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사 (이소영 장편소설)

통역사 (이소영 장편소설)

$16.80
Description
“내 말을 통역해줄 수 있어요? 당신이 해야 해요.”
살인 사건 용의자가 된 네팔의 여신
진실을 밝히기 위한 필사의 추격
영화 〈옥수역 귀신〉, 〈로봇, 소리〉, 〈미확인 동영상-절대클릭금지〉, 〈아파트〉, 〈여고괴담3-여우계단〉 등의 시나리오를 써온 25년 차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자, 첫 장편소설 《알래스카 한의원》이 단숨에 소설 베스트 순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린 이소영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통역사》가 출간되었다. 밀도 높은 몰입감으로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날카롭게 정조준한 이번 작품은 또 한 편의 정교하고 생동감 넘치는 세계를 탄생시키며 출간 전 영상화가 확정되었다.
네팔에 현존하는 가장 대중적인 여신 ‘쿠마리’. 과거 쿠마리였던 여성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다. 생계를 위해 대형마트 와인 코너와 네팔어 법정 통역사로 투잡을 뛰던 ‘도화’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전화를 건 변호사 ‘재만’은 1억 원을 대가로 피고인 ‘차미바트’의 법정 허위 통역을 해줄 것을 제안한다. 증거, 자백 모두 확실한데 이제 와 딴소리를 하는 피고인이 법정 최고형을 받아 정의가 실현되도록 도와달라는 것. 개인 파산과 암 수술의 후유증에 시달리던 도화는 찝찝함을 무릅쓰고 위험한 거래를 수락한다. 재판 내내 알 수 없는 이야기만 반복하는 차미바트를 외면한 채 계획대로 허위 통역을 진행하는 도화. 재판 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차미바트의 증언을 좇을수록 거래 뒤에 감춰진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진짜 듣는다는 건 뭐지?”(작가 인터뷰)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소설답게, 《통역사》는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 원전 폐기물 등 줄곧 외면되어온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그 과정에서 자본의 논리와 무자비한 폭력 앞에 짓밟혔던 존엄과 정의가 목소리를 얻기 시작하며 독자에게 선명한 울림을 자아낸다. “우리 사회가 누락시키고 있는 말은 무엇인지, 그 말을 어떻게 들을 것인지, 무엇보다 들을 준비가 되었는지 돌아보게”(장일호 기자) 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그간 공동체가 놓쳐왔던 말들과 공명할 특별한 장을 마련해낸다.
저자

이소영

저자:이소영
영화시나리오작가,소설가다.〈화성으로간사나이〉원안으로시작해,꾸준히시나리오를써왔다.개봉된작품으로는〈옥수역귀신〉,〈로봇,소리〉,〈미확인동영상―절대클릭금지〉,〈아파트〉,〈여고괴담3―여우계단〉이있다.장편소설《알래스카한의원》,《슈퍼리그》가있다.

목차


프롤로그

1장미친여자와보라색나비
2장파란남자
3장이빨과주사위

작가의말?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출간전영상화확정★

“난여신이었어요.내가미쳤을까요?”

1억을받는조건으로시작된법정허위통역
누구도상상하지못한거래의대가

이소설은누군가를지키는것이곧자신을지키는일인사람의이야기다.덕분에나는되찾은시선으로세상을바라볼수있었다.부디이소설이모두에게그교본이되어주기를._강화길(소설가)

《통역사》는우리사회가누락시키고있는말은무엇인지,그말을어떻게들을것인지,무엇보다들을준비가되었는지돌아보게한다.현실에단단히발딛고선이야기는재미까지놓치지않는다._장일호(《시사IN》기자)

열여덟살에영화〈화성으로간사나이〉원안으로영화계에입문한이래SF,공포,미스터리,스릴러등의영화시나리오,2023년첫장편소설《알래스카한의원》으로소설로까지영역을확장하며높은흡인력과환상적인재미를선사해온이소영작가가신작장편소설《통역사》를펴낸다.전작이설원의알래스카(《알래스카한의원》),2050년의근미래(《슈퍼리그》)를무대로삼았다면이번작품에선한국의소도시에서발생한잔혹한살인사건을중심으로네팔의언어와종교,문화라는이국적인요소를매끄럽게엮어독보적인사회고발미스터리를선보인다.
사람보다신의수가많은네팔,그중에서쿠마리는현존하는여신을선발해숭배하는유일한국가제도로자리잡았다.한때네팔의쿠마리였지만여신의지위가박탈된후한국에결혼이주여성으로오게된차미바트.법정에서그의말을제대로들을수있는사람은네팔어법정통역사인도화뿐이지만,그녀는이미1억원을대가로허위통역에가담했기에차미바트의말은왜곡된채법정에울려퍼진다.살인사건의1차공판이마무리된후도화는자신이녹음한법정통역파일을재생하며차미바트의증언을복기한다.그리고그제야제대로들려오는차미바트의말들.‘파란남자가칼을들고찌르고있었습니다.’‘보라색나비를끝까지쫓아가야해.’현장검증당시차미바트는자신이목격한걸재연했을뿐,정신이들었을땐이미피해자들이죽어있었다고주장한다.단순히조현병으로치부하기엔기묘하게짜맞춰지는단서들.어느새자신또한거대한음모에휘말렸음을깨달은도화는모든것을바로잡기위한일생일대의반격에돌입한다.소설이전에시나리오로먼저완성되었던《통역사》는영화〈더킬러스〉,드라마〈내가죽기일주일전〉등을제작한㈜스튜디오몬도에서현재영화화를진행하고있다.

이주민들의현실을생생히비추는새로운다문화서사
자본주의의폭력을향한서늘한일침

사건이보도되자네팔인을상대로한혐오분위기가생겼다.법의사각지대에있던네팔인들은욕설의대상이되었다.네팔인은받지않겠다는고용주도나타났다.한국에거주하는네팔인들사이에서이사건은빨리사라지길바라는,원치않은공업(共業)이되었다.(〈1장.미친여자와보라색나비〉,p.31)

“폐기물을버려야할곳이있어야할거아닙니까?나쁘다고?내가볼땐마르지않는샘이에요.한번유치하면,계속일자리가생깁니다.거기에정부에서돈까지팍팍준다고보장합니다.최고고용을창출할굴지의기업이되는겁니다.”(〈2장.파란남자〉,pp.111~112)

한국은2024년기준국내체류외국인비율이270만명에육박하며어느덧20명중1명이외국인인다문화사회에진입했다.김려령의소설《완득이》를필두로손홍규의《이슬람정육점》,천운영의《잘가라,서커스》등2010년대초반부터이주민들의삶을이야기하는소설들이출간되어왔지만한국사회내의다문화담론을다루는소설은오래도록주목받지못했다.《통역사》는이주민들에게가해지는노골적인편견과억압적인시선의현실을그들의입을빌려생생히폭로함으로써사라졌던다문화서사의명맥에새로운숨결을불어넣는다.한국인을살해한범인으로네팔이주여성이지목되자사람들은“왜남의나라와서살인”을하냐며분노하고,차미바트의현장검증영상은‘네팔리미친여자’라는이름을달고걷잡을수없이퍼져간다.소설에는차미바트사건의여파로네팔인을상대로한혐오분위기가사회전반에형성되는과정또한그려진다.법의사각지대에놓인이주민들이욕설의대상으로전락하는상황은결혼이주여성,이주노동자를비롯해특정국적과인종,성별과세대등을대상으로한조롱과멸시가난무하는현실을되비추며타자를향한이해와화합의필요성을역설적으로강조한다.
한편이소설은‘돈’과‘성장’만을맹목적으로추구하는현대사회의어두운일면을포착하며‘생명’과‘인권’은뒤로밀려나는자본주의의근본적문제를서늘하게짚는다.소설은제2방폐장유치여부를결정하는주민투표현장을담아내며,방폐장이건립되면‘정부에서돈까지팍팍주며취업률100퍼센트’가보장된다며인구소멸지역에서탈출할수있다는낙관만이득세하는광경을보여준다.이러한분위기속에서방폐장의잠재적위험성과안전문제를향한우려는‘음모론’이라는단어로가볍게일축돼버린다.여기에부패한언론과기업,사적이익만을위해재력과인맥을쏟아붓는권력집단의결탁이더해지며방사능의‘불편한수치’는뒷돈으로삭제되고,안전이담보되지않은방사능처분장의관리는하청업체의몫으로외주화되고만다.위험을감지하고대응할거름망이부재한사회의모습을들추는장면은연쇄적으로이어지는폭력의실체를고발하는것을넘어구조적위기를바로잡기위한실천적고민을탐색하는길로우리를이끈다.

구조적갈등을맹렬히탐구하는책임감있는목소리
사회에필요한균열을불러일으킬세련된미스터리

“그때나는옳은말을들었다고생각했는데,진짜들었어야했던말은‘바다가보고싶어요’그거였어.텔레비전에서당신말을들었어요.바다가보고싶다는그말.이번에는그말을따라가야겠다고생각했어요.그냥,그게답니다.”(〈3장.이빨과주사위〉,pp.264~265)

“흥미로움을찾아발견한이야기가그후에따르는사실관계나말할때의책임감을동반해요.(…)‘내가미디어에노출된영상자료등을가지고과하게쓰고있지않은가’고민했어요.앞으로도이런글을쓴다면계속그럴거예요.”(작가인터뷰,〈흥미로운이야기가책임감을동반해요〉중에서)

인터뷰에서“흥미로움을찾아발견한이야기가그후에따르는사실관계나말할때의책임감을동반”한다고밝힌저자는현대사회의구조적인갈등과분쟁,부조리의작동원리를맹렬히탐구해또렷한목소리로우리에게들려준다.사회적소수자들을착취하며끈질긴생명력을이어가는폭력의실태,그리고“누군가를지키는것이곧자신을지키는일인사람의이야기”(강화길소설가)가어우러지는순간,독자들은또다른책임감을건네받으며다른이와살아갈미래의모습을구체적으로상상해볼기회를얻는다.첨예한사회문제와윤리적고민사이를능수능란하게넘나들며세련된반전과예측할수없는긴장으로몰아넣는이작품은색다른미스터리의묘미를제공하며우리사회에필요한‘작은균열’의단초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