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맥들 (윤석원 소설집)

쑥맥들 (윤석원 소설집)

$16.00
Description
자아와 세계의 균열이 원환적 고리를 이루면서 하나가 되어 행복한 시대를 펼쳐 보여줄 것이다.
텍스트가 갖는 상징이나 비유를 채워 읽는 것은 독자의 권리이며, 독서의 과정이다.
여덟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윤석원의 소설집 『쑥맥들』은 윤석원의 장편소설 『광주에 가고 싶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민주를 되새겨 보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즉 자아와 세계 사이의 심연과 같은 균열을 『광주에 가고 싶다』에서 보여주면서 마무리했다면, 이번의 소설집은 간극이 원환적 고리를 이루면서 하나가 되어 행복한 시대를 펼쳐 보여줄 것인가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물론 기대라는 것이 충족되거나 배반당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 역시 역동적인 독서의 과정인 셈이다. 텍스트의 상징이나 비유 너머를 채워 읽는 것은 당연히 독자의 몫이며, 고유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모든 독자들이 그 권리를 충분히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_한채화(문학평론가)
저자

윤석원

저자:윤석원
명지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전공)졸업.
건국대학교법학과졸업.
1993년단편소설「춤」으로등단.
한국문인협회,한국소설가협회회원.
〈장편소설집〉
『환생유혹』(上下권,태성출판사,1997)
『어머니품안에는』(그림글자,2006)
『광주에가고싶다』(새미,2011)
〈단편소설집〉
『남자가사는법』(정은문화사,2004)
『우리고향』(도화,2017)
『쑥맥들』(청어,2025)

목차


작가의말6

쑥맥들12
동상이몽40
팔랑귀66
벽,넘다94
낯선외출118
게걸음148
중심잡기174
계영배202

해설│한채화(문학평론가)_자아와세계의심연228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세번째묶는단편소설집입니다.
다행이라기보다어쩐지부끄럽습니다.
그알량함을겨우유지한소설가모습입니다.
능력도모자라고,
노력도많이부족했으며,
거기다게으르기까지했습니다.
여전히민망한것은8년만에내놓으면서도여기에싣는여덟편소설이나름의몫을다해주리라는바람과기대를하고있어서입니다.당치도않겠지만그만큼의용기가없었으면또올해도책내놓기를포기했을겁니다.고맙고감사하게도레지던스프로그램기회를얻어‘토지문화관’,‘부악문원’의창작실을이용할수있었던덕분에이번소설집이완성되었고,또한이렇게면목없음을대신합니다.

작품에관한변명이나설명은불필요하겠지요.독자의눈이더분명하게읽어내실것이니,판단을기다리는수밖에요.‘근년에읽은소설가운데이렇게풍자성과골계미를갖춘작품을보지못했다.’는어느평론가의해설을다기대할수는없겠지만,아무쪼록읽고,나름의도움이되는무언가를얻어내시기를바라는마음입니다.뿐만아니라워낙에책을읽지않는시절이어서,책을볼수없으면듣기라도해야한다는절실함으로대신책을읽어주는세상입니다.어쩌든지쓰는사람도읽는사람도더많아졌으면하는희망입니다.

딱하나뿐인재주가어쩌다글쓰기가되었는지알수없으나,그재주를풀어먹고살기는벌써물건넌듯하나,그냥요렇게명맥을놓지말고더오래오래쓸수있기를소망해봅니다.그야말로실속없는직업이라고흉보면서도그냥마냥지켜봐준각시가어쨌든지고맙고,이제는아웅다웅해봐야다소용없을때가되었으니다행입니다.새로운것보다는익숙한것이좋고,즐거움보다는조용함이,미움보다는예쁨이무작정좋으니어쩝니까.더는비우고채울필요도,내려놓고올라갈이유도없어졌다는뜻입니다.우리는그저건강하십시다.

이번에도동료라는의무감덕분에평론을책임해주신한채화선생님고맙고,청어출판사노고에감사하고또응원합니다.
2025년6월윤석원

책속에서

‘역사와전통이찬란한룡대龍大중학교’는그들이자랑스러워하는모교다.나이도불문,때와장소도없었다.묻지도따지지도않고동문누구나꼭그렇게힘주어모교를소개했다.큰용과용대가리중뭘더선호했는지아직도결론에이르지못했으나,하여튼지자나깨나모교를사랑하는마음들은한결같았다.뭔허풍이고,개뻥이냐따져도어림없고어쩔수없다했다.언제부터누가먼저그랬는지알수도없었다.하여간졸업생모두는흑룡이든백룡이든청룡이든승천하는용처럼되라는염원이그냥저냥전통으로전해졌으리라.덕분인지이름만으로도알만한훌륭하고또출중한선후배들도다방면에여럿있다.도시의명문학교들에비하면‘새발의피’겠지만.아무튼그들모교는잘라도道목살군郡심두면面죽수리里에있었다.하지만현실의인구절벽을일찌감치극복할수없었기에몇해전폐교가되었고,군소재지학교로통합되었다.

오늘27회재경모임이있는날이다.한때육십여명넘게참석하기도해서열정이넘쳤다.그리고더잘나갈때는재경총동문회를좌지우지할만큼힘을과시했지만오늘은스물셋이모였다.이만하면그래도그열의가아직살아있다는그들만의자긍심이요,증표였다.몇놈이늦게라도참석한다고설레발이지만나타나봐야알일이고.여자는달랑둘나왔다.졸업당시다섯학급중여학생은한반이었다.지역적특성도조금있었겠고,복잡한생각아니라도여러불균형한모습에서비롯된그시절의결과물이었으리라.그래서그랬는지여자동창들존재감이덜한것도사실이고,총동문회도여성참여는귀했다.

무엇보다오늘참석자가적은이유는그뜬금없던코로나19여파가크다.나라안팎으로무섭게감염되고,사망자가늘어날때는예측이불가능할만큼공포였다.나라마다방역에대한차이는있겠지만현재우리는한고비를넘은것같다고마스크착용의무를완화했다.했는데도마스크를쓴사람이더많다는것은그두려움때문이다.그리고나이탓도있으리라.그들스스로가‘그새’와‘어느새’라는말을편안하게나불대고있고,또그럴것이이제는만나이를사용하기로했어도어차피노인으로포함되었으며,지하철무임승차를하네마네,노인나이를더올려야한다는등등의중심에선,그래저래말도탈도많은‘58개띠’그들이다.그러거나말거나이런저런사정으로서둘러소풍끝내고돌아간놈들도여럿있다.

일찍도착해몇순배가돌았는지벌써거나해진놈들이저안쪽에서이러쿵저러쿵,떠들썩하다.내집처럼편안하라고,또동창들을위해서통크게저녁장사도접었단다.요강인지호강인지모처럼대접받는기분,오랜만일것이다.공식적으로딱3년을만나지못했으니,그럴법도했다.뿐만아니라그들에게썩괜찮은친구였고,검은호랑이처럼살고자했던,죽는날까지그들의회장을할것같았던공달수가임인년을다채우지못하고갑자기죽었던때문이기도했다.그냥웃자고했던말인데,공교롭게도달수는소원대로죽을때까지회장자리를지켰던셈이다.

오늘급하게모임을주선한이유도그빈자리를채우고자해서다.뭐그리대단한직職이라고이미두놈이물밑작업을하고있었다.달수를최고라믿고의지했으며,많은것이비슷했던현총무인모병식이벌써부터회장되겠다고준비했었다.그리고또한명.어느조직이든리더가달수처럼오래버티면문제가발생하기마련이라던,국가공무원을퇴직한고복만도후보로나왔다.면소재지에살았던둘은어려서부터서로가못난놈이라꼬집고싸웠으며,오늘날까지도들었다놨다서로를인정하지않는사이다.

드디어총무가식당출입구에서마이크에바람을‘후후’넣었다.우선느닷없게세상을뜬,우리들친구공달수회장의명복을한번만더빌자며,술잔을내밀었다.얼떨결에잔을들었지만이건또뭐지!?하는표정들이많다.그막간을이용해오늘논의하고결정할용건을꺼냈다.그리고촌놈들이서울에올라와계묘년,이봄날까지무탈하게살았고,또코로나를잘견디고요렇게참석해줘서고맙고감사하단다.‘역사와전통이찬란한룡대중학교’졸업생우리는사는날까지명문의자존심을지키면서우리들모임을더발전시키잔다.공감하는놈도있고,서두가너무길다불평하는놈도있어서총무모병식사설은더진행되지않았다.누군가고복만도한마디하라부추겼다.기다렸다는듯,복만이일어나역사와전통타령은그만우려먹고,우리도실속을차리잔다.이제부터는누가먼저갈지모르고,다음모임때누가또빠지게될지알수없다.회비도현실화시키고,더자주만나서자유롭게놀아보잔다.둘다옳은말을했는데,벌써부터병식이의견에반대하는놈도있고,복만이의견을견제하는놈도있다.지지와견제만으로도금세분위기가썰렁하다.애들장난도아니고,그럼노망전조증상들인가?물론민주국가에서의견조정이나타협과협력은당연하다고했다.막무가내,고집불통으로몰아붙이는게문제지.시작부터놈들의눈치코치가뜨거워져회장선출끝이기대되는바이다.우연인지모르겠으나식탁한쪽은병식을,또한쪽은복만을좋아하는놈들끼리끼리앉아있다.서로웃고떠들고있지만속내를숨기고있는꼴들이꼴같잖게그럴듯해보인다.요즘은동문회뿐만아니라이런저런모임에서도감투를서로쓰지않겠다고난리들인데,참별일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