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녀들이 밤에 경찰 수의를 지었다 (이중기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정녀들이 밤에 경찰 수의를 지었다 (이중기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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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해방공간 영천, 그 내밀한 풍경
이중기 시인의 신작 시집이 산지니시인선 18번으로 출간된다. 이중기 시인은 서글픈 농촌의 현실과 경북 영천, 대구의 10월 항쟁에 천착하여 한국 사회에 자리한 구조적 모순의 근원에 접근한다. 특히 이번 시집은 1946년 영천 10월 항쟁과 사건에 얽힌 사람들에 매달리며 해방공간 영천의 내밀한 풍경을 드러낸다. 시집의 제목인 “정녀들이 밤에 경찰 수의를 지었다”는 「불란서 문자로 쓴 영천 10월 11-1946년 10월 5일 주일」의 구절로, 늦은 밤 정녀, 즉 수녀들이 경찰 수의를 짓는 당시의 상황을 짐작게 한다. 한국의 현대사에서 10월 항쟁은 해방 이후 최초의 민중봉기였다는 사실에 비해 역사적 규명과 연구가 아직 미비하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기저에 자리한 영천의 슬픈 역사를 상기하고 10월 항쟁의 진실과 의미를 묻고 있다.
저자

이중기

1957년경북영천에서태어났다.1992년시집「식민지농민」을펴내고≪창작과비평≫가을호에시를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했다.시집으로「숨어서피는꽃」,「밥상위의안부」,「다시격문을쓴다」,「오래된책」,「시월」,「영천아리랑」,「어처구니는나무로만든다」가있으며,연구서「방랑자백신애추적보고서」와「원본백신애전집」(편저)이있다.

목차

시인의말하나

제1부
나는아직멀었다
우러러높고지극할슬픔
가지치기하다가
틀린말이아니다
오지,예순하나
나와한국농업정치사
자서소전自敍小傳
입암立巖에서머리숙이다
자술서
고맙다
논이두마지기나남았는데
산토끼와내열네살
톳재비우화
열네살지게대학보고서
도마가놓인자리
매상가마니와시집
여기는별의수도,영천
서정시에대한경고

제2부
골벌국骨伐國
기룡산이숨겨놓은풍경
막걸리면장
소똥국수
윤영실전
양밥
호래이가죽인지쪽제비껍디긴지
월남치마그여자
홍옥가슴
얼금뱅이미륵
치사한논쟁
흑발한뭉치
가리봉동에서보내온조난신호
난대나무여자
깊은풍경
슬픈이름들
기룡산북쪽산돌배나무
마리안과마가레트

제3부
문을열다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1-945년8월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2-945년9월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3-945년10월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4-945년11월11일주일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5-945년11월19일월요일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6-945년겨울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7-946년봄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8-946년9월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9-946년10월3일목요일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10-946년10월4일금요일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11-946년10월5일주일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12-946년10월7일월요일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13-946년10월8일화요일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14-946년10월14일수요일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15-946년10월15일이후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16-946년11월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17-946년12월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18-947년2월
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19-947년봄,이후
문을닫다

발문:기룡산산돌배나무의삼백쉰여덟살된생산성이라니!-박승민(시인)

출판사 서평

▶해방공간영천,그내밀한풍경

이중기시인의신작시집이산지니시인선18번으로출간된다.이중기시인은서글픈농촌의현실과경북영천,대구의10월항쟁에천착하여한국사회에자리한구조적모순의근원에접근한다.특히이번시집은1946년영천10월항쟁과사건에얽힌사람들에매달리며해방공간영천의내밀한풍경을드러낸다.시집의제목인“정녀들이밤에경찰수의를지었다”는「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11-1946년10월5일주일」의구절로,늦은밤정녀,즉수녀들이경찰수의를짓는당시의상황을짐작게한다.한국의현대사에서10월항쟁은해방이후최초의민중봉기였다는사실에비해역사적규명과연구가아직미비하다.시인은이번시집을통해한국현대사의기저에자리한영천의슬픈역사를상기하고10월항쟁의진실과의미를묻고있다.

▶석양속으로저물어가는농촌현실

핏빛석양속으로몰락의길을걷고있는‘한국농업사’와그뒤를참담한심정으로따라가는한늙은사내가눈에어른거렸다.그는여전히“맨발에고무신이편해지는예순도훌쩍넘겼는데/나는아직야성팔팔한농민쪽에서있다”(「나는아직멀었다」)라고는하지만,그에게도조금씩“영천강갈대밭도보이기시작”하면서“내가날내려다보며골똘해지는나이”가된것이다._박승민(시인)

1부에는한국농업과농업사에얽힌농촌의현실이전시되어있다.한국에서있었던수많은정권교체와농업정책의변화속에서도농촌은하염없이저물어간다.갈데없는절망감과“나는아이들에게농경문화유장함도물려주지못한죄많은족속”(「자술서」)이라는회한속에서시인의분노와서글픔은무럭무럭자란다.그러나“사표수리가안되는아직젊은농사꾼”(「오지,예순하나」)인그는여전히땅을돌보고밭을일군다.

▶역사의중심에놓인지역여성들

2부에서는영천지역과그곳에서구전되어내려오는여러인물들을형상화한다.특히영천지역을기반으로한여성들을서사화하며,소외되고번외로취급되었던‘지역의여성’을적극적으로역사의중심으로호명한다.시인은제월순,윤영실,마리안·마가레트수녀등황폐화된토지를재생시키고생명력을불어넣는여성들의행보에주목한다.“온산야초록캐고뜯고꺾어다식구들목구멍추슬렀던치마폭들”(「슬픈이름들」)은모진제도와관습의핍박을견디고이땅에뿌리내렸다.한그루의나무로자라난그들은스스로생명이되어새로운생명을탄생시켜나간다.

▶선교사가바라본1946년영천

대구에서온편지를읽으며읍내주민들과관공서사이어려움을짐작할수있었는데,2일에서3일로넘어간새벽한시에민중들시위가있었다군수가피살되었다보리공출과정에서가혹하게굴었던경찰들이암살당했다(…)원인은미군정이과도하게강요한보리공출과식량배급중단,철도노동자들의열악한조건,그리고물론독립에대한열망때문이다가련한한국!_「불란서문자로쓴영천10월9」부분

「문을열다」로시작하여「문을닫다」로마무리되는3부는1946년영천성당신부였던루이델랑드의일기를발췌·첨삭·재구성하였다.시인은해방공간영천의내밀하고생생한현장을『루이델랑드의선교노트』의시적재구성을통해들여다본다.연작시「불란서문자로쓴영천의10월」가배치되어외국인선교사가바라본10월항쟁당시영천의풍경이녹아있다.루이델랑드신부의일기는선명한밑선을그으며그시절의영천풍경과사건을스케치한다.3부의시는이중기시인의언어와시선을한껏머금고신부의일기에색채를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