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깊고 푸른 밤(큰글씨책) (전성호 산문집)

미얀마, 깊고 푸른 밤(큰글씨책) (전성호 산문집)

$28.00
Description
산문으로 돌아온 시인 전성호
미얀마의 우기를 뚫고 함석지붕 두드리는
‘헨델의 메시아’ 같은 글
▶ “내 슬픈 미얀마, 나의 유토피아”
엠마웅과 부엉이 소리 따라 울리는 절절한 산문

길 위를 떠도는 것은 어딘가 도달할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떠돔’ 그 자체임을 겨우 인정하게 된 이국의 밤이다. 그러나 내 노년의 사랑인 쎄인빤 핀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가 진행 중이며 젊은 육신들이 사자처럼 울부짖으며 자신들의 대지에 피를 흘리고 있다. 그곳이 내 슬픈 미얀마, 나의 유토피아다.-「은밀한 시선(1)」 중에서

내게 유년 시절의 부엉이는 그런 정서로 달팽이관 저 깊이 뿌리박혀 있었던 것이다. 그런 막연함을 불러일으키는 유랑의 감수성이 날 낯선 이국으로 떠돌게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부엉이와 비슷한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있던 내게 새가 아니라 도마뱀의 울음소리라니, 충격은 신선하고 놀라웠다. 난 그냥 미얀마의 달빛과 야자수와 작은 금관악기 같은 엠마웅의 울음소리에 빠져들고 말았다. 무려 20년 동안 미얀마는 사실 이런 반전을 계속 체험하게 해주었다.-「엠마웅과 부엉이」 중에서

오랜 방랑과 이주 뒤에 전성호 시인이 돌아왔다. 물론 완전한 귀환은 아니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아프리카, 페루, 몽골, 사할린을 거쳐 미얀마에서 20여 년을 정착하였다. 누구보다 더욱 섬세한 눈길로 미얀마의 겉과 속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그는, 뛰어난 작가이자 인류애의 실천가이다. 전성호 시인의 생애 첫 산문집을 통해 미얀마와 수많은 소수 민족의 삶, 장소와 도시, 언어와 사물, 종교와 제도, 민속과 신화, 나아가서 국가 간의 관계와 지정학을 이해하는 일은, 그의 빼어난 시편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을 절절함으로 요동치게 한다
저자

전성호

田成浩
1951년경남양산서창에서태어나부산에서살며,미얀마에서산다.
2001년『시평』으로등단,시집으로『캄캄한날개를위하여』(창비),『저녁풍경이말을건네신다』(실천문학사),『먼곳으로부터먼곳까지』(실천문학사),『말을삼키는도시』(시인)이있고미얀마양곤에서21년째살고있다.

목차

저자의말

1부은밀한시선
은밀한시선(1)
은밀한시선(2)
부재하는광채
동식물도꿈을꾼다
코끼리감기
노을속으로돌아오는돼지들
늑대처럼우는개들
빗방울이하늘로올라간뒤
회귀성의눈
바람처럼나를멈추지마라
사랑은말이아니라행하는것이다
세계를향해한걸음더
거듭나야하는Personality
광의적약속의무게

2부엠마웅과부엉이
엠마웅과부엉이
나눈다는것,하나가된다는것
미얀마는왜황금의나라인가?
인간,주체를상실한포유류
미얀마의물축제(띤잔Thingyan)
변하고있는미얀마
쉐다곤파고다-양곤의빛
아이울음
핀마나의꽃,떼진
저녁풍경이말을건네신다

3부어두운창의커튼을젖히며
미얀마,깊고푸른밤
디아스포라의초상
나는무얼해야할지모르겠어요
너는또다른나다
사람에대한기다림
뒤를돌아보라,거기오래된미래가있다
유익한공동체삶의희망
내가왜그런것을해야하지
어두운창의커튼을젖히며
옴니암니,나의정치학
사회구성원의윤리
의인과악인의길

4부나의시그리고미얀마
시는동시대의사랑을쓰는일
시는,나와세계를향한연애편지다
꿈과분노
절뚝거리며철학하기
주어진자질에상상력대입하기

출판사 서평

▶상인의눈과시인의가슴으로읽는‘존재의물음’
‘나란무엇인가,주체란무엇인가,종국에인간은과연선한존재일까.’존재의근원을파고드는이물음은우리들을항상괴롭힌다.시인의정념과상인의정체성을함께지닌저자에게는더욱끈질기게다가오는물음이었다.인간존재의의미를묻는것을시작으로질문은꼬리에꼬리를물고마인드맵처럼뻗어간다.그시간속에서작가는우리주변에존재하는선하며신뢰가가고,겸손하고헌신적인사람들이있어왔음에주목한다.잠깐의민정,70여년의군부통치,쿠데타,코로나19로신음하는다민족국가미얀마.시를사랑하고,미얀마를사랑하고,양곤을사랑하는시인전성호는희극과비극이교차하는20여년미얀마생활에서길어올린무수한정념과사유를이책에담았다.

나는모태신앙을가진기독교인이자시인이며상인이다.나는내삶의형식과내용을통해얻은모든질문을종교적믿음으로환원시킬마음이없다.기도와일상이그처절함에서크게다르지않다고느껴지기때문이다.그래서나는질문과믿음사이에서자유로워지기를원한다.-저자의말중에서

▶쉐다곤파고다,황금빛판타지가주는서러움
이글은저자가20년넘게미얀마에살면서‘한발더깊이’새로운고향을들여다보며어루만지는이야기다.때로어떤글들은미얀마와우리가처한딜레마를함께읽어보는르포와칼럼이되기도했다.1부에서는작가의‘은밀한시선’으로바라본미얀마의생생한모습,오랜세월머무르고있는그곳에서자신의근원부산오륙도를생각하는‘회귀성의눈’과한국의젊은청년들의미래를생각하는,‘세계를향해한걸음더’나아가기위한깊은고민등저자의뚝심있는생각을엿볼수있다.2부와3부에서는미얀마사람들의‘신’,전통축제,코로나바이러스로인한미얀마의현상황,소수민족들간의갈등,미얀마양곤의아름다운풍경등본격적인미얀마에서의이야기가등장한다.특히쉐다곤파고다사원의압도적인스케일을표현한구절은우리를황금빛미얀마의‘깊고푸른밤’바로그서러움의자리로이끄는듯생생하다.

미얀마의관문인양곤에도착한여행자라면누구나황금사원쉐다곤방문으로일정을시작한다.60톤이넘는황금으로뒤덮인압도적인스케일의사원은그자체로하나의불교적판타지를이룬다.이곳에서맨발로만나는첫번째의놀라움은화려한황금빛속에서갖가지포즈로방문자를바라보는부처의신상들일것이다.그다음은어디다눈길을돌려도시야에서벗어나지않는초록빛의열대나무들이다.‘대정원’이라고불리는양곤의거대한열대수목들은이도시를뒤덮고있는지붕과도같다.-「미얀마는왜황금의나라인가?」중에서

▶깨어진관계,미얀마는지금
미얀마에서는지난2월군사쿠데타가발발한뒤로많은시민들이이에저항하며힘든싸움을이어가고있다.독재로젊은청년들이목숨을잃는이사태는우리나라의5.18민주화운동을떠올리게하면서많은한국시민들도응원을보내고있다.‘경계인’의시선으로미얀마의현상황을바라보는저자는여러종족이함께불편한관계를겪고있는모습을‘내부의깨어진관계’라지칭한다.5개국과국경을접하고있는미얀마의지리적특성때문에종족문제와경제적인문제가끊임없이발생한다고말한다.저자는미얀마군부의시대착오적행태를‘왕조시대의낡은사상을탈피하지못하고탑을쌓아옛권력과종교적위력으로민중을다스리려한다.’고비판하고있다.그럼에도저자는희망의끈을놓지않는다.땅과하나가된미얀마사람들의웃음과평안하고느린삶에서자본주의문명에선발견할수없는깊은치유의길을보았기때문이다.

이나르기스에대한기억은88년양곤민주화투쟁때발생했던대학살(3,000~10,000명으로추정)과함께잊혀질수없는상처로남았다.당연히80년5월광주의상처와겹쳐진이기억들은내삶의많은것을바꿔놓았다.국가와통치혹은정책담당자와정책의대상자들,개인의운명과집단의운명,거대한환경재앙등의문제들에민감해질수밖에없었다.내게미얀마에서의삶은붉은쎄인빤과참혹한학살사이를오가는극단적인것이었다.하지만피흘리는아픔은여기가끝이아니어서슬프기그지없다.-「부재하는광채」중에서

▶진실한언어,아름다움의아우라
4부는전성호시인이시를쓰면서느낀고민의흔적들이다.그에게시란‘나와세계를향한연애편지’이다.그는사랑의힘으로시를쓰고글을쓴다.그리고희망보다더한‘사람에대한사랑’이우리를구원하리라고굳게믿기에‘질문하기’의촌스러움,절뚝거리는철학하기를멈추지않고진실한시인의언어로아름다움의아우라를구현해낸다.

시인들은가난하거나힘이없는사람들이고통받는부당한현실을풍자하거나고발하는시를쓰다감옥에투옥되거나고문을받기도했다.때론시인들은막강한권력을가진사람들을향해목숨을걸고바른말을하는존재들이기도한것이다.왜그런희생을감수하면서까지시를쓰는것일까.그것은바로사람과세상에대한‘사랑’때문이다.시인들은아름다움을사랑한다.-「시는,나와세계를향한연애편지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