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유토피아

너의 유토피아

$17.50
Description
현대 세계 문학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목소리를 내는 작가
정보라 두 번째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
부커상과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던 정보라의 두 번째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가 2025년 1월 래빗홀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2021년 출간된 《그녀를 만나다》의 개정판인 이 책은 폐허의 오늘에서 더 나은 세계를 향해 가는 꾸준한 노력을 담아낸 〈너의 유토피아〉를 표제작으로 삼고, 새로운 순서와 장정, 더 정교히 다듬어진 문장으로 정비되어 독자를 만날 채비를 마쳤다. 안톤 허의 번역으로 지난해 영문판 Your Utopia가 미국, 영국, 인도, 호주에서 출간된 이래,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의 ‘2024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2025년 1월 발표된 필립 K. 딕상의 후보작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휴고상, 네뷸러상과 함께 필립 K. 딕상은 세계 3대 SF 문학상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국인이 한국어로 쓴 소설이 3대 SF 문학상 중 하나에 후보로 오른 것은 처음이다.
이 책은 치졸하고 우스꽝스러운 세계의 모순을 들추어내면서도, 이 비루한 생을 버티고 서로를 보살피며 서툰 사랑을 배워가는 존재들을 보여준다. 그러다 벼락처럼 사랑을 잃는 순간 그 자리에 멈추어 애도하고 기억을 새기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남겨진 이들의 숙명을 이야기한다. “행동으로 애도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런 상실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p. 362)라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단지 상황을 수용하고 슬퍼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세계를 요구하며 싸우고 외치는 굳은 의지가 담겼음 또한 읽어낼 수 있다. 소설가 최진영은 추천사에서 “씨앗처럼 가장 멀리 날아가 깊이 뿌리 내리고 사방으로 뻗어나갈 이야기”라고 이 책을 소개한다. 폭력과 억압의 시절에 조금씩 갉아먹히다가도 끝내 한꺼번에 되찾을 유토피아의 작은 씨앗 하나를 심어내는 정보라의 소설이 여기 있다.

저자

정보라

저자:정보라
정보라는연세대인문학부를졸업하고,예일대에서러시아·동유럽지역학석사를거쳐,인디아나대에서러시아문학과폴란드문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1998년연세문화상에〈머리〉가,2008년디지털문학상모바일부문우수상에〈호(狐)〉가당선되었으며,2014년〈씨앗〉으로제1회SF어워드단편부문우수상을수상했다.《저주토끼》로2022년부커상국제부문최종후보에올랐고,이듬해국내최초로전미도서상번역문학부문최종후보에도이름을올렸다.《너의유토피아》는영문판이2024년발간된이래,2024년미국주간지《타임》의올해의책에선정되었고,2025년1월현재필립K.딕상후보작으로선정되었다.
지은책으로소설집《저주토끼》《여자들의왕》《아무도모를것이다》《한밤의시간표》《죽음은언제나당신과함께》《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작은종말》,장편소설《문이열렸다》《죽은자의꿈》《붉은칼》《호》《고통에관하여》《밤이오면우리는》,에세이《아무튼,데모》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거장과마르가리타》《탐욕》《창백한말》《어머니》《로봇동화》등이있다.

목차


영생불사연구소
너의유토피아
여행의끝
아주보통의결혼
OneMoreKiss,Dear
그녀를만나다
Maria,GratiaPlena
씨앗

초판작가의말|신판작가의말|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분노하고질문하며멈춰애도하고다시전진하는인물들”최진영(소설가)
“‘당신과나를위한더나은세계’를상상하도록독려한다.”(《타임》2024올해의책)

“이대로멈추어서서그녀를위한
단하나의음악을영원토록들려주고싶었다”

오늘당신의안녕과내일우리의유토피아를향한간절한기원
슬픔을딛고절망밖으로내달리는이들의생존법

“너의유토피아는.”
그가뒤에서가끔씩속삭인다.그러면나는대답한다.
지금은3이야.지금은5야.지금은2야.남아있는건전지가조금씩방전될때마다유토피아수치도낮아진다.
“그렇지만나아질거야.”(〈너의유토피아〉,p.52)

그런날이정말로온다면,바로그날세상은,인간은,다시태어나게될것이다.땅과바다는더이상상처입지않고,사람과자연은햇살속에하늘을향해함께자라나게될것이다.
우리는여전히기다리고있다.(〈씨앗〉,p.354)

정보라의두번째소설집이자부커상과전미도서상최종후보에올랐던《저주토끼》에이어세계문학장에소개된정보라의《너의유토피아》가래빗홀에서새로운옷을입고개정판으로출간되었다.총8편의단편소설이수록된이책은사랑하고잃고멈춰애도하고다시싸워나가는약하고평범한존재들의단단한생존기를다루고있다.
치료를위한통증척도를‘고객만족도조사’로오용하여환자들을진통제중독으로몰아넣은미국의사례에서착안하여이를‘유토피아척도’로전환해창작하게되었다고밝힌표제작〈너의유토피아〉에서는전염병으로인해인류가떠나버린황량한행성에서고장난휴머노이드를태우고배회하는스마트카의이야기를담는다.인간을꼭닮은의료용휴머노이드314는이따금“너의유토피아는?”이라며묻는데,망가진세계를헤매면서도더나은곳을희구하는간절함이오늘을살아가는우리에게도아프게전해진다.

“불편하고,오싹하며,가슴을파고든다.또한엄청나게천재적이다.”
-프란시스차(소설가,동화작가)

“자,여기298,000원있으니까일단입금해주고,나머지는또내일팔리는대로계산해서줄게.”
농담인줄알았는데차장님은진지했다.살면서그때만큼난감했던적도별로없었던것같다.더구나약병값은하나에5,000원인데29만‘8,000원’은어디서나온숫자인지차장님은끝내설명해주지않았고,나도무서워서더이상묻지않았다.(〈영생불사연구소〉,p.36)

겉보기에멀쩡하기짝이없는사람들이예의바르게대화하고아무렇지않게웃다가갑자기가장가까이있는사람혹은사람들의두개골을부수고시체를토막내어도시락처럼싸가지고다니면서공원벤치에앉아샌드위치라도먹듯이꺼내들고햇볕과잔디를감상하면서평화롭게뜯어먹는광경이일상이되었다.(〈여행의끝〉,p.98)

정보라소설을읽어본사람들이라면매끈하게다듬어진이야기를기대하지않는다.대신거친문체와으스스한분위기에짜릿하게빠져드는매력으로자꾸만책장이넘어간다.“장르소설은대중소설이고,재밌어야하며교훈을의도하지않는다”는정보라의작가적입장에충실한몰입감높은소설들이여기모였다.1912년“일제가망해도우리만은영생불사”라는유치찬란한캐치프레이즈와함께설립된연구소의98주년행사를준비하며벌어지는우당탕탕에피소드를다룬〈영생불사연구소〉,식인병이창궐한지구를떠나‘노아의방주’를타고우주를헤매는여정을보여주는〈여행의끝〉,귀엽고사랑스럽게만생각했던아내가언제부터인가알수없는언어로하루종일누군가와통화하고있음을깨닫는〈아주보통의결혼〉등익살스럽고풍자적이면서도한편오소소소름이돋는이야기가읽는즐거움을가득채워준다.

“암울한미래속에서도놓지않는깊은인류애를그려낸다.”
-마리카웹-풀먼(호주스크라이브출판사발행인)

-인간은어째서노화하고어째서죽어야만합니까?인간은어째서기계가아닙니까?
-그질문에는대답할수없습니다.
모든것을알고있는사물의둥지가대답했다.(...)
-어째서입니까?
내가다시물었다.모든것을알고있는사물의둥지가대답했다.
-인간스스로가알지못하기때문입니다.(〈OneMoreKiss,Dear〉,p.228)

나는주로내성질에못이겨서내설움에겨워서울었다.억울하게희생된동지를애도하는게세상에서제일못할짓이고진심으로빌어먹을노릇이었다.(〈그녀를만나다〉,p.243)

“소중한삶이부당한이유로짓밟힌사정을점차알아가게되면공감하고애도할수밖에없는게사람마음이라고생각”(인터뷰)한다는작가는이‘연결된통각’을누구보다깊이이해하고작품에탁월하게녹여낸다.무너지고망해버린순간에도서로를염려하고돌보는가장기본적인마음이어떻게연대의힘으로전환되는지,그것이어떻게크고작은승리로이어지는지발견할수있다.
트렌스젠더를향한차별과혐오로생을마감하게된변희수하사가모티프가된〈그녀를만나다〉는현실과정반대의상황을설정한다.이작품은성확정을마치고군대로돌아가복무하면서저술활동과음악활동을병행하는‘그녀’의팬미팅에참석하였다가혐오세력의폭탄테러를당한어느할머니의사연으로구성된소설이다.120살가량되는수다스럽고투지넘치는할머니화자의입담에웃음이새어나오다가도,실제로이루어지지못한‘그녀’의행복을얼마나바랐는지를생각하며숙연해진다.돌아가신외할머니를향한정보라의그리움이담긴소설〈OneMoreKiss,Dear〉는인공지능엘리베이터가파킨슨병을앓는입주자할머니를사랑하게되면서그녀의마지막순간을절박하게지켜보는화자의시선에몰입하게된다.“엘리베이터때문에울었다”는해외독자반응이많아서자랑스럽기도하고죄송하기도하다는작가의소회처럼슬픔이공감의장으로나아가는여정에독자도자연스럽게이끌린다.

“이야기를하는것이가장약한투쟁이면서가장질긴투쟁일수도있음을보여준다.”
-안톤허(번역가,소설가)

상실하면애도해야하고,상실을기억하고애도하기위해서는생존해야하는것이다.내가기억하지않는다면상실된사람들을누가기억해줄것인가.그리고행동으로애도하지않는다면나는이런상실을어떻게기억할것인가.(‘초판작가의말’,p.362)

‘초판작가의말’에서“나와당신은더좋은세상을위해서아주조금씩이라도함께앞으로나아가고있을것이다”(p.363)라고적었던작가는,이번‘신판작가의말’에서“우리는모두,여전히,다같이,싸우고있”(p.368)음을상기한다.삶의고단함을안고연결된고통을섬세하게감각하며직접거리에나가목소리를내길두려워하지않는작가정보라의용기가2025년얼어붙은새해에작은빛을더할수있으리라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