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과 미꾸라지 11 내 생각은 맞고 상대는 틀리다 20 자리다툼, 그리고 하나님을 난감하게 하는 기도 31 화수분 된 부활주일의 탄원서 37 퍼져나간 소문 그리고 회상 43 그러나 대답은 같습니다 52 어수선한 문패 달기 66 술렁이는 소문, 편 가르기 73 그냥 밥이나 먹자 94 행복해야 할 4월이 잔인한 4월로 100 깨진 계란이 이룬 마을 107 이슬비와 소나기 113 바위가 입을 열다 123 □□일간신문과 바위 얼굴 132 ○○지방신문과의 약속 139
[시] 혀 밑에 숨겼던 말 146 에덴동산 탐방기 148 이제는 효도 신발을 버려야 할 때 150 나를 빨다 152 볼록렌즈 154 아낌없이 주는 꽃 156 오아시스에 발목 담그고 158 이리 가져오너라 160 행주와 걸레 사이에서 162 One way navigation 164 맺는말 166
『계란으로 바위 치기』는 교회 공동체의 갈등을 통해 신앙이 권력과 이해관계에 휘말릴 때 무엇이 무너지는지를 묻는다. 재정 문제에서 시작된 목사와 장로의 대립은 해임과 탄원서, 행정심판과 고소로 번지고, 한 식구로 지낸 교인들마저 서로에게 등을 돌린다. 작가는 어느 한쪽을 손쉽게 악인으로 규정하지 않고, 각자가 교회를 위한다고 믿으면서도 상대의 말은 듣지 않는 완고함을 응시한다. “상대가 틀리다고 하지 말고 다르다고 생각하면 문제는 해결됩니다.”라는 우지영의 말이 뼈아픈 까닭이다. 이 현실적 서사와 나란히 흐르는 것은 임지숙이 계란을 깨뜨리는 바위와 흙탕물 속 물고기, 바위 틈에 마을을 이룬 작은 생명들의 이야기다. “묻히는 진실도 있지만 수면 위로 올라오는 진실도 있거든요.”라는 문장처럼, 무모해 보이던 행동은 침묵을 깨는 증언이 되고 상처의 흔적은 생명을 품는 틈이 된다. 마침내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계란이 깬 바위 속 마을’로 뒤집히는 결말은 이 작품의 인상적인 반전이다. 사랑과 공의, 순종과 맹종, 신앙과 권력의 경계를 돌아보게 하며, 상처 입은 공동체가 다시 사람을 품으려면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묻는 소설이다. - 이영철 (소설가·한국소설가협회 부이사장 역임)
책 속에서
[장편소설]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개나리꽃이 목젖이 보이도록 하품을 하는 오후 시간인데 임지숙 장로가 또 그 자리에서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있었다. 산을 오르내리던 사람들이 수군대기도 하고 이미 익숙한 듯 무관심한 표정으로 지나치기도 했다. 이미 한 판으로 얼굴 절반을 뒤집어쓴 바위는 남아있는 한 판이 나머지 전체를 바르도록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고, 전과 달리 그 장로는 구운 달걀을 바구니 가득 담아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권하기도 했다. 언젠가 봤던 사람인 듯 낯익은 사람들이 구운 달걀 먹어도 되느냐고 다가왔다. 고개를 끄덕이던 임 장로가 알아보고 인사했고 그들도 반갑다며 악수를 청했는데 낯선 얼굴 하나가 더 있었다. 전에 찾아왔던 유튜버들이었는데 작가와 함께 왔다며 소개했다. “지난번에는 그냥 영상만 찍어서 부족하기도 했고 서둘러 끝내느라 스토리가 없어서요.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 상황을 좀 말씀해 주셨으면 하는데요.” “지금으로선 그 말씀을 다 드리려면 너무 길고, 언젠가는 우연히 알 수 있을 때가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진실은 드러나니까요.” 간접적인 거절이라는 생각에 그들은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번 부탁했다. “그 일은 이 바위가 깨지는 날 답이 나올 겁니다. 잠시 저 아래로 가 보실까요?” 그들은 뭔가 희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얼른 따라나섰다. 언젠가 그녀를 책망하던 사람에게 보여줬던 작은 개울로 그들을 안내했다. 작은 웅덩이에서는 그 물고기들이 몸을 숨기지 않고 헤엄치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이 웅덩이에 지저분한 것들이 많았지요. 이 물고기는 그 환경이 당연한 것처럼 누가 볼세라 그 속에 숨어서 지냈고 건드리면 흙탕물을 튀기며 썩은 나뭇잎 속으로 숨었어요. 전에 어떤 사람이 나에게 미꾸라지가 온통 흙탕물을 만든다고 하길래 그 앞에서 쓰레기를 건져내고 맑은 물로 갈아줬지요. 처음엔 경계 태세를 하다가 다음날 보니 바로 적응이 되었는지 활발하게 헤엄치더라고요.” 그 사람들은 조금은 알 수 있다고 했지만, 여전히 아쉬운 표정이었다. “말하기 힘든 어려운 사정이 있으시군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마음의 변화가 생기면 연락 주세요.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연락처가 새겨진 명함 세 장을 놓고 산을 내려갔다. 임지숙 장로는 미안한 마음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바위 아래로 떨어진 계란 껍질을 비닐봉지에 담았다.
[시]
혀 밑에 숨겼던 말
투박한 손에 잡힌 부지깽이가 움직일 때마다 소란스러워지는 혀 같은 불꽃들 저마다 일어서서 뜨겁게 열변을 토한다 아궁이 앞에 앉은 늙은 어미에게 한마디 해 보라고 뜨거운 혓바닥 길게 빼지만 입을 닫은 채 슬쩍 물러선다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그만두던 가마솥이 푹푹 한숨을 쉬자 벌떡 일어선 부지깽이의 심상치 않은 위력에 하나둘 조용히 자리에 눕는 혀
솥뚜껑 소리에, 갇혀 있던 냄새 사방으로 흩어지고 사태를 파악한 쉰세 살 아들의 행동이 제법 빠르다 동치미 한 대접과 고구마 한 접시가 양은 쟁반을 가득 채우며 숟가락 들어올 자리 만드느라 뒤뚱거린다
문틈으로 들어온 저녁 햇살은 둘 사이를 가르지 못하고 손등에 내려앉는다 턱받이를 해 주고 숟가락을 쥐여주는 어미의 입은 늘 닫혀 있다 쉰셋 아들의 천진한 행동에 가끔 웃어 보일 뿐 바람난 남편이 문 앞에 선물로 두고 간, 오십 년 동안 성장이 멈춘 아들
아들보다 하루만 더 살기를 바라는 어미는 혀 밑에 숨겼던 말 꺼내놓는다
이 아이한테는 내가 하늘이여 나도 저분께 공짜로 받았응께 그중에서 한 줌 주는 것이여
계란으로 바위 치기- 청어소설선 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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