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손톱하나로>
반짝이는손톱하나로
절정의남자를찌르며
세상주무른
양귀비클레오파트라도있지만
땡볕에앉은어머니는
갈퀴손톱으로
흙의절정을긁어주며
둥근감자알을토해내게하셨다.
<눈부신것은눈으로보는것이아니어서>
늙으신아버지가늙으신어머니등을긁어준다.
늙으신어머니가늙으신아버지의낯을씻겨준다.
등과낯에피어오른저승좌표들
다시없을마지막밤
서로에게수의를입히는
묵묵한염습
서로몸을닦아주며
가슴떨며내밀던첫손을
아,첫입술을닦아넣으며
순장
서로의분신이었음에
두손꼭잡고걸어나가는소풍
제상도위패도없이
사랑하였기에어디든둘이면되는
저만치가있을
나란히걸어가는두사람의
부음
<아침골목에서듣는시>
아침골목에서시소리들이들렸다.
새소리물소리들꽃소리같았다.
쌀씻는소리변소가는소리
머리감는소리펑펑함박눈같은물소리들
헌냉장고에서나오는반찬들의헛둘셋목쉰구령소리
신김치소리콩나물국소리
옷입는소리
지퍼단추들의응원소리
사람이나가는소리
사람이남는소리
아침골목은
그런시낭송들로가득했다.
<프랭크시나트라>
스치는것들이잊힐까
스치는것들을잊을까
온몸으로받아적은초고들을조심조심
창가에걸어두고망원경을들고나오는프랭크
그초고를망원경으로읽고또읽고
글은쓰는것이아니라받아적는것이라
제대로받아적었는지
자리를바꾸어가며
앉았다일어났다몇날며칠
스친말들바르게받아적었는지
망원경으로읽고또읽은프랭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