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근찬 전집 5: 낙도

하근찬 전집 5: 낙도

$22.00
Description
역사의 주변에서 지워지는 이야기를 조망하다
1955~65년 사이 발간된 단편소설 13편이 수록된 5권 『낙도』는 하근찬이 작가가 되고자 결심한 시점으로부터 전성기에 이르기까지 발표된 작품들이다. 이 시기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군부독재에 대한 우려가 민중에게 확산되는 혼란한 시기였다. 하근찬의 소설에는 상징질서에 대해 직접적인 저항은 하지 않더라도 변두리에 놓인 타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존재 근거를 확인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표제작 「낙도」는 섬마을의 계몽을 임무로 부여받은 인물의 고민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학예회 준비에 한창인 학교에 찾아와 구호 물품을 배급하며 아이들의 학예회 참석을 제한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전도부인’과 이를 막기 위해 대립하는 ‘김 선생’의 모습을 통해 하근찬은 근대화로 급격히 유입된 자본 권력이 ‘하위주체’의 존재를 대리, 전유하는 방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그 욕된 시절」, 「승부」, 「도적」은 일제강점기에는 지배 권력, 해방 후에는 자본 권력을 통해 계급 구조를 답습하는 기형적 사회구조를 보여주며, 「산중 우화」와 「이지러진 입」은 한국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예외 상태에 놓인 ‘하위주체’의 신체를 비인간화하여 나타내기도 한다.
하근찬은 역사에서 지워지는 주변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 증언과도 같은 소설을 썼으며, 『낙도』에서 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저자

하근찬

河瑾燦,1931~2007
1931년경북영천에서태어나전주사범학교와동아대학교토목과를중퇴했다.1957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수난이대」가당선되었다.6.25를전후로전북장수와경북영천에서4년간의교사생활,1959년부터서울에서10여년간의잡지사기자생활후전업작가로돌아섰다.단편집으로『수난이대』『흰종이수염』『일본도』『서울개구리』『화가남궁씨의수염』과중편집『여제자』,장편소설『야호』『달섬이야기』『월례소전』『제복의상처』『사랑은풍선처럼』『산에들에』『작은용』『징깽맨이』『검은자화상』『제국의칼』등이있다.한국문학상,조연현문학상,요산문학상,유주현문학상을수상했으며1998년보관문화훈장을받았다.2007년11월25일타계,충청북도음성군진달래공원에안장되었다.

목차

발간사

낙뢰
이지러진입
절규
온혈적(溫血的)
산중우화
벽지로가는길
기아선상에서
두아낙네
승부
도적
바람과노교사
그욕된시절
낙도(落島)

해설|망각된존재의목소리를복원하는하근찬의문학-최슬기

출판사 서평

전쟁의풍파속에서민중들은어떻게살아갔을까

그러나영감할미는거기에무슨말이씌어있는지알까닭이없다.그저흰것은종이고,검은것은글잔가싶을따름이었다.하나영감할미는그것을얼마나신기하고소중한것으로여기는지몰랐다.영감은그종이한장을어제산마루에서주은쇠붙이와함께품안에고이간직했다.
“참이상한일도많제?어제는보자……뭐라캤지?”
“또잊어먹었구나.놋쇠아니가놋쇠.멍텅구리야.”
“그래맞았어,놋쇠,놋쇠를주웠고,오늘은또종이가하늘에서날라오고…….”
_「산중우화」중에서

깊디깊은산골에사는‘영감’과‘할미’는어느날산마루에서탄환을발견한다.탄환이무엇인지모르는두사람은그저그것을신기하게바라볼뿐이다.또,저멀리서들려오는우르릉우르릉하는전쟁의소리를듣기도하지만그것의정체가무엇인지그들은알수가없다.‘폭격예정안내문’도발견하지만,글을읽을줄모르는두사람은그종이를벽에붙인다.
결국폭격에의해‘할미’는참혹하게죽고,‘영감’은그어떠한애도나추모없이할미의죽음을받아들여야하는사실에분노한다.
하근찬은전쟁에직접참여한인물들을다룰뿐만아니라,이처럼전쟁의바깥에서,전쟁을직접경험하지않은당시인물들의삶에주목하기도한다.전쟁을직접경험하지않았더라도,전쟁의영향이그들의삶속에어느순간훅하고들어와그삶이통째로흔들릴수있는것이다.그잔혹함속에있지않았던‘할미’가참혹한시체가되어‘영감’앞에나타나두인물의삶이부서진것처럼.

민중의삶에주목한소설가하근찬,전쟁의주변을세세히살피다

2021년에‘하근찬전집’발간의첫시작을알리는『수난이대』외4종이발간된후,2022년11월에하근찬의소설,중단편집제5권『낙도』,제6권『기울어지는강』,제7권『삽미의비』과장편제11권『월례소전』이2차분으로발간된다.
2차분으로발간되는작품속에서하근찬은그동안주목받지못했던주변인들의모습그리고삶과시대의풍랑속에서고통받는여성의이야기,전쟁의주변,바깥에서살아가는민중들의모습을세세하게증언하듯그려내고있다.
제5권『낙도』에서는1년5개월만에어렵게일자리를얻었지만병역기피자대상예비역훈련소집으로일자리를잃게된‘명구’,특정학생에게특혜를주고자하는학교의처사에저항하는교사‘혜영’등일제강점기와한국전쟁,자본권력이만들어놓은기형적사회구조속에서각자의삶을살아가는인물들을그리고있으며,제6권『기울어지는강』에서는시골을등지고무조건도시로향했다가녹록지않은서울생활로인해다시고향으로내려오는‘병태’등의인물들을통해전쟁을다루지않으면서70년대의소시민의삶을그린다.
또제7권『삽미의비』에서는시인‘남궁’씨가경험한소소한일화를통해1970년대산업화사회의그늘을가시화하는청년의사연을드러내기도하며,제11권장편『월례소전』에서는‘월례’라는인물의삶을들여다보며일제강점기등혼란했던사회속에서고통받았던여성들의삶을통찰한다.

잊혀지고배제된존재들을기록하는하근찬의시선

하근찬은자신의작품속에서망각된존재들의복원된목소리와본인의경험을중첩시켜더큰파동을만들며,그파동은독자들에게전달되어계속해서공명할것이다.
하근찬은당대민중들의삶속에서국가가어떻게‘잉여적인존재’들의삶을배제해왔는지그려내고있으며,역사에서지워지는주변의이야기를기록하고,식민지말기를다루면서식민지배로인해고통받았던삶을깊숙이들여다본다.
하근찬문학전집간행위원회가“한작가의문학적평가는전집이간행되었을때비로소그발판이마련된다”고언급한것처럼,향토성짙은하근찬의작품을그의고향인영천의사투리를살려발간한〈하근찬문학전집〉은한국근현대문학의의의를더욱풍부하게해줄것이다.
제5권『낙도』는최슬기문학연구자가,제6권『기울어지는강』은신현아문학연구자가,제7권『삽미의비』는전소영문학평론가가,제11권『월례소전』은서승희한국학중앙연구원교수가각작품의해설작업에참여하여하근찬문학의현재적의미를밝히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