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근찬 전집 6: 기울어지는 강

하근찬 전집 6: 기울어지는 강

$27.00
Description
유신정권 속 통제의 대상이었던 ‘농민, 장발족, 여학생’을 그려내다
5편의 중편소설이 수록된 『기울어지는 강』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1970~80년대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식민지 시대의 기억들이 유신정권하에서 어떻게 돌아오게 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하근찬은 전쟁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당시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함께 유신정권하에서 배제되어왔던 농민, 장발족, 여학생/소녀와 같은 존재들을 소설 속에 불러낸다. 여기서 다루는 작품 중 1972년 발표된 「기울어지는 강」만이 식민지 시기 중 ‘총후(전쟁 중의 후방)’의 기억을 다루고 있고, 「십오야」, 「보랏빛 연가」, 「여제자」, 「안개와 연꽃」은 전쟁을 거의 묘사하지 않는다.
표제작 「기울어지는 강」은 중일전쟁과 아시아태평양전쟁이 발발했던 194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1940년대 당시 일본 제국의 미디어 및 옷과 머리카락 등 신체의 통제와 이 작품이 발표된 1970년대의 장발족이나 미니스커트 단속을 함께 고발하고 있다.
전집 6권 『기울어지는 강』에서는 유신체제와 그 이후 민중들의 삶 속에서 국가가 어떻게 ‘잉여적인 존재’들의 삶을 폭력적으로 배제해왔는지를 그린다. 전쟁이 끝난 이후, ‘후방’이 된 한국에서 여전히 농민, 장발족, 여학생과 같은 존재들은 ‘통제’와 ‘단속’의 대상이었고, 이는 하근찬에게 있어 중요한 문학적 대상이 되었다.
저자

하근찬

河瑾燦,1931~2007
1931년경북영천에서태어나전주사범학교와동아대학교토목과를중퇴했다.1957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수난이대」가당선되었다.6.25를전후로전북장수와경북영천에서4년간의교사생활,1959년부터서울에서10여년간의잡지사기자생활후전업작가로돌아섰다.단편집으로『수난이대』『흰종이수염』『일본도』『서울개구리』『화가남궁씨의수염』과중편집『여제자』,장편소설『야호』『달섬이야기』『월례소전』『제복의상처』『사랑은풍선처럼』『산에들에』『작은용』『징깽맨이』『검은자화상』『제국의칼』등이있다.한국문학상,조연현문학상,요산문학상,유주현문학상을수상했으며1998년보관문화훈장을받았다.2007년11월25일타계,충청북도음성군진달래공원에안장되었다.

목차

발간사

기울어지는강
보랏빛연가
십오야(十五夜)
여제자
안개와연꽃

해설|‘유신’을살아내는민중들의삶_신현아

출판사 서평

유신체제의국민,폭력적으로배제된‘잉여적인존재’들의삶

5편의중편소설은유신체제와그이후민중들의삶을들여다본다.

「기울어지는강」은1940년의‘치인(致仁)학교’를배경으로‘두발단속’이라는사건을다룬다.주인공인교사‘한재명’이부임한학교교장은한재명의머리에서포마드냄새가심하다며첫날부터한재명을탐탁지않아한다.한재명은특히양복에넥타이를매고포마드를발라하이칼라머리를한것이문제가되었고,더이상교장과학교의압박을견디지못한한재명은결국머리를박박밀고술에취해다시머리를길러서독립운동하러상해로가겠다고한탄한다.
1940년대당시일본제국의미디어및옷과머리카락등신체의통제와이작품이발표된1970년대의장발족,미니스커트단속을함께고발하고있다.

1970년대를배경으로하는「보랏빛연가」의주인공‘윤형규’는친구의연락을받고향한맥주홀에서첫사랑‘지혜림’의소식을듣는다.첫사랑에대해아름다운기억을가지고있는형규와달리혜림은성폭력을당하고죽음을지켜본끔찍한상황으로당시를기억한다.과거를정반대로기억하는두주인공의이야기를통해이소설의효과는극대화된다.

「십오야」는농촌을배경으로농촌의청년들을다루고있지만‘수난’이아닌‘새마을운동’으로건설된새로운농촌의활기찬모습을그리는데집중한다.고향으로가는버스는달리면달릴수록신선한충격을주는것으로묘사되는데,농촌청년이처음도시를보며느낄법한놀라움과어리둥절함,당혹감이오히려도시에서고향으로가는길에서나타나는아이러니함을드러낸다.

1980년대를배경으로하는「여제자」에서주인공인소설가‘강수하’는30년만에옛제자들의연락을받는다.자신을짝사랑했던제자‘홍연’과자신이짝사랑했던‘양순정’.이소설에서는각인물의사랑이라는감정에집중하고있으며,전쟁의묘사는거의이루어지지않고있다.이작품의흥미로운점은‘홍연’,즉소녀의감상성과신체를통제할수없다는두려움이전쟁과전도되어나타난다는것이다.

「안개와연꽃」에서는남편의바람으로자신의안정적이던일상이모두안개속으로사라져버린주부와그녀에게안개를빠져나올방법을조언해주는여승(연꽃)이등장한다.

민중의삶에주목한소설가하근찬,전쟁의주변을세세히살피다

2021년에‘하근찬전집’발간의첫시작을알리는『수난이대』외4종이발간된후,2022년11월에하근찬의소설,중단편집제5권『낙도』,제6권『기울어지는강』,제7권『삽미의비』과장편제11권『월례소전』이2차분으로발간된다.
2차분으로발간되는작품속에서하근찬은그동안주목받지못했던주변인들의모습그리고삶과시대의풍랑속에서고통받는여성의이야기,전쟁의주변,바깥에서살아가는민중들의모습을세세하게증언하듯그려내고있다.
제5권『낙도』에서는1년5개월만에어렵게일자리를얻었지만병역기피자대상예비역훈련소집으로일자리를잃게된‘명구’,특정학생에게특혜를주고자하는학교의처사에저항하는교사‘혜영’등일제강점기와한국전쟁,자본권력이만들어놓은기형적사회구조속에서각자의삶을살아가는인물들을그리고있으며,제6권『기울어지는강』에서는시골을등지고무조건도시로향했다가녹록지않은서울생활로인해다시고향으로내려오는‘병태’등의인물들을통해전쟁을다루지않으면서70년대의소시민의삶을그린다.
또제7권『삽미의비』에서는시인‘남궁’씨가경험한소소한일화를통해1970년대산업화사회의그늘을가시화하는청년의사연을드러내기도하며,제11권장편『월례소전』에서는‘월례’라는인물의삶을들여다보며일제강점기등혼란했던사회속에서고통받았던여성들의삶을통찰한다.

잊혀지고배제된존재들을기록하는하근찬의시선

하근찬은자신의작품속에서망각된존재들의복원된목소리와본인의경험을중첩시켜더큰파동을만들며,그파동은독자들에게전달되어계속해서공명할것이다.
하근찬은당대민중들의삶속에서국가가어떻게‘잉여적인존재’들의삶을배제해왔는지그려내고있으며,역사에서지워지는주변의이야기를기록하고,식민지말기를다루면서식민지배로인해고통받았던삶을깊숙이들여다본다.
하근찬문학전집간행위원회가“한작가의문학적평가는전집이간행되었을때비로소그발판이마련된다”고언급한것처럼,향토성짙은하근찬의작품을그의고향인영천의사투리를살려발간한〈하근찬문학전집〉은한국근현대문학의의의를더욱풍부하게해줄것이다.
제5권『낙도』는최슬기문학연구자가,제6권『기울어지는강』은신현아문학연구자가,제7권『삽미의비』는전소영문학평론가가,제11권『월례소전』은서승희한국학중앙연구원교수가각작품의해설작업에참여하여하근찬문학의현재적의미를밝히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