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자라보고놀란가슴솥뚜껑보고놀란다고,김씨는46년전인1979년부마사태(부마민주항쟁)가터졌을때,부산에서계엄군으로활동한적이있어머리가쭈뼛섰다.화면에나타난헬기와군인들의실시간국회침투상황은영화의한장면을방불케했다.
“계엄?분명계엄이라고했지.”
12·3비상계엄은몇시간도채걸리지않아국회에서해제안이통과되었고,국무회의에서없던일로일단흐지부지되었다.
“맞아,내예감이맞아떨어졌어.오발탄!똥볼차기!헛발질!말야.”
가족들이모두해외에서살고있어졸지에독거노인이된김씨는이렇게누군가와대화하듯이자문자답하고있었다.화장실도거른채잠시도TV에서눈을떼지못하고촉각을곤두세웠던것은기자출신이라는직업병탓도있었다.
-본문13쪽에서
‘새삶을준비하는희망과사랑의집.’삼청교육대군용막사의밤풍경은늘욕설과육두문자가날아다녔다.
기봉은5주동안의삼청교육을다마치고사회로복귀하게되었다.스스로추스르기힘든반병신의몸뚱어리를끌면서가는모습이고랑고랑했다.수염은길었고머리는산발,땀에쩐옷에서는고린내가풍겼다.찢어진옷과신발,영락없는상거지에다나무지팡이를짚고절룩거리는모습은차마볼수없을정도로처연했다.
“기봉아,이젠당하고만살지마라.가만히있으면가마니인줄알고집적거리는게세상의못된인심이다.마귀가때리면너도때려,맞고만살면평생그꼴그신세못면한다.구만리같은청춘!너도사람답게살아봐야하지않겠니?꿈속에서만복수혈투를벌이지말고.제발.”
기봉이에게하늘의계시인듯한복음이들려오는것같았다.설핏한하늘저편으로사그라지는노을은짙푸른바다를핏빛으로물들이고있었다.감만동판잣집을향해절쑥절쑥걸어가는모양이몹시애처로웠다.
-본문109쪽
“동백씨!오늘은우리의밀린이야기나실컷합시다.”
“아까말해준거잊지마세요.”
“하므,국제마약범죄!머릿속에단디메모해두었습니더.걱정마이소.”
그날두사람은도큐호텔방에서여러해동안쌓인회포를푸느라밤을하얗게지새웠다.계엄군,부산다방,최애곡‘열애’,‘돌아와요부산항에’,감만동집,어머니와동생기봉,방위병,헌병대,삼청교육대,‘빨간모자’조교,동백섬,동박새,자갈치시장아나고회,영도다리,태종대,갈매기등갖가지화제가봇물터지듯쏟아져나왔다.두사람은나란히누워서서로의손을잡고서러운세월만큼꼬옥껴안았다.
동백과의꿈같은‘도쿄밀월3일’을즐기고귀국한김준수는우선박민혁형사를찾았다.
-본문2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