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온 안녕들 - 산지니시인선 16 (양장)

내가 살아온 안녕들 - 산지니시인선 16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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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지금-여기의 일상을 조명하는 일관된 시선
김해경 시인의 신작 시집 『내가 살아온 안녕들』이 산지니시인선으로 출간된다. 계간 『시의 나라』에서 등단하여 세 권의 시집을 출간한 김해경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지금-여기의 일상을 해부하며 삶의 풍경을 드러낸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시인은 감각을 열어 풍경을 새롭게 바라본다. 시인이 바라보는 일상은 보다 구체적이고, 감각적이며, 밝은 표면 아래에 미세한 실금이 자리하는 위태로운 세계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 세계를 외면하지 않는다. 곧은 시선으로 아래의 일상을 전시하고 조명하는 시인의 세계는 그들의 일상 자체와 위를 바라보는 화자들의 눈빛을 주목한다. 『내가 살아온 안녕들』의 시편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인물들이 살아온 내력과 함께 현재 내가 살아내고 있는 지금-여기의 일상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김해경

부산에서태어났고,2004년계간[시의나라]로등단했다.시집『아버지의호두』,『메리네연탄가게』,『먼나무가있는곡각지정류장』등을펴냈다.

목차

시인의말하나

제1부
토마토와고양이|바람개비보호구역|바람이불어오면좋겠다|내가살아온안녕들|메리크리스마스|티티카카호수로가자|뼈를누인다|박스하우스|울타리에대한의심|18번출구|재개발|높이의원근법

제2부
연애역사|치킨샐러드를먹어요|사건들|종점횟집|일기오보|베란다확장공사|門.닫습니다|한밤의뉴스|멈춘계절|뽕브라|불통사회|힐튼,보다|휘파람이나지않아|당근마켓|패디큐어와쇼핑백과1004번버스|맹종죽|신발장|거미염소|코로나유감

제3부
아기고양이가콩알처럼뒹구는한낮|남은팔목이가렵네|독백|엄마몰래동생과아지노모도를설탕처럼퍼먹다구역질과함께죄와벌을생각해본어떤날|정물|행운목기르기|벽에걸린시간들|귀가|목덜미|붉은지붕위로날아가는새처럼|오독이지나간다|울트라마스크|종려나무귀후비개|기억을붙들어매다|풍경이있었구나|전호나물|행복한식탁|밀밭가는길

제4부
총알배송|기상관측소가는길|수양붉은능금꽃|바람의역할|커튼콜|황야의틀니|ㅇㅇㅅㅋㄹ|시뮬레이션|커밍아웃|호러무비|한파특보

해설:아래로부터의일상-구모룡(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세계의아래에자리한미세한실금
김해경의시는일상을응시한다.일상은나날의삶을말한다.느끼지않고스쳐지나가면달라질게하나도없다.하지만타자와사물을민활하게받아들이는이에게시시각각의풍경은늘새롭기마련이다.풀밭을보더라도서서볼때와앉거나누워서볼때가다르다.확연히다가오는다양한풀잎사이로여치가송아지만큼커질수있다.감각을열고서지각할때삶은생동한다.구체적인것(theconcrete)의어원은함께한다는의미를지닌다.풍경의세목에충실할때경험은풍부해질수밖에없다.단지사물로다가오는대상이아니라삶의풍경은매우복잡다단하다.김해경시인의눈길은자연사물을향하기도하지만그보다자기를포함한타자의일상적삶을향한다._구모룡(문학평론가)

각시편들에는우리가매일목도하고스쳐지나가는현장이담겨있다.“아침마다커피찌꺼기를먹은행운목”에“쥐약같은직사광선”을먹이고,“고객님을위한단기카드대출”(「행운목기르기」)안내문자를본다.리어카에실려가는토마토를바라보며“너무익어터져버린토마토의결사이로파리가들끓는계절이오고지루한세계가가는것을”(「토마토와고양이」)지켜본다.어느종점횟집의수족관속에서는“산소의기포는더욱약해지고/죽어가는생선의아가미가가엾어”(「종점횟집」)지는광경을목격한다.
시인이응시하는세계는놀랍거나새로운세계가아니다.그러나시인의눈으로줌인된세계는우리에게조금낯설고흥미롭다.그세계는보통의일상과동떨어지지않으면서도눈에잘띄지않는미세한균열에초점화되어있다.균열의모서리를더듬어찬찬히살펴보는시인의눈에는극진하고안타까운마음이스며있다.


▶파리가들끓는계절이오고지루한세계가간다
김해경의시에서일상은위로부터진행되지않고아래로부터시작한다.꿈,환상,다른곳에대한동경이없는바가아니지만,이또한지금-여기의비참을말하는방법의목록일뿐이다.아래로부터의일상은시인의일관된시선이자오랜시적덕목이다._구모룡(문학평론가)

매일같은일상이지만사람이자리한위치에따라반복되는일상도그풍경을달리한다.시인이주목하는일상은“마른라면을부숴먹으며/손톱밑의때를쪽쪽빨고”(「메리크리스마스」)“파리가들끓는계절이오고지루한세계가가는것을지켜”보는지금-여기다.시인은아래의일상을전시하며그들의삶을똑바로응시한다.그렇기에가끔위를바라보는시선에서새로운세계에대한갈망을느낄수있다.“지하철1호선,발목이우그러진아기엄마”에게“더러운문명을버리고”“티티카카호수로가자”(「티티카카호수로가자」)며절대로갈수없는유토피아같은세계로떠나자고이야기한다.새로운세계를바라보고나아가는길은“더운여름깊디깊은지하에서계단을오른다는것”만큼힘든일이고,“사막의모래파도를헤쳐나가는것보다”(「높이의원근법」)힘든일이다.시인은막연하게희망적인미래로그들을데려가지않는다.다만그들이원하는세계와아래에서벗어나려고군분투하는인물들의갈망을전시하며지금-여기를되돌아보게한다.



<책속으로>
리어카에토마토가실려가네물러터지기직전의소쿠리앞에삐뚤하게쓰인?한소쿠리오천원,탱탱하고쭈글하고국물이삐질온갖잡다함이다섞여있어주먹으로콱콱으깨고싶은욕망이오르네욕망의열기가한창일때이야기이네.
―「토마토와고양이」부분

지금은모든경계가사라지고
일거수일투족이낱낱이까발려지는,
그런날들의연속입니다
우리의일상이
유리병속의작은물고기처럼헤엄치고있습니다
―「내가살아온안녕들」부분

내일은해피뉴이어,사람이여우리내일까지만살아있자
살아서한그루의사과나무를심자,이넓은광장에
―「박스하우스」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