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남산동,인쇄골목을거닐다
“인쇄골목이한창호황을누렸을때는업체가2,000개쯤있었습니다.인쇄메카인을지로다음가는곳이남산동이었어요.지금은을지로도그렇고남산동도많이쇠퇴했죠.을지로에있던업체들은파주출판단지로많이빠져나가고,남산동에있던업체들은대구출판산업단지로빠져나갔어요.그리고세분화돼있던업체들이통합돼중소업체가되는경향이강해지면서업체수가더감소했죠.지금은인쇄골목에500개~600개정도의업체가있는것같아요.”_「인쇄의핵심은퀄리티에있습니다」중에서
1부에서는남산동인쇄골목의풍경을묘사한다.저자는인쇄골목을거닐며남산100년향수길과남산동인쇄전시관등이모저모를둘러본다.겉보기에1990년대와큰변화가없어보이지만,변화가없는만큼그이면에는인쇄업의쇠퇴와고령화,재개발문제등으로인해생업에대해고뇌하는인쇄골목사람들의애환이더께더께쌓여있다.
2부는인쇄골목의풍경속으로깊숙이들어가생업을이어가는인쇄업종사자들의이야기를담았다.인터뷰내용은인쇄공정에따라크게‘종이가공→인쇄→라미네이팅→도무송→제책또는제본’순으로배치되어있어,책을읽어나가다보면자연스럽게인쇄공정이이루어지는단계에대해이해할수있다.업체들이집적되어있지않으면일의진행이어려운인쇄업.인터뷰이들은각인쇄단계에서자신의업무와고충을털어놓는다.그들이전망하는남산동인쇄골목의미래에는인쇄골목이소멸할거라는예감과함께안타까운마음이녹아있다.
*특성화카페의인쇄골목사랑
“저희가게에서레터프레스방식의인쇄를직접하고있습니다.2층에그인쇄기가있어요.그기계로인쇄를해서저희가판매하는제품에스티커를붙이는작업을하고있습니다.”_「커피를인쇄하다」중에서
“저는인쇄골목이사라지지않으면좋겠어요.사진을찍는사람이라그런지예전것들이없어지는걸선호하지않거든요.사실옛동네가사라지고새동네가들어서는건대구만의문제가아니죠.우리나라어디를가도개발이이루어지면옛것이사라지니까요.그동네만의정서와문화,공간이사라지는게아쉽기도하고안타까운마음도듭니다.”_「인쇄소의아들,남산동을디자인하다」중에서
3부에는인쇄골목에불고있는새로운바람에대한이야기를담았다.쇠퇴하고있는인쇄골목에들어선이색적인카페들.그곳에서커피를만들고건네는사람들은인쇄골목에대해어떻게생각하고있을까.이들을비롯하여새롭게조성된대구의출판문화산업단지와출판사,헌책방골목등인쇄골목밖의다양한이야기를들어본다.
*사진으로보는사라지는풍경,아스라한추억
4부에는대구인쇄의역사에대해풀어냈다.1906년대구사람들의요구에부응해설립된출판사광문사부터,일본인들이권익을보호하고인쇄를독점하기위해창립한경북인쇄조합,전쟁이후대구로피난온서울의수많은인쇄업체등대구의인쇄역사에서주요한부분들을기술하여대구인쇄에대해자세히확인할수있다.또한,남산동과인쇄골목의현재에대한통계자료를제시하여그특성과한계를드러낸다.
5부에는저자들이남산동인쇄골목을거닐며찍은사진을배치했다.‘임대’현수막이걸린인쇄소의현재모습과함께제본기,재단기,옵셋인쇄기등평소쉽게접할수없었던인쇄공정과정을담아내어인쇄골목의생생한현장을눈으로담을수있다.이와함께대구의말씨를그대로살린인터뷰이들의구술자료와인쇄업계에서사용하는일본식용어,남산동의인쇄업체현황을부록에수록하였다.
*도시재생사업의발판이되기를
수도권에집중된산업,시대의발달과함께저물어가는산업은비단인쇄에국한되지않는다.쇠퇴의길로들어선산업이어떤형태로저물어가는지를파악하는일은향후도시재생사업에대한예시가되어줄것이다.소멸의예감속에서살아가는사람들의현재를기록한이책또한지역인쇄업의역사를이해하는데에중요한사료가된다.
하나의기록이누군가에게전달될때까지는수많은사람들의손길이닿는다.종이를만들고글자를인쇄하고코팅해하나로묶는,그모든과정에사람이있다.그러나많은이들이이러한과정을잘알지못하고그속에사람들이있다는사실도잘알지못한다.그러나오늘도남산동인쇄골목사람들은자신이발딛고있는이곳이소멸할것을예감하면서도기록을찍어내고있다.기록을찍는것에는익숙하지만기록되는것에는익숙하지않는사람들.우리네동네한켠에숨겨져있던이들의작고내밀한기록을차분히넘기다보면한권의책에담긴여러분들의노고가보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