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천국 가는 날 (전혜진 소설)

김밥천국 가는 날 (전혜진 소설)

$17.50
Description
“김밥천국에 갈 건데 같이 가실래요?”

고급스럽진 않지만 든든하게
언제나 따뜻한 한 끼가 준비된 김밥천국
삶의 허기를 위로하는 열 편의 이야기
2007년 데뷔 이래 SF, 스릴러, 사회파 추리 소설부터 논픽션, 만화 스토리까지 전방위 매체와 장르에서 독보적인 활동을 이어온 전혜진의 소설 《김밥천국 가는 날》이 출간되었다. 24시간 어둠을 밝히는 인천의 한 김밥천국을 배경으로, 고달픈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눈물겨운 삶에 따스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는 열 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매일같이 항의 전화와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공무원, 애매한 경력과 취업난으로 1년마다 계약 갱신을 기다려야 하는 비정규직, 수시로 늦춰지는 퇴근 탓에 어린이집에 전화해 연신 죄송하다고 사정하는 워킹맘, 베트남에선 엘리트였지만 한국에서 조롱과 차별로 속상한 나날을 보내는 결혼이주여성……. 빡빡한 일상에 지친 도시 생활자들의 발걸음이 향하는 장소는 바로 ‘김밥천국’이다. 호텔 조식만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문을 열면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언제든 소박한 한 끼를 마련해주는 곳. 김밥천국에서 허기를 달래며 따뜻한 음식 한 그릇에 담긴 빛나는 추억으로 몸과 마음을 채운 사람들은 마침내 힘찬 발걸음으로 문을 열고 나아간다.
《김밥천국 가는 날》은 소시민의 애환을 생생히 그리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헛헛한 마음을 어루만진다. 〈돈가스〉, 〈치즈떡볶이〉, 〈오징어덮밥〉 등 제목만큼 감칠맛 나는 이야기를 읽어가며 우리는 가슴 한편에 자리한 소중한 기억을 발견하고 다시 희망을 새기며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저자

전혜진

저자:전혜진
전혜진은SF와스릴러,사회파호러작가다.2007년라이트노벨《월하의동사무소》로제1회이슈노벨즈공모전편집부상을받고데뷔한이래소설과산문,만화스토리를써왔다.소설집《홍등의골목》,《아틀란티스소녀》,《바늘끝에사람이》,《마리이야기》등을,만화《레이디디텍티브》,《리베르떼》,웹툰〈PermIT!!!〉의스토리를썼다.단편소설〈파촉,삼만리〉로제5회중국청두국제SF콘퍼런스인‘100년후의청두’공모전에서특별상을수상했다.

목차

치즈떡볶이
김밥
오므라이스
김치만두
비빔국수
돈가스
오징어덮밥
육개장
콩국수
쫄면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고단한하루를위로하는든든한한끼
사회를꿰뚫는작가전혜진의분식연작소설

진한콩국수만이진짜인것은아니듯이,지금먹고싶을때언제든달려가서먹을수있는콩국수,아이가좋아하게묽고가볍고달달한김밥천국콩국수도괜찮은것이듯이,하루종일일을하느라아이와보내는시간자체가짧다고해서이사랑이가짜이거나부족하다고말할수는없을것이다.(〈콩국수〉,pp.315~316)

그간공저를포함해80권이넘는책을출간하며한국장르문학의최전선에서활약해온작가전혜진은‘동네공무원’이자육아노동자인한편,“하루15~20매씩”꾸준히원고를써온18년차집필노동자이기도하다.
김밥부터치즈떡볶이,오므라이스,돈가스,쫄면등총열가지음식을내세워전개되는‘분식연작’인이소설들에는녹록지않은현실에치여좌절하는여러인물이등장한다.“사소한위로라도필요”해김밥천국의문을열고들어온이곳에서어떤이는조금심심한맛이지만계절에상관없이주문할수있는콩국수의매력을느끼며아이를향한자신의사랑이부족할지언정결코가짜일순없음을배운다(〈콩국수〉).그런가하면오징어덮밥을마주하며무섭기로악명높았지만혹시나말단운전병이밥을굶을까조용히카드를쥐여주던상사를향한고마움을새삼깨닫는사람도있다(〈오징어덮밥〉).
밤이든낮이든문을연김밥천국은그렇게현재의고단함과미래를향한불안으로내몰린이들에게자리를내어주던공간이었다.그리고이곳에서허기를달래며마음을다잡은사람들은때론어떤이들의가족이자애인,친구였으며결국은‘나’이기도했다는점에서《김밥천국가는날》은‘우리’의이야기와자연스레포개진다.

온기어린사연이담긴추억의음식들
현실의문제를비추는예리한통찰력

몸도마음도잔뜩허기가진채집으로돌아가는길,김밥과따뜻한국물로배를채우면,버스정류장으로향하는어두운골목길도조금은덜무섭게느껴지곤했다.(〈김밥〉,p.69)

《김밥천국가는날》에는전세계적인K-푸드열풍을견인하며한국은물론해외에서도큰주목을받는음식들이소개된다.막차가가까워진시간에도여전히골목을밝히는김밥천국은인근공장의노동자들은물론‘은희’처럼한푼이아쉬운수험생들이들러끼니를때우는유일한곳이었다.주머니속동전몇개만긁어모아도먹을수있던‘천원김밥’은그럴듯한한끼식사가되어주며한밤중집으로향하는사람들이덜쓸쓸하도록보듬어주었다(〈김밥〉).치즈한장을올리는것만으로더진하고색다른맛으로변하는치즈떡볶이를앞에두고학습지교사인‘은심’은회원이었던‘진수’를떠올린다.항암치료를받으면서도새로운꿈을위해단한번도학습지를미루지않았던진수처럼,은심은자신또한하루하루를성실히쌓아나가다보면언젠가인생에깊은맛이더해질지모른다는낙관을품게된다(〈치즈떡볶이〉).
이처럼온기어린사연이이어지는가운데곳곳에서모습을드러내는예리한통찰력은현실의문제를정확히포착하며소설의재미와완성도를한층더높이는요소로작용한다.임신후수시로찾아오는입덧과통증으로끊임없이병원을오가는‘유현’이지만계약직이라는이유로육아휴직은커녕직장에서는그저“반쪽짜리일꾼”,“짐짝”취급을받을뿐이다(〈쫄면〉).친구가사온김치만두를보며‘진수’는돌아가신할머니를향한그리움과그런가족에게평생자신의정체성을숨겨야했던아픔을되돌아보기도한다(〈김치만두〉).

“자신에게들려주듯다시중얼거린다.힘내라,힘내라”
다시한번일어설힘을전하는희망과용기의밥상

좋아하는영상일을어떻게든계속하기위해매일다짐한다.그것이이곳에서도망쳐나가는길이라해도,혹은어떻게든버텨내는길이라해도.호락호락하게죽어주지않겠다고마음을먹는데는그만큼의용기가더필요한법이다.(〈돈가스〉,p.212)

《김밥천국가는날》에는‘밥심’으로다시한번일어설힘을얻는인물들이나온다.결혼후산후우울증을앓는동안에도남편과시동생의밥상을차리던‘영주’.그가처음으로‘자신만을위해차려진밥상’을대접받은후‘바쁘고,힘들때면’가장먼저발걸음을옮기게된곳은다름아닌“어디에나있는평범한김밥천국”이다(〈오므라이스〉).우울증약을복용하며힘든직장생활을버티던‘아람’이저버렸던꿈에다시도전하기로결심한건만화주인공들이승리를기원하며먹던‘돈가스’를맛보고나서다(〈돈가스〉).
독특한별미나화려한음식은없지만간단히요기할수있는저렴한메뉴들이단숨에공허함을해소해주는‘김밥천국’.‘작가의말’을통해“어느도시에서나있을수있는인천의이야기를하고싶었다”고저자가밝혔듯,이책은고달픈도시생활자들을위로하는소소한음식과이에얽힌사연을풀어내며쓸쓸하고삭막한현대인들의마음을다독인다.성별과세대를아울러오늘은살아간다면누구나공감할수밖에없는이야기를읽고나면,우리는각자의“영혼에새겨진것같은”추억의맛과함께아름답고다정한시절을새로이선물받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