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성악가와음치합창단이빚어내는환상의하모니
웃음과감동을다잡은철학적우화
한때세계적인성악가로이름을날리던수탉‘카실도’.과거의영광은사라진지오래고,이제여섯달째밀린집세를걱정하는신세다.그러던어느날,노래선생님자리를제안받은카실도는촉망받는제자를가르칠기대에한껏부푼다.하지만카실도를고용한건노래는커녕음하나를제대로못부르는타고난음치,바로거북이들이다.
작가는기발한설정과뭉클한메시지로어린이와어른모두를끌어당기는철학적우화를선보인다.집세를밀린탓에이를악물고음치를가르치는카실도와이런선생의마음은조금도모른채노래경연대회1등을하겠다는거북이가자아내는엇박자하모니가독자들을포복절도하게만든다.
대체거북이들은얼마나노래를못부를까.카실도는‘귓속에포크를집어넣고힘껏돌린것같은아픔이전해진다’고전한다.이밖에도너무나실감나는표현에독자들은귀를막고책을읽을지모른다.하지만거북이들은우승을자신한다.장난을치는것도,거만해서도아니다.거북이들은낙천적인태도로모든일을긍정할뿐이다.반면카실도는거북이들의지나친긍정과희망이버겁고,여기서파생되는친절과즐거움이성가시다.가장절박할때일자리를준건고맙지만,원치않는깜짝생일파티와병문안까지견뎌야하는이다정한침입자에게자꾸화가난다.
게다가해고가될까,상대가마음이다칠까차마진실을말할수도없다!이작품이빚어내는웃음과감동은바로여기에서나온다.‘인생은멀리서보면희극,가까이에서보면비극’이라는찰리채플린의말처럼카실도와거북이들의비극을한걸음떨어져지켜보는독자들에게이보다더재밌고감동적인희극은없을것이다.
삶의모든순간을즐겨라,거북이가되어라!
한번의실수로노래를접은과거가있는카실도는한번어그러진거북이들과의관계역시결코회복할수없으리라단정한다.용기가없어차마사과도전하지못한카실도에게이번에도먼저손을내민건거북이들이다.
“화를내서뭐하게요?제이웃중에평생을화를내며산까마귀가있어요.왜그랬는줄아세요?어렸을때겪은사소한일때문이래요.카실도선생님,아주오래전일때문에평생을세상에화풀이하며살아가는게의미있다고생각하세요?분명아니겠죠?”-본문에서
거북이들의관용에감동한카실도는자신을되돌아본다.교만하고무뚝뚝했던전성기시절,실수를자책하며세상에화풀이하던지난날,선의를베푼거북이들에게모진말을쏟아낸최근까지를.과거에사로잡혀살아가던카실도가현재에눈뜨게되는순간이다.통찰력있는거북이의말이묵직한감동으로다가온다.세상을많이보고오래겪은거북이들의내공은많이읽고오래읽을수록지혜가쌓인다는점에서독서의미덕을떠올리게도한다.
독자들은이책을읽으며“내심거북이들이노래를잘하게되고,결국대회에서우승하는마법같은일을기대했다.”는옮긴이와같은생각을했을지모른다.하지만작가가보여주고싶었던건눈부신성과보다과정을즐기는모습은아니었을까.이책의원제가《SETORTUGA(거북이가되어라)》인이유이기도하겠다.카실도는삶의모든순간을즐기는거북이가될수있을까.이들의여정을끝까지따라가보자.
때론기쁘고,때론괴로운인생의고락을
눅진하게녹여낸예술적그림
표지부터단연돋보이는《자신만만한음치거북이들》의그림은‘2024한국에서가장즐거운책(《오리는책만보고》)’으로선정된그림책작가이은경이맡았다.무대에서치명적인실수를한뒤옴짝달싹하지못하는카실도의난감하고절망적인상황이고스란히전해지는그림이다.카실도의행복했던어린시절부터희망과환희,실망과고단함,분노와후회,화해와감동의순간에이르기까지변덕스러운삶의면면이선명한색감으로아름답게표현됐다.
줄거리
왕년의스타성악가‘카실도’는무대에서치명적인실수를한뒤노래를접었다.오랜실직으로생활은궁핍해지고,어느덧집세가여섯달째밀리는지경에이르렀다.결국카실도는돈을벌기위해은퇴한거북이합창단‘원더풀’에게노래를가르친다.타고나길음치인거북이들은노래경연대회1등을목표로연습에매진하는데노래를잘하게될가망은전혀없다.그런데도어찌나낙천적이고자신만만한지,거북이들은포기하지않는다.
당연히거북이들의노래실력은날이가도제자리다.게다가지나치게다정하고즐거운태도로카실도의일상에개입하며카실도를분노케한다.집세만해결되면일을관둘생각으로이를악물고노래수업을이어가는카실도는번번이기회를놓치고하는데…….과연카실도는이눈물겨운밥벌이를그만둘수있을까.그리고원더풀은대회에참가해바라던1등을할수있을까.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