사건흐름이나유머러스한인물들을통해그긴장의완급을조절하여몰입감을높인다.

인류가화성에산다고말할수있는건언제부터일까?
문명이완성되기위한조건들,무용의쓸모

인류가화성에산다고말할수있는건언제부터일까?우주비행사몇명이갈때?일군의초기개척자들이배치될때?배명훈의답은아이들과예술가들이있을때다.지구로오가는정기우주선이다니고,부동산개발권을두고갈등이빚어질때,그리고간장게장을먹을수있을때다.심채경(천문학자)

화성에문명이‘완성’되었다고말할수있는시기는언제일까?배명훈은인터뷰에서“정해진목적을해결하는데특화된기술이있는사람이나그런일을하는시간은,그일이해결되고난다음시간보다우월할수없다”고했던아리스토텔레스의말을인용하여설명한다.건설과개척을위한‘인력’이아니라그곳에‘살사람’이충분해야만온전한세계가완성된다는것이다.화성개발이본격적으로이루어지고나면우리세계에불균등하게편재된‘쓸모있는인재’를보내는것이아니라다양한사람이건너가야한다는아이디어다.지속적인이갈등들을묘사하며이미지구에국가주의만큼지독하게스며들어있는서구중심주의와엘리트주의를꼬집는다는점도통쾌하다.

지난3년간의화성의행성정치에매진한끝에연작소설집으로결실을맺은《화성과나》의말미에는먼훗날화성에살면서이책을보게될독자들을위한편지도마련되어있다.결국은현재의절실한모색으로닿게될미래의당신들이기에,여전히지구에서많은전쟁과망가지는계절을경험하고있는우리에게아려오는마음을불러일으키는글이기도하다.우리행성의회복과나아진내일을기원하며오늘우리가할수있는것도생각해볼수있다면좋겠다.

그아득한시간의저편에서하루하루를살아가는당신들에게안부를전한다.부디미래의화성인들이지구의괴물을그대로화성에옮겨놓지않았기를.새로시작한행성의문명은지구에서우리가해결할수없었던문제를가뿐히초월한문명이기를.참된평화와조화로운번영이오래오래당신들과함께하기를!(〈작가의말:긴탐사를마치며〉,p.303)

추천사

한때화성은지구를침공하려는괴생명체의땅인듯했다.그러나이제화성은인류가우주적탐험과개척을통해마침내세대를이어존속하고자하는곳이다.인류가화성에산다고말할수있는건언제부터일까?우주비행사몇명이갈때?일군의초기개척자들이배치될때?배명훈의답은아이들과예술가들이있을때다.지구로오가는정기우주선이다니고,부동산개발권을두고갈등이빚어질때,그리고간장게장을먹을수있을때다.화성도인간의땅이라면,지리멸렬한알력다툼과봄날의새싹같은사랑이움트는곳이라면,그곳에밥도둑을허하라!
_심채경(천문학자)

마치미래에서온것만같은이놀라운작가가나와동시대를살아가고있다는것,그래서그가묶어내는책을바로펼쳐읽을수있다는것,심지어모국어라는맨발로먼저누빌수있다는것은분명행운이다.좋아하는한국작가에대한질문을받으면언제부턴가늘그의이름을떠올렸다.좋아하는지구작가에대한질문을받아도마찬가지일것이다.배명훈의소설을읽으면한사람한사람의삶이모두반짝이는불빛처럼느껴진다.그곳이화성이라고해도다를건없다.화성에서도,화성이어서더,배명훈이믿는언어의가능성은선명해진다.낯선행성구석구석에지구의느린언어를이름으로붙여주는마음,어쩌면그게이매력적인작가가글을쓰는동력아닐까.강인함보다회복력이더절실한세계-화성에서도배명훈의지도제작은계속된다.그의독자로서마침내이책에도달한것이기쁘다.
_윤고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