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풀 (조홍래 시집)

딱풀 (조홍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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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붙잡히지 않는 생의 접착면
조홍래의 『딱풀』을 읽고

이영철
(소설가·한국소설가협회 부이사장 역임)


조홍래의 시는 삶의 ‘붙음’을 말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결합이 아니라 상처를 봉합하는 사랑의 의식이다. 표제작 「딱풀」에서 그는 “붙는다는 건 누가 누구를 품는지가 아니라 / 서로의 상처를 흔적 없이 봉합하는 일이다”라고 쓴다. 이 한 구절은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존재의 윤리를 요약한다. 시인은 ‘붙는다’는 행위를 통해 부서지고 흩어진 세계를 다시 이어 붙인다. 그것은 회복의 언어이며, 살아남기 위한 연대의 형식이다.
그의 시편에는 ‘상처’와 ‘치유’, ‘기억’과 ‘그리움’이 교차한다. 「우편함」에서는 “먼지만 차곡차곡 쌓이고 바스락거리는 전단지들 / 읽히지 못한 마음처럼 무게를 잃고 흩어진다”고 쓰며, 부재의 시간을 견디는 인간의 마음을 조용히 응시한다. 흩어진 마음의 잔해 속에서도 시인은 늘 ‘붙음’을 찾아간다. 「끝나지 않은 설레임」에서 “흔들리는 전철 안 / 파도에 잠긴 노을처럼 잊고 지난 가슴 언저리 / 분꽃 한 송이 번져 오른다”는 구절은, 일상의 흔들림 속에서도 다시 피어나는 생의 불씨를 포착한다.

조홍래의 시는 체온의 언어다.
그는 감각의 세목을 통해 관계의 부서진 면들을 포용한다. 「마카롱」에서 “달콤함이 다 녹아 없어진다면 / 나의 하루도 그대 빈칸으로 진열되겠지”라며, 부재의 쓸쓸함조차 감싸 안는 온도를 남긴다. 그 온기는 「말간 햇살」에서 “소리 없이 깊게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은은한 빛 / 아직 열리지 않은 그대라는 햇살”로 확장된다. 빛과 온기의 이미지가 그의 시에서 자주 반복되는 이유는, 삶의 어둠을 견디는 힘이 결국 미세한 온도에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학은 ‘붙음’에서 ‘그리움’으로, ‘그리움’에서 ‘삶의 의미’로 이동한다. 2부의 「저릿한 그리움을 입는다」는 그 연속의 정점에 있다. “당신이 입던 셔츠를 꺼내본다 / 헐렁한 팔 안에 지워지지 않은 온기가 남아있고 / 나는 그 안에서 살이 저릿한 그리움을 입는다.” 여기서 그리움은 단순한 회상이나 상실의 감정이 아니라, 존재를 구성하는 감각의 형태이다.
저자

조홍래

계간 《한국작가》 신인 작품상, 계간 《문학고을》 신인 작품상을 수상했다.

목차

5 시인의말_갈무리


1부 비 갠 다음 날

12 끝나지 않은 설레임
14 마카롱
15 우편함
16 은하수 저편
18 딱풀
20 비 갠 다음 날
22 그네
24 마술사
26 빨간펜
27 라일락 향
28 헤어진 적 없는 현실
30 와인
32 빈 버스만 지나간다
33 네잎클로버
34 말간 햇살
35 양동이
36 원고지
37 인형극
38 가을 허수아비


2부 저릿한 그리움을 입는다

40 저릿한 그리움을 입는다
42 옷장 1
44 옷장 2
46 리어카
47 구두의 불빛
48 사마귀
49 자장암 금와보살
50 푸른 흔적
52 빛보다 먼저 오는 어둠
54 서울역 개찰구
55 솟음
56 구겨진 하루
57 물레 위의 곡예사
58 붉은 반점
60 낮은 곳의 별


3부 여백

62 여백
64 나사못
65 잔향
66 세월의 무게
68 들풀
69 개복치
70 안경
71 시계추
72 무화과
73 비둘기 집
74 언양성당
75 소풍
76 대곡역에서


4부 귀로

80 진관사
82 할미꽃
83 아카시아 꽃눈
84 쌍계사 화등
85 아담과 이브
86 황조가
87 삶의 의미
88 금강의 노을
89 에티오피아 커피
90 생강나무꽃
91 고물상
92 보름달
93 중앙선
94 꿈을 꾸고 있습니다
95 가을여인
96 마음은 당신입니다
98 봄바람 향이
99 모래성
100 동백꽃
101 보고 싶네그려


5부 고향
104 집이 집을 지키고 있다
106 찾아오지 않는 이유가 있다
108 고향 강원도
110 붓꽃
111 낯선 침입자
112 아버지와 바다
114 공생
115 두더지
116 콜로세움
118 들개
119 된장
120 백로의 기로

발문 _이영철(소설가·한국소설가협회 부이사장 역임)
124 붙잡히지 않는 생의 접착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