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길 잘했어

좋아하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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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원우

저자:김원우
2022년《크리스마스인터내셔널》로제2회문윤성SF문학상장편부문대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문학이세상을바꿀수있는가를고민하면서자신이그증거라고믿고계속쓴다.

목차

당기는빛
내부유령
좋아하길잘했어

미주|참고문헌|[해설]사랑한것을후회하더라도·심완선|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내가어디로가는게아니라,
내가있는곳으로세계를끌어당기는거야”

시간여행,초능력소녀,동네에나타난외계인
우리가바라는미래를오늘로불러올유쾌발랄SF

“현실과상상을기발한순환구조로꿰어낸이야기.”김목인(싱어송라이터,작가)
“가장두려운것이역설적이게도공포를극복하는길을가리킨다.”심완선(SF비평가)

“인류를되돌아보게하는냉소적이지만온기를잃지않는시선”(김초엽소설가)이라는평을받으며2022년문윤성SF문학상장편부문에《크리스마스인터내셔널》로대상을수상한김원우작가의첫소설집《좋아하길잘했어》가출간되었다.세편의중편소설은각각타임슬립,초능력,외계인이라는전통적인SF소재를다루면서도,공통적으로세계의부조리와폭력에유쾌하게맞서는작고용감한반항아들의이야기를담아낸다.브라운관텔레비전과체게바라티셔츠,숟가락초능력유행등추억속소재들을경유하는동시에노동과생태,동물권등오늘의가장첨예한현장과도맞닿아더욱반갑게느껴진다.

이캄캄한밤에우리는그별빛을좌표삼아다시걸음을내디딘다.미래를향해발맞추어나아간다.앞으로,앞으로.우리가걷는미래는1400억년후의미래까지는아니겠지만,그저손에잡힐듯가까운미래,어깨를1분동안톡톡두드려늘어난팔을쭉뻗으면닿을정도의미래일지라도.(〈좋아하길잘했어〉,p.284)

“서로전혀다른세가지이야기지만사실모두한방향을향하고있는것같기도하다”고〈작가의말〉에서밝히듯,수록작들은모두좌충우돌하면서도끝내자기삶의방향을찾고조금씩앞으로나아가는서툴고사랑스러운인물들의걸음을담아낸다.얼렁뚱땅어른이되어생활인으로지내게된우리에게이제지키고싶은신념이나이루고싶은이상은마치먼별과같아서닿으려는시도자체가헛되게느껴지곤한다.하지만시시포스처럼계속되는실패를예감하면서도,시류에영합할줄모르고저항을멈추지않는많은돈키호테와로시난테가그의소설속에서서로눈맞추며요란하지않은우정으로와글거린다.

가장현실적인초현실과의만남

“미래씨.우리는실패했어요.”
그리고실패를반복할것이다.그래서그실패를끝이아닌과정으로만들것이다.나는전화를끊었다.두통은사라졌다.멀리서시작된함성이이내거리를휩쓸었고바라는미래를현재로끌어당기는걸음들이이어졌다.(〈당기는빛〉,p.86)
옳고필요한일을하면서도언제나소수인사람들이있었다.나는살면서처음으로혼자가아니라는느낌이들었고늦은새벽까지모니터앞을떠나지못했다.(〈내부유령〉,p.141)

“네가갑자기뭐라도씐것처럼말을쏟아내기시작하는거야.생존에적합한개체만살아남고나머지는죽어버린다니너무하지않냐고.선택하지도않았고선택할수도없는특성때문에생존에불이익을받는건너무불공평하다고.”(〈좋아하길잘했어〉,p.258)

수록작속‘나’들은평범하게살아가다가문득낯선상황에걸려넘어진다.천재과학자안미래가발명한타임머신을통해미래의기억을얻게된나(〈당기는빛〉),연구소에감금된초능력소녀를구하기위해정체모를조직에서파견된나(〈내부유령〉),개의사랑만이우주의무한팽창과소멸을막을수있다고하여정든반려견복실이를보내야하는나(〈좋아하길잘했어〉)는모두옳은선택,자신만의길을찾아분투한다.이렇게스리슬쩍초현실이껴든상황을읽다보면‘어,그럴리가없는데,말도안되는데’하며작품속‘나’들처럼한껏경계하게되지만,이어지는전개가의뭉스러우리만치자연스러운데다가현실사회문제들도함께다루어지기에논픽션보다더한리얼리티를느끼며이야기에몰입하게된다.

전진하는이야기,나아가는세계

김원우는하나의이야기를세가지형태로썼다.혹은세가지이야기로하나의거대한줄기를구성했다.의도적이었든아니든,세편의수록작은유기적으로이어진다.(심완선해설,p.290)

타임머신이나오고초능력을쓰고개가세상을구하는,서로전혀다른세가지이야기지만사실모두한방향을향하고있는것같기도하다.그방향이란바로‘앞’이며이때‘앞’의반대말은‘뒤’가아닌‘안[內]’이다.(〈작가의말〉,p.315)

아직오지않았다는뜻의‘미래(未來)’는그자체로미지에대한원초적두려움을자극한다.섬세하고사려깊은김원우의인물들은,그만큼이투박하고무감한세계에서더나아질미래를기대하기어렵다.어쩌면세계와단절하고내면으로파고들수도있었겠지만,이들은용감했고앞으로나아간다.맞다고생각하는방향으로.오길바라는내일을오늘로끌어당기기위해.이들에게는오랜친구든방금지나친인물이든혹은생면부지이든함께나아감을감각할수있는사람들과의느슨하고편안한우정이있기때문이다.전작에서신나게〈인터내셔널가〉를부르던친구들처럼이책에서도어떤인물이든외롭지않다.소박한온기들로이어진세편의중편을통해읽는이도좀더나아질세계를향해조금씩전진하는동행인들의존재를체감하게된다.

울수도물수도없는세상에서달콤하게저항하기

“나에게SF는'세상에당연한일이란없다'라는사실을알려준다.보이는것보다복잡하고당연한게언제든뒤집힐수있다는걸알려준다.지금세상이SF가힘을가져야만하도록돌아가는것같다.한국SF가잘하는점이기도하다.절망적인현실에맞서싸우는게SF소설이라고생각한다.(김원우인터뷰중에서)
“우리는작은협박들에굴복하지않는것에서부터저항을시작할수있어.물론그건같은방식은아닐거야.그건총이아니고달콤한무엇일수도있어.웃긴뭔가라거나.”(〈작가의말〉,p.326)

1990년대를지나오며거대한저항을잃어버린듯했지만,2020년대의중반으로향하는지금도비극과참사는멀지않고여전히잘못된일들에맞서싸우는사람들이존재한다.이책의마지막에실린〈작가의말〉은김원우의작가적입장을드러내는동시에전쟁의한복판을건너는시절의예술이보여줄수있는가능성을질문하는픽션적에세이다.그의소설은대체로유머러스하고예측할수없는전개로읽는즐거움을선사하지만,이로써망가져버린세계의우스꽝스러운민낯을여지없이들춰내보인다.

“동네에서일어날법한일에양자얽힘과우주팽창까지등장하지만엉뚱하기는커녕묘한위안을안겨준다”라는싱어송라이터김목인의추천평처럼일상에지친평범한인물들이초현실적사건을마주하면서누구보다진지하게최선을찾아가는여정을따라가다보면묘한위로와용기를얻게된다.미래는두렵고세상은나아질기미가없는데,무언가를좋아하게되면언젠가는잃게되는삶의무거운필연을다루지만,이책을덮으며당신도이렇게말할수있길빌어본다.“좋아하길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