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칼

붉은 칼

$18.00
Description
세계를 매혹시킨 나선정벌 외계 전쟁기
정보라가 보여준 한국 과학소설의 놀라운 성취
내가 아는 영웅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뛰어들어 옆 사람의 잡은 손을 절대로 놓지 않는 그냥 보통의 평범하고 용감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부커상, 전미도서상, 필립 K. 딕상의 최종 후보에 오르며 세계 문학장 안에서 한국 문학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는 소설가 정보라의 두 번째 장편소설 《붉은 칼》 전면 개정판이 2026년 3·8 세계 여성의 날에 래빗홀에서 출간됐다. 2019년에 처음 출간된 이 작품은 지난해 영국 혼포드스타 출판사에서 안톤 허의 번역으로 영어판이 발간되었고, 이후 튀르키예와 인도 등에서도 주목을 받아 다양한 언어권에 소개될 예정이다. 영문판 《붉은 칼Red Sword》은 올해 2월 세계적인 SF 전문 잡지이자 로커스상을 운영하고 있는 《로커스 매거진》 추천 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번 개정판에서 작품의 기존 주요 서사는 유지되었으나 전체적으로 문장과 표현이 다듬어졌고, 이야기의 흐름과 별도로 세계관과 인물 전사를 소개하는 〈이중나선〉 챕터의 일부 내용이 추가되어 구성 및 배치가 바뀌었다. 이 소설은 1600년대 청나라의 요청으로 두 차례 조선인 총포수가 파견되어 러시아를 공격하고 승리를 얻은 ‘나선정벌’을 모티프로 삼는다. 병자호란 이후 속국이 된 조선의 병사들이 타국의 군사적 갈등에 동원된 역사적 사건의 구도가 정보라의 개성이 탁월하게 발휘된 소설 작법과 만나 외계 전쟁기로 대입되었고 SF판타지 장편소설로 다시 태어났다. 거대 제국의 식민지 포로들이 뿌연 먼지로 덮인 황무지 행성에서 낯선 종족과 조우하고 전투하는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작가는 숨 막히는 하얀 모래밭에 갇힌 채 처절한 싸움을 이어가는 여성 전사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그녀 곁에 선 동료들과 나누는 서툴지만 진심 어린 사랑, 거친 듯 다정한 위로의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소설 속 그녀들이 보여주는 생존과 자유를 향한 집념, 작고 약한 손을 절대 놓지 않으려는 선의, 위험천만한 순간에도 서로를 향하는 염려와 보살핌이 읽는 이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각인된다. “싸우면서 나의 세상은 더 넓어졌고 더 치열해졌다”는 ‘작가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붉은 칼》은 작가 정보라가 그간 거리에서 투쟁하며 마주한 감동의 장면들과 옆에 선 사람들을 향한 각별한 마음이 엿보이기도 한다. 이 책을 편 당신도 포로 용병들의 숨 가쁜 행군에 동행하며 긴박함과 깊은 절망을 함께 견디다 보면, 인물들의 올곧은 마음에 자신을 포개어보며 막막한 안갯속에서 한순간 시야가 명료해지는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정보라

정보라는연세대인문학부를졸업하고,예일대에서러시아·동유럽지역학석사를거쳐,인디아나대에서러시아문학과폴란드문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1998년연세문화상에〈머리〉가,2008년디지털문학상모바일부문우수상에〈호(狐)〉가당선되었으며,2014년〈씨앗〉으로제1회SF어워드단편부문우수상을수상했다.2024년‘서점인이뽑은올해의작가’로선정되었고,2025년양성평등문화인상을수상했다.해외에서는《저주토끼》로2022년부커상국제부문최종후보에올랐고,이듬해국내최초로전미도서상번역문학부문최종후보에도이름을올렸다.2024년《타임》올해의책에선정되었던《너의유토피아》로는2025년국내SF소설최초필립K.딕상최종후보에올랐다.《붉은칼》은2025년영국에서출간되어SF전문잡지《로커스매거진》추천도서로선정되었다.
지은책으로소설집《저주토끼》《여자들의왕》《아무도모를것이다》《한밤의시간표》《죽음은언제나당신과함께》《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작은종말》,장편소설《문이열렸다》《죽은자의꿈》《붉은칼》《호》《고통에관하여》《밤이오면우리는》《아이들의집》《이렇게된이상포항으로간다》(공저),에세이《아무튼,데모》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거장과마르가리타》《탐욕》《창백한말》《어머니》《로봇동화》《절대진공&상상된위대함》《나는파리를불태운다》《브로츠와프의쥐들》(전3권),《상실》등이있다.

목차

제1부
이중나선1|1.안개속의유령들|이중나선2|2.더러운강|3.이스포베딘|이중나선3|4.새|이중나선4|5.허공의별들|6.행성의밤|이중나선5

제2부
7.소년|8.잠입|9.모선|10.결투|11.자유

구판작가의말|신판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고립과밀폐의공포를돌파하는필사적저항을놀랍도록집요하게밀어붙인다”
-나이얼해리슨(SF평론가)

★2025《로커스매거진》추천도서★

“너만은끝까지살아서,
네가원하던걸찾을거야”

3·8세계여성의날에다시만나는정보라의반제국주의여성서사
흰먼지뿐인행성에서붉은칼을들고질주하는포로여전사

그녀는다른여자들과함께배에올랐다.제국인들을믿어서는안된다고언니들이말했다.멀리다른나라에,혹은그보다더멀리,상상할수없이먼다른별에팔려갈지도모른다고했다.그녀도모르는것은아니었다.생각해보지않은것도아니었다.그러나자유를준다고했다.시도조차하지않을수는없었다.그리고시도가실패하면,그때는칼이있었다.제국인들은칼을빼앗지않았다.아마그게뭔지몰랐기때문일것이다.제국인들은매끄러운붉은칼집과그칼집에수놓인형형색색의무늬들과그사이사이에달린꽃과나비와거울장식을보고그것도뭔가여자들이쓰는장식품이리라여겼다.그안에숨은길고날렵하고아름다운칼날에대해서는상상하지못했다.그녀는칼날을숨긴붉은비단칼집을꼭안고배에올랐다.(p.15)

세계가사랑하는작가정보라의두번째장편소설《붉은칼》이전면개정되어출간되었다.본문중간중간에삽입된별도의이야기〈이중나선〉챕터중내용일부가추가되어전체구성과배치가바뀌었으며,문장도전반적으로다시다듬어졌다.2025년영국에서출간되며세계독자들의관심을한몸에받기시작한이책이2026년3·8세계여성의날을기해한국독자들과도다시만난다.
이작품의주인공‘그녀(크라스나)’는자유를위해제국의전쟁에투입된식민지전사다.전체구조만보면황무지에떨어져낯선동물과지형을탐색하고괴물이라불리는존재들과싸우는영웅서사의전형처럼보이기도한다.그러나‘그녀’는결코명예를구하기위해칼을들지않는다.오직살기위해,그리고곁에선사람들을지키기위해분투하며고된여정을이어갈뿐이다.총과레이저빔이부딪치는고도의기술전쟁에서,포로여성들이치마를입고칼을든채양쪽과맞서야하는상황은식민지여성의처지를상징적으로드러낸다.그럼에도이들은불가능한싸움속에서최선의저항으로작은승리들을이루어내며기존의남성적영웅서사를전복하고진짜영웅이누구인지를되묻는다.

빼앗긴들에도봄은오는가
자유를꿈꾸는식민지총알받이들의절박한싸움

“어차피돌아갈집은없다고네가말했잖아?”
“돌아갈곳이없다고자유가필요없는건아니지.”(p.222)

어느외국인독자분이이소설이러시아의우크라이나침략전쟁에끌려간북한군인들에대한이야기인지물었다.전혀그렇지않다.그러나실제상황의유사성에나는놀랄수밖에없었다.한민족이남의나라침략전쟁에끌려갔다는사실도그렇고,나선정벌에동원되었던함경도총포수들처럼또다시한반도북쪽출신사람들이남의전쟁에투입되었다는점도비슷하다.어째서이런역사가자꾸되풀이되는걸까.(‘신판작가의말’,p.340)

이책은두개의부로나뉘어,총열한개의본문챕터와다섯개의〈이중나선〉이라는특별챕터들로구성되어있다.〈이중나선〉은소설속주요공간과등장인물들의전사가콜라주처럼담겨있어서본문의이야기흐름과같은시간선을공유하지않는다.1부에서‘그녀’는장거리비행끝에나무한그루없이흰먼지만가득한행성에도착해흰피부와옅은눈동자를가진거대한체구의외계인을적군으로마주한다.거듭되는전투와행군과정속에서자신이놓인공간과싸우는대상,그리고포로용병들에게얽힌비밀에점차접근한다.2부에서는죽었다생각한연인과같은모습의소년과재회하게되면서존재의의미를깨닫게되고,자신이전혀빠져나갈수없는전쟁에휘말렸음을직감하게된다.이상황속에서자신이얻을수있는진짜자유와해방이무엇인지를본능적으로이해하고차근차근접근해가는과정이담겼다.
‘나선정벌’은370여년전의사건이고,소설속세계는인류가다양한종으로분화하여우주전쟁을일으키는시기로상정되어있으나,‘작가의말’중외국인독자가발견했듯독자는이야기속에서우리의현재성을발견하게된다.이것이고전문학을읽고서도수용자가자신의삶에영향을받게되는독서의기본원리가작용했기때문만은아니다.힘센집단이약한집단을침범하고휘두르려한역사가쳇바퀴처럼되풀이된불균형한세계탓이기도하다.《붉은칼》은과학소설과환상소설을통해일그러진세계의단면을개성적으로재현해온작가정보라가계속되어온제국주의의폭력을자신만의방식으로서사화한포스트콜로니얼리즘SF소설이라고도말해볼수있겠다.

싸움터한복판에서잡은손놓지않던기억
자신만의붉은칼을들고오늘을살아가야하는모두에게

함께살아서돌아가고싶었다.함께살아남아야했다…….(p.137)

처음에소설을쓸때세월호1주기에서경찰차벽사이로보았던깃발들을생각했습니다.까만밤에하얀경찰버스사이좁은틈새로수많은깃발이휘날리는광경을보았기때문에더인상적이었던것같습니다.작중에서배경은흰색으로바뀌었지만색깔상징의중요성이나깃발색깔의인상은최대한그대로활용했습니다.(‘작가인터뷰:조상의얼(?)을이어받은판타지’중에서)

총구앞에서칼을든채맞서며,온몸에는상처를입고,정체모를오물을뒤집어쓰며,거대한새날개위에서멀미하고,끈적한물속에빠져익사할뻔까지하는주인공의고초는300페이지가넘는이야기속에서다종다양하게펼쳐진다.빠져나갈수없을것만같은고통의한복판에서자신이누구인지,이곳은어디이고,자신이원하는자유가어디있는지를질문하고혼란스러워하는와중에도‘그녀’는한순간도주저하거나멈추지않는다.《로커스매거진》의평론가나이얼해리슨은이소설을추천하며“관념에머무는이야기가아니라실천으로나아가는이야기”라평하면서,소설속크라스나가보여주는“고립과밀폐의공포를돌파하는필사적저항”에주목했다.이실천적저항의감각은어디에서오는가.
‘그녀’를움직이는동력은강한생존의지를넘어동료들과함께살아서자유를누리고싶다는희망이다.이것은작가가10년이넘도록엄동설한의거리에서피켓을들고,내리쬐는태양아래를삼보일배로전진하며,견고한차벽앞에사람들과손붙잡고맞서싸운경험이고스란히녹아있는감각이기도하다.우리를가장멀고낯선세계로데려가서오늘의현실을정면으로마주하게하고,답없는상황을받아들이게하면서도다시용기를불어넣는소설.그것이정보라문학의힘이자매력이라고소개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