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트45(큰글씨책) (정광모 소설)

콜트45(큰글씨책) (정광모 소설)

$25.00
Description
과거로부터 이어진 끝없는 불안과 보이지 않는 미래,
장르를 넘나들며 구축되는 새로운 세계관
소설로 인간의 내면을 읽다
소설집 『작화증 사내』로 2013년 부산작가상, 2015년 장편소설 『토스쿠』로 아르코창작기금을 수상한 정광모 작가의 신작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소재와 특유의 냉철한 시각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해온 저자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그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독자들을 새로운 세계로 초대한다. 여기 담긴 6편의 작품들은 리얼리즘부터 판타지까지 너른 스펙트럼을 지니면서도, 저마다 인간의 내면을 똑바로 마주보는 깊이를 가지고 있다.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한 표제작 「콜트45」는 일상의 표면과 역사의 심층을 포개는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소설은 부산 수정동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수정동은 산허리에 옛날 주택들이 빼곡이 들어선 동네로, 산지가 많고 평지가 좁은 부산의 특성과 피란수도 역사를 반영하는 공간이다. 주인공 ‘나’는 그런 산동네가 싫어 일찍 결혼을 해 집을 나오지만, 신혼의 단꿈은 금방 지나가고 비싼 찻잔을 사려 한다는 사소한 이유로 아내와 갈등을 일으킨다. 분노를 참지 못한 ‘나’는 결국 아내에게 손을 대기까지 한다.
아버지의 호출로 수정동 집에 돌아간 ‘나’에게 아버지는 콜트 45 권총을 겨눈다. 그리곤 겁에 질린 ‘나’에게 총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며 전쟁을 회상한다. 총구를 튀어나간 총알처럼, 분노는 돌이킬 수 없다. ‘나’는 차가운 콜트 45를 어루만지며 찻잔 세트를 떠올린다. 둘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질적인 물건이지만, 이야기를 통과하며 동질성을 획득한다. 미시와 거시가 만나 이뤄낸 분노와 생(生)에 대한 성찰이 인상적이다.
저자

정광모

부산출생.2010년부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으로『작화증사내』『존슨기억판매회사』『나는장성택입니다』『콜트45』,장편소설로『토스쿠』『마지막감식』『유토피아로가는네번째방법』,서평집으로『작가의드론독서』(1,2,3)가있다.2015년과2020년에아르코창작기금을받았고,제13회부산작가상과제24회부산소설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57번자화상
콜트45
처형
축제의끝
견습생풍백風伯
그림자도시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어디서부터어디까지가환상일까

「축제의끝」은작가특유의SF적상상력과아포칼립스분위기가매력적인작품이다.감정을다스리고수치심과혐오감을없애일상을뒤엎는모험에선뜻뛰어들게만드는신비로운비약,‘바닛’.사람들은바닛을마실수있는유일한기회인축제를간절히기다린다.바닛이어디서만들어졌는지,어떤물질인지는아무도모른다.축제의제물로바쳐지게된주인공은금기를깨고이축제의비밀을탐구(貪求)한다.이야기말미에드러나는진실은,자아를갖게된로봇과특정인간을감쪽같이본뜬로봇이인간과어떻게구별될수있는지에대한질문을던진다.
「견습생풍백」은단군신화모티브를차용하여인간세상을풍자한일종의우화다.권력자환웅의아내가될동물을어떻게고를것인가.각동물협회들사이에오가는알력과비리는현실을훌륭하게묘파한다.
「그림자도시」는그림자를사고판다는설정이독특하다.도시의지배자거인이시민들의그림자를끝도없이사들이면서그림자값은천정부지로치솟는다.그림자를잃고‘회색도시’로보내진시민들은시위대를조직하여거인에대항하는혁명을준비한다.

인간이라는문제,문제적인간

「57번자화상」은허황된명예와부,그리고예술에대한이야기다.‘억’소리가우습게들리는미술품경매장을묘사하며전개되는이작품은,미술잡지기자인주인공과원로화가강호범을내세워예술과인간사이에놓인거리를가늠한다.
「처형」은정의구현에대한고찰을다루고있다.교도관‘나’는국가를대신해흉악범죄자의사형을집행한다.악질범에대한깊은혐오를감춘채재소자들을친절로대해온주인공은끓어오르는살의를주체할수없어,어느깊은밤‘살인마에대한살인’을거행한다.언론사에피해자를대신해정의를실현한것이라는성명서까지뿌린‘나’는스스로에게묻는다.“나는사람을죽이고싶었던걸까,정의를실현하고싶어했던걸까?”정의라는것은어떤경로로구해지는것일까.이작품은무거운의문을남기고있다.
우리는습관적으로‘인간적’,‘인간성’이라는단어를아름답게사용한다.하지만정작그쓰임대로살고있는인간들은몇없다.정광모작가의소설은이관성에문제를제기하고인간이무엇인지재고할것을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