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꽃

달꽃

$16.00
Description
『달꽃』은 저자 이화리의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이화리

2002년 제14회신라문학대상소설부문
「엄마말,사전」당선
2013년 경주문학상수상
2015년 불교신문신춘문예동화부문
「대성이」당선
2016년 경북문협작품상수상
2019년 경주예술상수상
2023년 『달꽃』

목차

작가의말4

제1부
달꽃무리7

제2부
달의시간77

제3부
물속의달137

제4부
달꽃마중205

참고문헌279

출판사 서평

도덕산(道德山)이붉다.산이름에‘도덕’이들어가는건경상도지방의완고한유교문화까닭일것이다.도덕이란인륜의바탕이며,마땅히지킬도리로규범되었다.특히여성에게만강요되던부도덕의질책은견고하고잔인했다.활활한산등성이를달래듯소나무들이군데군데다독이지만,가을은날이갈수록제몸에겹다.

하루를여는아낙들의첫두레박질은조신스러웠다.새벽어스름빛을더듬어가며밤새흐트러진쪽머리를참빗으로빗어비녀를꽂은후문지방을넘었다.다른식구들이깰세라살며시내디딘걸음으로소리없이두레박을내렸다.집에일하는이가있어도이일은주로안주인몫이었다.

마치유치가돋는잇몸처럼구겨앉은팔다리가근질거리고,마당을넘어오는새소리에도가슴속에이랑이일고,추녀에서댓돌아래구르는빗방울소리도가슴을적신다.한숨이자주터지고,본적도없는어머니얼굴을새겨보느라자주사진첩을열었다.색이누런단한장뿐인결혼사진속새끼손톱보다작게희미한윤곽의여인은아무리보아도낯설다.그낯설음은늘상금스스로천애의고아임을재확인한다.누가몰래뚫은듯가슴에는맞바람이지나간다.

몸을섞진않았지만혼례를올려엄연히남편의자리에있었건만자신은매사너무나소극적이었다.낯선시집살이에서연이가느낄고충을알면서도짐짓못본척외면했다.비겁함에관한호야의자책은잘벼른송곳처럼깊이아팠다.

농악대악기중가장큰울림을내는징은혼자서는소리를내지않는다.누군가그숨은징채를빼앗아치면,번쩍번쩍동네방네소문으로퍼져나가고,상금은일생불행속에서살아가야한다.대보름밤달빛아래,어느가여운달꽃비밀하나를위해갑산댁은이튿날부터장독위에아침저녁정화수를올렸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