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 만든 천국

갈아 만든 천국

$16.80
Description
마법이 존재하는 21세기 한국,
재능과 노력이 무시되는 응답 없는 사회의 환상 거울
내 모든 걸 갈아 넣었지만
나는 초대받지 못한 당신들의 천국

“마법이 있는 세계에서도 인간은 결국 이 모양이구나.” (박서련, 소설가)
“흥미진진한 세계관과 서사적 재미, 그리고 그 끝에 남는 씁쓸한 뒷맛.” (이유리, 소설가)

“다른 사람들이 《삼국지》를 읽고 있을 때 나는 〈스타크래프트〉의 이야기를 파헤쳤다.” “나는 세계가 하나가 된 시대에 태어난 밀레니얼이다.” 90년대생들의 이야기를 당사자의 언어와 감각으로 소화해내온 작가, 찌질하고 어두운 인간 면면을 바로 보면서도 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낼 줄 아는 소설가 심너울이 이번에는 마법 세계를 배경으로 사회풍자소설을 선보인다.
소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 한국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이곳에는 마법이 존재한다. 마법 의학으로 사람을 치료할 수도 있고, 프로야구 선수들은 상대 투수가 던질 공이 직구인지 변화구인지를 마력을 겨뤄 미리 알아낼 수도 있다. 마력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서 A급 이상의 강한 능력은 서울 안에서도 몇 명만이 가질 정도로 소수에게만 주어진다. 이 힘의 근원은 척추 속에 든 보랏빛 역장인데 마력이 적은 사람도 이를 이식받으면 힘이 증강되기에 이 역장을 몰래 사고파는 암시장이 성행한다.
자기 힘의 근원을 누가 팔까 싶지만 절박하면 장기도 떼어내는 세상이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이들은 부유한 이들에게 푼돈에 불과한 금액을 받고 수술대에 오른다. 평범한 사람들은 도시에서 살아남고 꿈을 이루고자 영혼까지 끌어서 자신을 갈아 넣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돈을 위해 자신의 존엄마저 헐값에 넘겨야 하는 현실. 《갈아 만든 천국》은 이러한 천박한 사회의 민낯을 가장 환상적인 방식으로 가장 리얼하게 반영한다.

저자

심너울

저자:심너울

2018년서교예술실험센터‘같이,가치’프로젝트에서단편소설〈정적〉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땡스갓,잇츠프라이데이》《나는절대저렇게추하게늙지말아야지》《꿈만꾸는게더나았어요》,중편소설《이런,우리엄마가우주선을유괴했어요》,장편소설《우리가오르지못할방주》,산문집《오늘은또무슨헛소리를써볼까》가있다.

〈세상을끝내는데필요한점프의횟수〉로2019년SF어워드중단편부문대상과부산국제영화제아시안필름마켓토리코믹스어워드를수상했다.

목차

허무한매혈기
내게주어져마땅한힘
더나은세상을위해서라면
가족을찾아서
핏빛귀환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저는날개를달고태어난우물안의개구리였어요”

현실보다더리얼한판타지
심너울의21세기마법사회풍속도

인간본성은수천년전이나수천년후나비슷할거라고생각해요.과학기술의발전과상관없이,인간을개조하지않는이상그본성은그대로있을거라고요.그걸좀포착해보고싶다는생각을해요.추잡해보일수도있겠지만,누군가는추잡한본성을가지고대단한일을하기도하고요.누군가는변하기도하죠.그런이야기를쓰고싶어요.(심너울작가인터뷰,〈이상하고아름다운나라로당신을데려갈게요〉)

《땡스갓,잇츠프라이데이》《나는절대저렇게추하게늙지말아야지》등을선보이며MZ세대의대표소설가중한명이자한국SF의새물결을일으킨작가심너울의신작장편소설《갈아만든천국》(래빗홀,2024)이출간되었다.2019년한국SF어워드대상을수상하며“SF팬들이가장좋아할만한작품”,“미시적인동시대성과규모큰SF테마를한데버무린‘판교소설’로서특유의풍미가일품”,“마법과구분되지않는과학이손안의도구인동시대의한국을배경으로이런이야기를자아낼수있었다는점이놀랍다”는평을받았던그는같은해부산국제영화제토리코믹스어워드를수상하고시나리오작업또한병행해왔다.

작가가첫장편《우리가오르지못할방주》에서은폐된노예노동없이는지속이불가능한현대사회를신격화된잉태인과도구화된배양인의구도로풀어냈다면,두번째장편인이책에서도같은문제에천착하여자본화된마법사회라는환상소설의렌즈를통해끝내가닿을수없는상승과성공을미끼로끝없는희생을요구받는평범한사람들의고통과좌절에주목한다.21세기한국에마법이존재한다면,이라는상상에서시작된이이야기는우리사회의가장현실적인문제들을다루며가장기본적으로지켜져야할인간된권리마저쉽게지워버리는피라미드감옥에서벗어나고싶은모든사람의마음을움직인다.

A급마법사든지독한연습벌레든금수저가다이기는데
더나은내일을위해영혼까지갈아넣으라고?

평생아무것도못이룰새끼.20대가끝나기직전에뭐라도해보나싶었지만,결국끝까지거품뿐인새끼.먹튀.먹튀.그게임현채의삶을설명하는칭호가될터였다.아니,사람들이임현채라는선수가있었다는사실을기억하기나할지그는의심스러웠다.역장을이식받기전까지는,그래도임현채는자기가잊힐거라는사실을받아들일준비가돼있었다.하지만,지금이순간,그는인생의전성기를맞을생각에들떠있었다.이제임현채는그끔찍한미래를결코받아들일수가없었다.(〈내게주어져마땅한힘〉,p.138)

총5부로구성되어있는이소설은‘무한’‘현채’‘지현’‘혜정’그리고다시‘무한’으로초점인물이바뀌며하나의추출된역장이여러인물에게옮겨가며벌어지는다양한사건을다룬다.

경상남도창원변두리에서횟집을운영하는평범한부모밑에서A급마력을갖고태어난‘무한’은“부모대에서발현되지않은마법적성질을담고있는유전자가허무한에게서합쳐져이러한현상이나타났다”고밖에설명될수없는,태생부터남다른인물이다.집안의자원을쏟아부어사교육을받고여기에본인의능력을더해모두가선망하는S대학교응용마법학과에입학한다.그러나학과에는마력보다도해외연수와문화적소양등자신은경험해보지못한다른조건들을겸비한동기들이많다는사실을깨닫게상류문화에뼈저린열등감을느낀다.“21세기대한민국의귀족”이라불리는동기서지현에게대책없이빠져들게된그가자기힘의근원을팔아서라도큰돈을벌겠다는생각으로수술대에오르면서마력중에서도특별히강한그의역장이추출되어긴여정을시작한다.

수록된다섯파트중〈허무한매혈기〉,〈내게주어져마땅한힘〉,〈가족을찾아서〉는교보문고플랫폼‘창작의날씨’에2023년2월부터약3개월간연작소설형태로연재되었고,〈핏빛귀환〉의일부도에필로그형식으로소개되었다.이후이야기사이의연결고리가더강화되고서지현의성장과변화의서사로주체적인여성인물들의활약이도드라지면서하나의완성된이야기로재탄생한것이이소설이다.

《갈아만든천국》은날카로운유머와안타까운로맨스,긴장감넘치는스릴까지겸비해읽기시작하면어느새마지막책장에도착하게하는마법같은흡입력을가진동시에,모두를제치고날아오르려버둥거리지만늘멀리못가천장에부딪히고말았던모든이에게가혹한새장을깨고나오는법에관해생각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