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던 말(馬)- 청어산문선 15

말 없던 말(馬)- 청어산문선 15

$16.00
저자

이광순

저자:이광순
서울마포출생
2011년계간《문파》시등단
2020년《월간문학》수필등단
2016년삶의향기동서문학상수필부문동상
2022년매일시니어문학상수필당선
2026년경기문화재단출판지원선정
『말없던말[馬]』수필집발간

현한국문인협회회원
현대표에세이회원
현동서문학회회원

목차

작가의말4

1부?모든이의아침

산토리니에스며들다14
크레타섬의깊고푸른빛19
바다위의아테나,로도스24
모든이의아침28
낯선길32
보스니아의두다리36
아르항가이에서의하루39
내안의숨표를찾아서43
시간의클러치를조절하며48

2부?떨림이울림이되는

그날,음악이내안으로들어왔다56
아드린느를위한발라드60
두겹의라흐마니노프64
‘옛사랑의노래’를듣다69
음악회를갔다73
떨림이울림이되는77
턴테이블과LP한장81
말러가묻고,내생(生)이답하다85
록할미의‘April’89

3부?허물의말들이박혀있는

은단의맛94
허물의말들이박혀있는98
발자국103
서대문,젖은시간의냄새107
옛집111
질그릇같은사람115
부화하는저녁119
무릇122
집을짓다126

4부?물듦의시간

물비늘이된심장들132
연꽃소묘136
이마위의재140
전해지지못한사진한장144
하모니148
물듦의시간152
푸른코끼리를만나다155
마포언덕옆아파트159
레와미사이의틈163

5부?말없던말[馬]

‘노아의숲’이이어주는길168
마중물173
기계치와길치그리고177
다정함이그립다182
궤도(軌道)의시간187
대숲에서듣다191
전과다르게살아보기195
모란의시간200
말없던말[馬]204

해설
박덕규문학평론가_비움과채워짐의미학210

출판사 서평

말하지못한마음이풍경이되어
사람과시간을다시부른다

이광순의수필은여행을관광체험에머물게하지않고,음악을단순한해설로끝내지않는다.낯선길은자신과세상을새롭게바라보게하는성찰의자리가되고,음악은내면깊이숨은감정을불러내어위무하고정화하는삶의동반자가된다.어린시절의가난과가족의기억,죽음과이별,일상의관계또한부드럽고묵묵한문장속에서되살아난다.보이는것에집착하는마음을비우고보이지않는세계를돌아볼때,그빈자리는오히려더깊은의미로채워진다.『말없던말』은연꽃이진흙을품어꽃을피우듯,상처와침묵을삶의성숙으로바꾸어가는한사람의여정을보여준다.
-박덕규(문학평론가)

이광순의글은오래된노래한곡,은단한알의맛,낯선길에남은발자국에서시작된다.무심히지나쳤던사물과풍경을가만히들여다보면그속에서아버지와어머니,먼저떠난친구와젊은날의자신이걸어나온다.“유년의기억이머무는곳이고향이다.힘든기억마저도다정해지는.”이라는문장처럼,작가는지나간시간을아름답게꾸미기보다지금의눈으로다시만져본다.
여행지에서만난섬과오름,공연장에서들은음악,마당의꽃과오래된턴테이블은모두삶의한때로이어지는길이된다.그리고끝내하지못했던말들은몽골초원에서마주한말의깊은눈망울처럼오래가슴에남는다.『말없던말』은그렇게마음속에묻어두었던사람과시간을하나씩불러내어,“과거의떨림을소중한울림으로치환해내는”수필집이다.
-청어편집부

책속에서

내차는수동식이다.수동식차는클러치감각이중요하다.이번여행중에신호대기를하다가출발할때클러치를서서히놓아야하는데급하게놓은탓에세번쯤시동을꺼뜨렸다.뒤차에미안하다는깜빡이신호를보내고다시출발하면서아마사는동안에도시간의클러치를잘조절하지못해덜컥거렸던,혹은절망으로시동을꺼뜨리던순간들이얼마나많았을까하는생각을한다.실은이번여행을떠나기전에도그랬다.평소같으면그냥지나쳐버릴말들이버겁게느껴지던순간가슴속에서급하게놓아버린클러치가덜컥심한진동을일으켰다.
돌아오는길은국도로쉬엄쉬엄왔다.삽교천해안공원카페에서이틀동안보았던바다와는또다른갯벌바닷가를바라보며커피도마셨다.산사에서,성지에서걷다가만났던여여(如如)한사물과바닷가에서일몰을기다리던시간은내게치유의시간이었다.늘달려갈‘그곳’이있다는것에대한확신과클러치를잘조절할수있는왼발의감각도돌아온것같다.
-「시간의클러치를조절하며」중에서

에른스트블로흐는‘음악을들을때우리자신을듣는다’라고했다.즉음악을듣는다는것은자신의내면을들여다보는일이라는뜻일것이다.같은곡이라도계절이나상황에따라다르게들리는것은그의말처럼연주되는선율위로내생각이실리기때문일것이다.요즘도공연장에서관현악을들을때면유독마음을잡아끄는한악기의소리를쫓게된다.그렇게음악을빌려때로는관악기에,때로는현악기에나의사유를싣는다.
음악에심취하고그안에서위로받으며살수있게된것은,그날팀파니가전해준‘쿵’하는놀람이내생의박동으로들어와준덕분이다.
-「그날,음악이내안으로들어왔다」중에서

몽골에서말과헤어지던날.잘지내라는내말을알아듣는듯머리를들고멀리울음을울었다.그말은말을하지않았다.다만네굽으로땅을두드리며자신의존재를알려주었다.가끔그둔탁한타격음이내심장소리와섞여들고,먼기억속목마가다시삐걱거리며되살아난다.그럴때면이말의등에앉아어딘가로부단히달려가고있는것같다.그리고말이없던말이그리울때가있다.아무말없이내넋두리를들으며눈만끔벅여주던말이,아니면그런사람이.
-「말없던말[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