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
충남부여출생.충남도립대학교자치행정학과졸업.2015년에세이문학수필등단.사)한국수필문학진흥회이사.2017년부여예술인상수상.현재에세이문학작가회와부여사비문학회에서회원으로활동중.2023년충남문화관광재단창작지원금수혜.〈수필집〉『나는속물이야』
작가의말5제1장.미운오리새끼연어닮은여인10생명15봄19미운오리새끼22삶과죽음27아픈손가락32개명37폐교41아름다운봄46의자51이방인551400년전역사속으로60제2장.인륜지대사사진70아버지,우리아버지74나는속물이야79미스월드스마트폰83인륜지대사88길92아!어머니97사라진참나무밭102짝사랑105부소산성에서백제정신을찾다110회상116제3장.행복지수내사랑스마트폰122지구별이보내는SOS126미운정131행복지수137어느오후141새옷입은둥지144아련한추억속으로149신토불이153흔들리지않고피는꽃은없다157밥주걱161세상은넓고도좁다165제4장.미동부,캐나다여행기새로운세상을향해170중국을경유하다173머나먼토론토&시내풍경175나이아가라폭포180뉴욕으로넘어오다184문화적차이188최첨단도시맨해튼,사흘체험기191자유의여신상을향하여196신사의도시,워싱턴DC202세계의심장부,백악관에가다206방대한인공공원,센트럴파크209록펠러센터전망대에서내려다본212맨해튼의야경212여행후기215
책속에서시내에가는길,큰도로맞은편에서자전거를끌고횡단보도를건너오는향순이를보았다.잠시기다리다가합류했다.마침같은방향이었다.이런저런이야기를나누며걷는중에,“많이바쁘지?건물까지장만하고대단해.”라고말했더니,“이렇게열심히사는데이정도도못살면어떻게해~”약간톤을높여조금행복에겨운듯답하며향순이는활짝웃는다.그녀는시내에서남편과함께식당을운영하고있다.함께라고는하지만남편은또다른일을별여놓아혼자서식당일을도맡아하다시피하고있다.일에시달려서인지화장기없는깡마른얼굴엔주름이많아자신의나이보다조금더들어보였다.새삼옛날이떠오른다.나보다몇살아래인그녀와나는동향이다.지금내가살고있는읍에서조금떨어진면소재지가그녀와내가유년을공유했던어릴적공간이다.150여호나되는시골치곤꽤큰동네였다.우리집과그녀의집은동네이쪽끝에서저쪽끝이었다.거리상자주만나지는못했지만작은어머니댁이그녀집근처라서또래사촌하고놀다가자연스레같이어울리곤하였다.당시어린나는그녀의불행을알아채지못했다.토담한쪽이길쪽으로허물어져내린오두막에서할머니와위의언니랑세식구가같이살고있다는생각만얼핏했을뿐.가끔집에서부모님이그집에대해나누는이야기를주워들었지만어린내가알아들을수없는말뿐이었고,성인이되어서야자세히알게되었다.그녀는외할머니와당시청소년인외삼촌두명이사는오두막에언니랑얹혀살고있었고,그런친정에그의어머니는어린자매를버리듯이내맡긴채객지로떠도는밤의여자였던것이다.해마다춘궁기만되면먹고살길이막막한그녀의할머니는당시풍족했던우리집에와서울며하소연하였다.안방아랫목에나란히앉아나지막이얘기하시는부모님목소리와는달리,윗목에앉아울음섞인큰목소리로침을튀며이야기하시는괄괄한성격의그할머니가무서워서나는다른방으로피한채두귀만쫑긋세웠다.당시그할머니의행동이너무나당당해서부모님이큰잘못을한줄알고잔뜩겁을먹은것이다.내가초등학교저학년때자매가보이지않는다는걸알았다.사촌을통해들은이야기로는서울로돈벌이를떠났다고했다.그후그들의존재조차까맣게잊고살았다.그녀를다시만나기까지는아마도40여년의세월은족히흘렀으리라.상처와서러움으로뒤범벅일기억속어린시절임에도수없는세월의모퉁이를돌고돌아다시연어처럼찾아든걸보면조금이나마고향에대한그리움이남았던걸까.내나이50을갓넘겼을무렵,그녀를다시만난건동네신경외과였다.허리가아파치료차외과에갔다가물리치료를받기위해2인실방으로들어갔다.맞은편침대에누워있는선이또렷한그녀를보자옛날의향순이가떠오른것이다.나는마음속으로분명그녀일거라확신하였다.궁금증발동으로참을수없던나는,“내가실수하는건지모르지만혹시예전에○○에서살지않았느냐”고운을뗐다.맞는다고했다.내친김에다시물었다.“이름이향순이아니냐”고,역시맞는다는대답이돌아왔다.깜짝놀랐다.그녀가이곳에서살고있었다니….길눈어두운것은말할것도없고,외모에큰특징이없으면안면을튼정도의사람조차긴가민가헷갈려실수연발인데.더구나어릴적모습도,젊음도가셔버린세월의뒤안길에서그녀를알아본것이다.자주만나는사이일수록할말이많다고했다.그래서일까.오랜세월켜켜이쌓인이야기가아주많을것같은데자리는깔렸지만화제빈곤이었다.겨우사는곳과아이들이몇이냐는,극히기본적인이야기만몇마디주고받았을뿐이다.이곳에서나고자라지금껏이곳에안주하고살아온나에게고향이란큰의미로다가오진않는다.자세히언급하자면자동차로20여분만달리면나오는,가고싶을땐언제든갈수있는지척의거리이기때문일것이다.해서이제껏고향이란단어에무감각하게살아왔다.그래서일까.명절때만되면언뜻언뜻티브이화면을통해봤던실향민들.우리나라최북단인임진각에제상을차려놓고갈수없는고향인북쪽을향해절을하며울부짖던그들이이해가안되어난고개를갸웃했다.그런그들을이해하기까지는병원에서건강상어떤특정음식을제한할때그음식에더구미가당긴다는것을알고부터였다.고향을그리워하는건산넘고물건너이역만리해외입양아들도다를바없다.맥이끊긴먼타국에서살아가는그들조차고향,즉어머니의품을그리워한다.자신의뿌리를찾아정체성을확인하고싶은건인간의본성일터.자라면서현지인들과모습이다르다는것에얼마나많은의문을품었을까.답답한마음에“너는누구냐”고자신을향해수없이되물었을터.성장한그들이부모를찾고자고국을찾는발길은지금도끊임없이이어지고있다.그러나흔적이라고해봤자달랑아기적사진한장이전부….대부분무거운발길로돌아서는게부지기수라지만더러기적이일어나기도한다.얼마전어머니를찾고자벨기에에서온여인이경찰의도움으로천신만고끝에모녀상봉이이루어졌다는소식이전파를탔다.생김새만한국인일뿐,외국인이돼버린낯선딸의손을잡고찍은사진을보니가슴이먹먹했다.먹을것이없어서입양보냈노라는어머니의구차한변명에도딸은토를달지않았다.오직어머니를찾았다는안도감으로꼬옥끌어않았다.꿈에그리던어머니품에안긴것만으로도행복감이충만했으리라.그날물리치료실에서만난향순이는말미에잠시머뭇거리더니속에담아두었던다소충격적인이야기를꺼냈다.어릴적에우리집이부러웠노라고.그말에난깜짝놀랐다.내가어리보기여서일까.당시나는빈,부라는개념조차인지하지못하고어울려놀았을뿐인데불우한환경의어린향순이에겐생활이여유롭고화목한우리집분위기가롤모델이었던가보다.바람대로이곳에서이상적인가정을꾸리며살고있는그녀는남매가모두대학생이라며씨익웃고는힘차게페달을밟는다.---「연어닮은여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