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기름

피와 기름

$18.00
Description
“만약 네가 세상을 끝장낼 수 있으면, 그러고 싶으냐?”
2022년 장편소설 《다이브》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문윤성SF문학상 대상,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하고, 르포와 평론으로도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한국 문단의 주목받는 신예 단요가 새 장편소설 《피와 기름》(래빗홀, 2024)을 출간했다. 전작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에서부터 집요하게 천착해온 세계 윤리에 대한 고민을 신학적 관점에서 펼쳐 보인, 그의 첫 신학 스릴러다.
주인공 ‘우혁’은 청년기 대부분을 도박으로 탕진한 도박중독자로, 스스로도 “정신머리가 없”(p. 259)다고 평하는 인물이다. 다만 그의 방황에는 중학생 시절의 임사 체험이 자리하고 있는데, 계곡에 빠진 우혁을 구해내 신비한 힘으로 치유해주었던 ‘소년’과의 기억이 바로 그것이다. 이 경험으로 인해 중학생 우혁은 평범한 삶 너머를 엿보았고, 이후로는 일상을 초과하는 스릴과 자극을 좇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겨우 마음을 잡고 제대로 살아보려는 서른넷의 우혁 앞에 소년이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 다시 나타나 도움을 청한다. 곧 우혁은 소년이 과거 사이비 종교 ‘새천년파’의 교주 행세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년은 1999년 12월 31일을 세계의 종말로 예언하여, 서른두 명의 새천년파 신도를 집단 자살로 이끌었던 소년 교주 ‘이도유’였던 것이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아직도 소년이 이 세계에 종말을 불러올 수 있는 재림 예수라고 믿으며 그를 추적 중이다. 신비한 치유 능력을 가진, 스무 해 가까이 변치 않는 소년의 외양을 하고 있는 이도유. 그는 정말 재림 예수일까? 세계에는 종말이 닥칠까? 우혁은 또 한 번 일상 밖으로 탈주하여 세계를 구하거나 멸망시킬 여정에 들어선다.
저자

단요

저자:단요
2022년부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다이브》《마녀가되는주문》《인버스》《개의설계사》《세계는이렇게바뀐다》《목소리의증명》,중편소설《케이크손》《담장너머버베나》,소설집《한개의머리가있는방》,르포《수능해킹》(공저)이있다.2023년문윤성SF문학상과박지리문학상을수상했다.2024년문학동네신인상평론부문에당선되었다.

목차


1.탕아
2.바알을섬긴죄
3.이미그리고아직
4.모상(模像)
5.믿음,소망,사랑
6.많은사람의죄
7.제네시스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문윤성SF문학상대상,박지리문학상수상작가
예측할수없는이야기꾼단요신작장편소설

“진짜재능을만나게되면그앞에선그저입을다물고경탄할수밖에없다.
달리뭘할수있겠는가?단요의소설은압도적이다.”_문지혁(소설가)

“도전적이고논쟁적이며대담하다”

쓰나미처럼몰아치는사건과플롯
180마력으로돌격하는단요표신학스릴러

새천년파는그들의교주가재림메시아로서의사명을저버리고도망쳤기때문에구원이한정없이미뤄지는중이라고믿었다.따라서전세계의기근과빈곤,질병,전쟁,그로인한분쟁과슬픔과고통은모두교주에게책임이있다.
〈탕아〉pp.47~48

2022년《다이브》로작품활동을시작한이후문윤성SF문학상과박지리문학상을모두수상하며단2년만에한국문단의가장주목받는신예로부상한단요가첫신학스릴러장편소설《피와기름》을펴낸다.작품의기본골조는작가가직접밝힌것처럼영미식미스터리·스릴러이며,그위로윤리적이고신학적고민들을단요만의방식으로엮어냈다.
주인공‘우혁’은신비한힘으로자신을되살려준소년과거의20년만에재회하고그에얽힌사건들에휘말리며거대한음모속으로말려들어간다.그중심에는당시중학생우혁을치유해준백운산계곡의소년이자,1999년12월31일을세계의마지막날로예언하여서른두명의추종자들을집단자살로이끈,특별한능력을가진소년교주‘이도유’가있다.그는우혁의기억속모습과똑같은얼굴을하고서른넷의우혁앞에나타난다.곧우혁은여전히이도유가세계의종말을불러올수있는재림예수라믿는사람들,그리고오랫동안그를추적해온기업가이자과거그의추종자였던‘조강현’에대해알게되고,이들의행적과세계의진상에도조금씩접근하게된다.과연우혁은이도유의정체가무엇인지,세계는정말종말을맞을것인지밝혀낼수있을까?단요는속도감있는서사와작중인물이쏟아내는강변들을통하여이신학적미스터리를“도전적이고논쟁적이며대담하”게풀어나간다(소설가문지혁).

세계윤리를집요하게캐묻는도발적서사
은총없는세계를향한날선질문들

신은셈법바깥의은총을내리는존재이므로이세계에거하지않는다.오직그림자뿐이다.따라서그는수많은사람을살리는동시에죽도록내버려둔다.
〈이미그리고아직〉p.381

전작《세계는이렇게바뀐다》에서모두의머리위에정의와부덕의지표를드러내는수레바퀴가떠올라있는세계를보여주며,세계윤리에대한도발적질문을던졌던단요작가가이번에는신학적관점에서세계윤리에대한집요한논의를이어간다.《피와기름》은우혁이이도유와재회하고그의행적을추적하는과정에서출발하지만,이여정은세계의진상에대한질문과맞닿는다.“전세계의기근과빈곤,질병,전쟁,그로인한분쟁과슬픔과고통”(pp.47~48)에도불구하고다소비되지도못할상품이넘쳐흐르는세계.그리고이런세계와무관하다는듯누군가가아무렇지않게맛있는저녁을먹는일은과연정당할까?작중인물들은필연적으로이질문을마주하고각자의답을내놓는다.
이도유를집요하게추격해온조강현은언제나세계반대편에기아와전쟁으로고통받는이들이있다는것을견지하는인물이다.그는모두가“세상이더좋은곳이될수있도록힘써야만한다고믿”(p.379)고그러려면신성을통해세계를바로잡아야한다고주장한다.다만물심양면으로우혁을돕는조력자이자논술학원을운영하며성실한일상을꾸려가는‘김형’은조강현이지나치게유아적이라고일갈한다.“어른이라면주어진현실과믿고싶은현실사이에서균형을잡아가”(p.264)야하는데,조강현은당위에만집착하고있다는것이다.한편우혁은자신은“지구반대편에서30만명이굶어죽더라도오늘저녁을맛있게먹을수있”지만,“눈앞에서100명이죽는건견디지못”(p.384)한다고응답한다.그리고이질문은수많은사람을살리는동시에죽도록내버려두는신에게,그리고그러한세계를무감각하게바라보는독자들에게로돌아간다.“인간답게살아야한다는사실과이세상이비참으로가득하다는사실”(p.223)을어떻게이해해야하는지,또우리는어떻게살아야하는지,단요는마지막장을덮고나서도쉬이결론내릴수없는질문들을작품속에부려놓는다.

대치동사거리에서울려퍼지는묵시록
한국사회의이면을들추는도박중독자의시선

《피와기름》의또한가지장점은한국사회의풍속이선명하게드러난다는점이다.우혁이학원강사로일하는서울대치동의학원가부터시작해,똑같은대기업상표로도배된을지로입구역인근의풍경,각종상품이넘쳐나는대형마트진열대가바로그렇다.다만이풍경들이각각탐욕스러운사교육시장을방증하는공간이며,자본에잠식된번화가,불필요한상품을끊임없이생산해대는자본주의의일면이란점에서의미심장하다.단요는한국독자들이한번쯤가보았을장소들을펼쳐놓고,그익숙한풍경의이면을짚어내며우리가일상적으로감각하지못하는부조리를화두에올린다.

이토록많은소스가도대체누구를위해필요한걸까?이유리병들은도대체어디에서찍혀나와어디로가는걸까?출발지도종착지도없지만모든것을죽여버리는순환을상상하자구역감에가까운현기증이치민다.
〈많은사람의죄〉p.368

우혁은이부조리한공간을배회한다.한때도박중독자였던그는돈보다스릴에,“생명줄이고스란히드러날때까지돈을긁어낸뒤에야비로소선명해지는희열”(p.32)에중독되어있었기에그의눈에들어온이탐욕과자본의풍경은더욱새삼스럽다.그는환각속에서햄버거가게의자동문이순금으로변하고랄프로렌,폴스튜어트,브룩스브라더스등각종상표명이불타는글자로머릿속에압인되는광경을지켜보는데,이는작품속의“종말론적비전”이기도하다.그러니그에게세계가멸망해마땅해보이는것도당연하다.그에게세계는“사람들이더오래괴로워하다가지옥에떨어지고마는”(p.93)곳이며,스스로에대해선“종말버튼이눈앞에있다면그냥눌러버리고싶은인간”(p.194)이라고단언한다.하지만세계의진상에접근해가며그는점차마음을바꾸게된다.자신에게소망을걸어준김형을통해그는세계에대한근원적인사랑을발견한다.“형이날학원에데려왔고,내가미친소리를해도들어주고,미친짓을벌여도계속믿어줬으니까”(p.399),그는김형을생각해서라도세상을한번더믿어보기로한다.“서른세살의나처럼,완전히낭떠러지앞까지도착한사람들을붙잡아세우는일”(p.413)을하면서.부조리한세계를똑바로응시하면서도그에대한희망을놓지않는일,어쩌면그것은우리시대의소설이가져야할가장큰미덕일것이다.소설가문지혁의표현처럼,단요는“입을다물고경탄할수밖에없”는재능으로이를탁월하게성취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