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변명 (김종건 시집)

우아한 변명 (김종건 시집)

$13.00
Description
살아 있음을,
살아 있음의 이유를,
살아감의 정체성을 위하여.
저자

김종건

1964년서울출생
추계예술대학문예창작과졸업

〈시집〉
『우아한변명』
『은밀한목욕』
『바퀴벌레공생기』
『그곳에내가있었네』(5인시집)

목차

5 시인의말

1부 파(波)

12 예순즈음
14 개장(改葬)
16 4월,오후
18 목련
19 독백
20 쓸만한이별
22 후회스럽지않게
24 부활절소묘
25 못생긴노래
26 잠깐,봄
28 희망론(論)
30 몸살날땐미용실에가자
32 봄의그늘

2부 란(瀾)

36 밥그릇
38 지붕없는집
40 여름동화
41 귀가
42 장마혈전
44 영종도에서
45 말복(末伏)의만찬
46 첫사랑
48 땀띠
50 철들때를기다린다
52 요란스럽지않게
53 섣달그믐
54 아련하다

3부 만(萬)

58 산에서내려가기
60 걸어서세계속으로
62 고시원유씨(氏)
64 그리운동화
66 시덥지않은
67 소나기
68 골목에서
70 해피뉴이어
72 단풍놀이
74 독거(獨居)
76 환절기의노래
77 가훈
78 파란만장한영화를만들고싶다

4부 장(丈)

82 우아한변명
85 그냥,봄
86 공원에서
88 입동(立冬)근처
89 12월
90 개기월식
92 겨울,포구에서
93 여자빨래가없는풍경
94 바느질을하며
96 하루
98 갱년기의밤
99 동지(冬至)
100 그리운사람이되고싶다

해설
102 우아한시작(Reborn)을위하여_권정희(前추계예술대문학부강사)

출판사 서평

우아한시작(Reborn)을위하여
-김종건,『우아한변명』에대한감상

권정희
(前추계예술대문학부강사)



1.여름날,인터뷰

시인은찰스디킨스의책을읽고있었다.정확히『두도시이야기』란제목의책이었다.‘프랑스혁명이배경이었던것같은데…’옛기억속에묵혀두었던책의내용을간신히불러내려던참이었다.눅눅한여름장마의틈새로새나온쪽빛이책사이에내려앉았다.책과시인사이로은은한빛의아지랑이가일었다.요란한비처럼동요하지도,숨막히는더위처럼일렁이지도않는,몹시평온하고싱그러운장면이었다.시인이반색을건네는것도잊은채나는우두망찰한폭의그림과같은순간에스며들었다.

“대체어떻게시를쓰세요?”

삶속에서세번째자기완성을맞이할수있다는것은어떤의미인가.세번째개인시집을엮어낸시인을향해나는묻고싶었다.살다보면누구나한번쯤시에대한열망을가져보기도한다.그러나그열망을한가지길로꾸준하게연결시킬때,그것은희생이되고완성이된다.꾸준함을담보하지않는한,희생을감수하지않는한열망은결코완성될수없기때문이다.내가아는시인은두아들을키우는가장이자,실리콘기술을능숙하게발휘하는건설노동자다.그나마장성한아들들은출가를해서부담을덜었지만,여전히한낮대부분의시간을현장에걸어두어야만하는시인이었다.그에게있어시를위한꾸준함이란,기꺼운희생이란대체어떻게허락된단말인가.나는가슴한편에서서너번도넘게고개를가로저었다.
그러나묻지않기로했다.올곧게써낸오십여편의시는이미시인의것이었다.꾸준하게지켜낸열망으로또한번완성의순간을맞이한그는누가뭐래도시인이었다.곧대체어떻게,얼마나많은것을견디기에이토록오롯이써낼수있느냐는질문은아무래도외람되다.에어컨에서흘러나온엷은바람에커피가출렁였다.어쩌면내마음의흔들림이었을지도모를,분명한감정.그것은경외감이었다.

“정말꾸준하세요.직업이라그런가요?”
“내직업은노가다지요.”
“네?그럼시인이아니란말씀이세요?”
물론릴케의말처럼‘직업’이란시인을굳건하게서있도록해주는뿌리일수도있다.그럼에도이토록꾸준하게개인시집을낼수있는사람이시인이아니라면대체누가시인이겠느냐,건설현장에서의일은일상에서보조적인역할을해주는정도가아니겠느냐…나는조금은얄궂은질문들로시인을보챘다.시인은커피향처럼푹누그러지는웃음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