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향

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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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마음 깊은 고향, 추억을 곱씹는 정형남의 소설집
고향의 정취와 과거의 그리움을 보여주는 정형남 소설가의 소설집이다. 제1회 채만식문학상을 수상한 정형남 소설가의 단편 8편을 묶은 이번 소설집에는 각 등장인물이 고향을 그리워하거나 과거를 회상하고 반성하며 삶의 근원을 찾아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일상을 살아가다 우연히 고향, 과거와 마주한 인물들은 그것을 회상하며 추억에 젖거나, 그 당시로 되돌아가고자 하거나, 과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친다. 각 인물의 서사 속에는 6.25 전쟁, 베트남전, 부여 낙화암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과거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일반 시민, 삼천궁녀가 떨어져 죽었다는 낙화암 전설 등을 통해 당시의 안타까운 서사와 인물이 묘사되어 있다.
저자

정형남

『현대문학』추천,『월간문학』신인상,『세계의문학』으로작품활동.『남도(5부작)』로제1회채만식문학상을수상하였다.창작집『수평인간』『장군과소리꾼』『진경산수』『노루똥』,중편집『반쪽거울과족집게』『백갈래강물이바다를이룬다』,장편소설『숨겨진햇살』『높은곳낮은사람들』『만남,그열정의빛깔』『여인의새벽(5권)』『토굴』『해인을찾아서』『천년의찻씨한알』『삼겹살』(2012년우수교양도서)『감꽃떨어질때』(2014년세종도서)『꽃이피니열매맺혔어라』『피에젖은노을』,『맥박』을세상에내놓았다.

목차

금빛백금거미
심향(深鄕)
점(點)
겨울문신
이발사
갈목빗자루
낙화(落花)
바람의눈빛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살아있는것의아름다움으로과거의슬픔을비추다

「금빛백금거미」는거미줄을타는금빛백금거미의긴발가락을보고,피아노연주를하는그녀의아름다운손가락을떠올리는‘나’의내면을보여준다.텔레비전으로그녀의피아노연주를처음본‘나’는친구의도움으로그녀와만나게된다.그러나그녀는피아노연주를위해고국을떠난다.‘나’는금빛백금거미의모습과그녀의편지를떠올리며하염없이그녀를기다리지만,뒤늦게그녀가실종되었다는소식을알게된다.‘나’는생존을위해거미줄을치는거미의발가락을보고그녀와의추억을떠올리며그녀를그리워한다.그녀의실종소식과함께거미의존재가사라졌음을나타내는마지막장면은‘나’의그리움과슬픔을실감하게한다.

그리고더욱충격적으로다가온것은,새벽산책길을나섰다가눈사태를만나실종되었다는것이다.나는머릿속이하얗게표백되면서정신이혼미하였다.(…)순간,나는몽환자처럼자리에서솟구치듯일어났다.그리고한달음에뒷동산으로오르는샛길로내달았다.금빛백금거미는그어디에도보이지않았다.간밤의폭풍우에몇가닥거미줄의잔해만처절하고애처롭게나뭇가지에걸려있었다.-「금빛백금거미」에서

표제작「심향(深鄕)」은안식처를찾기위해바다를떠도는장어의시점에서서술되는이야기이다.안식처를찾기위해바닷속을헤엄치던‘나’가도착한곳은어부의뜰채안이었다.양식장으로옮겨진‘나’는그곳으로부터생존하여안식처로돌아가고자한다.‘나’의형제들은양식장주인의손에잡혀음식점손님의상에올라가게된다.장어의시점에서서술되는이야기는자신을먹잇감으로취급하는인간의잔인함을형상화한다.


트라우마를극복해내다

「점(點)」은‘나’의트라우마에대한이야기이다.‘나’의머리를다듬어주거나양말을기워주던어머니의손길은‘나’가중학교에들어가자끊기게된다.이발소에간‘나’는목울대에닿는면도날에과거의트라우마가떠올라뛰쳐나온다.초등학교에들어갈무렵‘나’는외할아버지의환갑잔치에서소의목을치는장면을직접목격한것이다.어머니는‘나’의트라우마를알고‘나’의눈밑점을손수없애준다.이발소에서와는달리‘나’는어머니의손길과품안에서편안함을느낀다.

나는어머니에게모든걸맡기기로하였다.감긴눈속에수면이라는불청객이찾아들었다.이발소에서느꼈던섬쩍지근한공포감이들지않은것은어째서일까?어머니에대한믿음.어머니에대한신뢰와믿음이없었다면감히내얼굴을맡기지않았을것이다.이발소에서가졌던충격적인기억의연상작용.다시말해서면도날이내목줄기에와닿았을때,소의목을따던공포와두려움이소름살로밀려들었던것은면도사아가씨에대한믿음과신뢰가없어서였을것이다.-「점(點)」에서

「겨울문신」은과거의잘못이낳은죄책감으로인해여성과의만남을꺼리는신동의이야기이다.어느겨울날,신동은눈보라가몰아치는산의숙소에발이묶이게된다.스스로탈출구를찾기위해숙소를나선신동은여자를발견한다.욕망을주체하지못하고여자를덮친신동은뒤늦게그여자가할머니임을알고줄달음을친다.신동의과거행동은지금까지도죄책감으로남아있었고,여성과만남을가질때마다그할머니의모습이아른거렸던것이다.신동은잘못에대한대가를치르고죄책감을털어내기위해할머니에게사죄를하기로결심한다.


과거를회상하고역사를기억하다

「이발사」는과거베트남전이발발했던시절,파견생활을함께했던문서전과장소위의우연한만남으로시작된다.장소위는문서전이파견생활을하던부대의파견대장이었다.베트남전에자원한장소위는주둔지인근숲속에서여자와아이를만나고,이후에폭격으로죽은이들의시신을묻어준다.전쟁에서부상을입고돌아온장소위에게약혼녀가아이를낳다목숨을잃었다는소식이전해진다.군인으로서죄없는사람들을죽게한것에대한인과응보라고생각한장소위는이발사가되어사람들의머리를다듬어주며참회하는마음을가진다.

「낙화(落花)」는부여낙화암에서마주친‘그녀’와낙화암삼천궁녀의이야기이다.‘그녀’는자신이당나라로붙잡혀간신라궁녀의후손이라고한다.‘나’가그녀의사진을찍어주자그녀의모습이마치궁녀처럼보이며,그당시의모습이신기루처럼떠오른다.백제와신라의싸움에서전리품으로잡혀온여인은왕족인화을계장군에게보내진다.모든게낯선곳에서여인은고향을그리워한다.장군은여인에게‘석달동안자신에게마음을열지않는다면고향으로돌려보내주겠다’는제안을한다.여인은고향에돌아가고자하는굳은마음을가지고장군의제안을받아들이지만,결국장군과사랑에빠진다.침입자로인해전쟁이일어난궁궐은불길에휩싸인다.장군을사랑했던여인은결국낙화암아래로뛰어내리고,낙화암에서마주친‘그녀’를잊고지내던‘나’에게그녀의자살소식을알리는담당형사의전화가걸려온다.

“아파트13층에서뛰어내렸어요.그런데자살로보기에는미심쩍어서요.”
“자살을위장한타살일수도있다는말씀이시군요.”
“자살로처리하면그뿐인데,그렇게마무리하기에는왠지동정이가서요.더구나국제적인성격인지라…….”(…)
“전화를받고황급히집을나선사내는그길로다시중국으로건너갔어요.그와거래를텄던거간꾼이은신처가노출되었으니빨리중국으로도피하라는연락을한겁니다.그리고그녀의사촌오빠가전해온소식은너무나충격적이었어요.그는마약밀매자로붙들려도망치다총살을당했다는거에요.”-「낙화(落花)」에서


남겨진현재를바라보다

「갈목빗자루」는신선정과차인행이세상을떠난오제갈선생의과거행적을이야기하는내용이다.오제갈선생은과거경제적으로어려운환경에서자랐다.좋은집을가지는것은오제갈선생의평생소원이었다.오제갈선생은책을가득쌓아둔단칸방에살면서가정사에일체신경쓰지않았고,다른사람들에게빌붙는것은일상이되었다.자린고비삶을살면서오제갈선생이남긴것은아파트상가와주택,시골집을구입한등기문서였다.가난에한이맺힌채악착같이돈을모으며살았던오제갈선생의삶은마치갈목빗자루와같았다.

「바람의눈빛」은사람들과의갈등,적대감으로부터도망쳐나온‘나’의이야기이다.‘나’는유흥을즐기지않았고,사람들과의경쟁으로지쳐있었다.사회에서탈출한‘나’가도착한곳은절이었다.그런데절에서도보이지않는적이‘나’를옥죄었다.‘나’는절에서생활하며과거의고통속에서서서히벗어난다.한해를절에서보내고나는그보이지않는적이한차례바람의눈빛이었음을깨닫는다.‘나’가도망치고자했던사람들과의갈등과적대감,그로인한상념또한바람처럼지나갈것이다.

말벌들이떠난텅빈성채는다시금외로움으로가득찼다.불어치는찬바람만큼이나외로움이콧날을후볐다.그와함께잠시무심하게일별하였던적의의눈빛이새롭게다가왔다.그동안의낯익음이라할까,적의보다는살가운눈빛으로다가왔다.(…)살갑게얼음장속으로애잔하게휘돌아흐르는계곡물소리인가싶었는데,처음으로실체를드러낸그음향은보이지않는바람의눈빛이었다.-「바람의눈빛」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