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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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이삭

저자:김이삭
평범한시민이자번역가,그리고소설가.2019년앤솔러지《감겨진눈아래에》에단편소설〈애귀〉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한성부,달밝은밤에》와《감찰무녀전》,자전적에세이《북한이주민과함께삽니다》가있다.홍콩영화와중국드라마,대만가수를덕질하다덕업일치를위해대학에진학했으며서강대에서중국문화와신문방송을,같은학교대학원에서중국희곡을전공했다.

목차

성주단지
야자중××금지
낭인전
풀각시
교우촌

해설│변두리에서,안과바깥을이으며이수현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여자가벽을부순순간,괴담의규칙은깨진다”

괴담밖으로전진하는여자들의이야기
추방된이들을위한호러김이삭첫소설집

무서운괴물을피해서도망만치던여자주인공이어느순간도끼를들고괴물을공격하잖아요.극한의공포에사로잡히면두려움이다른감정이되거든요.분노가되는거죠.저도그랬던것같아요.더는걔가무섭지않았어요._〈성주단지〉

한국호러문학장의주목받는신인김이삭이첫소설집《천지신명은여자의말을듣지않지》를펴낸다.제목에서알수있듯,다섯편의수록작은모두여성을주인공으로한다.각주인공은여성을향한폭력과혐오의대상이되어고통받다가기이한이야기의한가운데에놓인다.다만이들은남성의도움을구하는공포영화의여성주인공들과거리가멀며,끔찍하게훼손된신체로남지도않는다.작품속주인공들은자신들을피해자혹은괴기스러운타자로규정하는이들에게반격하며새로운서사를만들어간다.

맨앞에놓인단편〈성주단지〉는교제폭력피해자를주인공으로내세운다.다만,그가피해상황에서느끼는불안과공포를극대화해재미를찾는대신,주인공이옛기담에서용기를얻어가해자에게맞서겠다고결심하는데에서호러의새로운가능성을발견한다.〈낭인전〉의‘옹녀’는여러번상부(喪夫)했다는이유로살던동네에서쫓겨나지만,원작인《변강쇠가》에서처럼끔찍한최후가아닌,새로운목적지로나아간다.〈풀각시〉의주인공은자신을괴롭히던양반가아들에게살을날린다.여성이자아이라는이중의마이너리티를가진〈야자중××금지〉와〈교우촌〉의주인공들은세계의이면을알게되지만낙오된자들을저버리고자신의생존에안도하는데에서그치지않고,쫓겨난사람을인지하고,그사람이규칙을부수고돌아오기를바란다.김이삭은이렇게호러장르의클리셰속에서,여성·소수자주인공들로하여금어떤결단을내리게하여괴담의법칙을깨뜨리고,새로운서사의물꼬를튼다.장르적재미와미학을모두갖춘김이삭의작품세계는이렇게여성·소수자서사와호러의공존가능성을탐색한다.

“저안미쳤다니까요?”
통쾌하게터져나오는괴력난신의말들

이책을다읽었을때우리는위태로운현실로돌아온찜찜함이아니라,제자리를찾은듯한충족감을느낄수있다._이수현(소설가,번역가)

〈성주단지〉는“선생님도제가미쳤다고생각하시죠?”(p.9)라는화자의항변으로시작된다.화자는고택에서한기이한체험을‘선생님’으로지칭되는청자에게이야기한다.이때이‘선생님’은의사혹은상담사이자남성으로추정되며,화자의체험담을좀처럼귀담아듣지않는다.〈낭인전〉의주인공옹녀도비슷한상황이다.여섯남편을잃고동네밖으로쫓겨난옹녀는이미천지신명이외면한존재다.이때옹녀의사연을묻고그녀를돕는것은마찬가지로세계밖을떠도는비정상의존재,늑대인간강쇠다.〈야자중××금지〉의아영,정원,예원역시세계바깥의존재인소녀에게서도움을받는다.외부의시선을피해삶을터전을마련한〈풀각시〉의서율과〈교우촌〉의아가다를돕는이역시세계에서밀려난비정상의존재다.

이처럼김이삭의작품속인물들은처음부터발언권을박탈당했거나,말을늘어놓을지언정‘선생님’으로대표되는논리정연한세계에닿지못한다.한마디로,천지신명은이들의말을듣지않는다.그리하여이들은천지신명대신괴력난신에게말을건다.귀신,괴물등“논리적으로는말이되지않는괴이한힘을지닌”(‘작가의말’,p.293)괴력난신은세계에서밀려난존재들이의지할수있는‘비정상’의신이다.이소설을추천한조예은소설가는“우리가괴력난신을읽고쓰는이유가다름아닌해방감에있다고생각한다”라고말한이유도여기에있을것이다.소외된목소리들이저마다의이야기를시작할때,괴력난신의통해이들이힘을얻을때,우리는이때껏몰랐던이야기를경험할수있을것이다.

가장한국적인소재로만든전복적기담들
한국사회를들여다보는호러확대경

《천지신명은여자의말을듣지않지》의또한가지매력은가장한국적인소재의재발견일것이다.한국의민속신앙과세시풍속을소재로삼은〈성주단지〉와〈풀각시〉는물론이요,판소리‘변강쇠가’를SF호러물로다시쓴〈낭인전〉,한국에서학창시절을보냈다면누구나하나쯤들어본학교괴담을소재로하는〈야자중××금지〉,조선후기천주교박해의역사를배경으로하는〈교우촌〉이모두그렇다.김이삭은이렇듯한국의과거와현재,역사적사실와구전되는민담을넘나들며풍부한레퍼런스를바탕으로흥미진진한서사를구현한다.유려한묘사로그려지는고택의풍경(〈풀각시〉)이나,괴담과학칙이공존하는학교의모습(〈야자중××금지〉)은그자체로장르적재미를더하는이소설집의묘미다.더욱눈여겨볼점은김이삭이단지한국적인소재만을차용하여한국의독자들과공감대를형성하거나작품분위기를조성하기만하는것이아니라,각소재와호러의적확한연결점을찾아낸다는점이다.

〈낭인전〉과〈풀각시〉는과거로부터전해지는여성혐오의역사를들춰내는동시에,강인한여성인물이이러한악습을돌파해가는모습을통해기존호러서사의문법을뒤집는다.〈야자중××금지〉는학교와괴담이어째서어울리는조합으로평가받는지,학교가청소년들을어떻게길들여왔는지를정확히짚어내는동시에,북한이주민2세대청소년의눈에비친학교의모습을그려낸다.〈교우촌〉은조선시대의천주교교인들의삶을호러라는장르로조명하며고통받던민중의삶을조명한다.〈성주단지〉는데이트폭력피해여성을통해한국의민속신앙의가치를재발견한다.이렇게호러문학장의새로운얼굴김이삭은한국사회의맹점들을정확히건드리며자신의세계를확장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