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근찬 전집 7: 삽미의 비

하근찬 전집 7: 삽미의 비

$22.00
Description
일상에 파고든 사회구조와 이데올로기의 ‘바깥’
전집 7권 『삽미의 비』에 수록된 10편의 단편은 일제 말엽을 소환하는 작품, 1960~70년대 한국 사회에 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나뉜다. 하근찬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틈입한 현실의 정세를 통해 꾸준히 당대를 그려내고 있다.
1970년대 초에 주인공 훈구가 일제 우산을 선물 받는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표제작 「삽미의 비」는 한 사회의 인력에 붙들려 살아가는 인간이 그로부터 벗어나기란 결코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암시하며 그 사회의 구조와 이데올로기의 ‘바깥’을 사유할 필요성을 말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처럼 하근찬이 반복적으로 써낸, 『삽미의 비』에 수록된 일제 말기 관련 작품들은 학교라는 장소를 통해 지배이데올로기가 권력을 어떤 방식으로 재생산하는지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폭력적 이데올로기가 비판 없이 삶에 내재화되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까지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즉, 전집 7권의 의의는 과거를 의미 있게 불러들이는 작품들과 현대 사회를 예리하게 진단하는 작품들을 유기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하근찬을 ‘투철한 현실감각을 지닌 작가’로 재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

하근찬

河瑾燦,1931~2007
1931년경북영천에서태어나전주사범학교와동아대학교토목과를중퇴했다.1957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수난이대」가당선되었다.6.25를전후로전북장수와경북영천에서4년간의교사생활,1959년부터서울에서10여년간의잡지사기자생활후전업작가로돌아섰다.단편집으로『수난이대』『흰종이수염』『일본도』『서울개구리』『화가남궁씨의수염』과중편집『여제자』,장편소설『야호』『달섬이야기』『월례소전』『제복의상처』『사랑은풍선처럼』『산에들에』『작은용』『징깽맨이』『검은자화상』『제국의칼』등이있다.한국문학상,조연현문학상,요산문학상,유주현문학상을수상했으며1998년보관문화훈장을받았다.2007년11월25일타계,충청북도음성군진달래공원에안장되었다.

목차

발간사

봄타령
특근비와팁
핏빛황혼
소야곡
삽미(澁味)의비
수양일기
후일담
장사(葬事)
성묘행
두죽음

해설|이데올로기와길항하는보통의삶이지닌가능성-전소영

산지니
편집오해은010-5657-8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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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내면화된이데올로기와길항하려는개인들

먹는것은그렇게적게주면서,이런일저런일달갑지않은일은주로우리에게안기는것이었다.기숙사내외의소제는말할것도없고,사역에나가채마밭에똥물주기,취사장의오물치우기,하수구청소하기같은형편없는일도주로우리차지였다.그리고상급생들의내의세탁도해야했고,심지어는그들의등덜미까지두들겨주어야만했다.우리가무슨안마사이기나한것처럼.그런일은정말못마땅하지않을수없었다.
_「수양일기」중에서

「수양일기」에는국가이데올로기를규율,권력삼은교실의모습이구체적으로드러난다.작중에서‘나’는과거의마치병영과같은학교안에유폐되어있다.조선학생들은통학을금지당한채공부대신전쟁물자조달을위한근로봉사에복무하였고굶주림과향수병에시달린다.
이고된일상의중심에놓인것이바로‘수양일기’로,학생들은매일의무적으로자신의일과를기록한후담당교관에게검사를받는과정을거쳐야한다.여기서‘수양’은‘자기반성’을일컫는바,학교의질서와규율을단순히피지배자에게종용하는것이아니라그들스스로내면화할수있게하는것이당대지배이데올로기의골자였다는사실을보여준다.그런데‘나’가일기의이같은속성을충분히이해하지못하면서사건이발생한다.
하근찬은이세계를온당한방향으로움직이는힘은정치적환경이나권력자의변화에서나오는것이아니라내면화된이데올로기와길항하려는개인들로부터나온다는사실을역설한다.

민중의삶에주목한소설가하근찬,전쟁의주변을세세히살피다

2021년에‘하근찬전집’발간의첫시작을알리는『수난이대』외4종이발간된후,2022년11월에하근찬의소설,중단편집제5권『낙도』,제6권『기울어지는강』,제7권『삽미의비』과장편제11권『월례소전』이2차분으로발간된다.
2차분으로발간되는작품속에서하근찬은그동안주목받지못했던주변인들의모습그리고삶과시대의풍랑속에서고통받는여성의이야기,전쟁의주변,바깥에서살아가는민중들의모습을세세하게증언하듯그려내고있다.
제5권『낙도』에서는1년5개월만에어렵게일자리를얻었지만병역기피자대상예비역훈련소집으로일자리를잃게된‘명구’,특정학생에게특혜를주고자하는학교의처사에저항하는교사‘혜영’등일제강점기와한국전쟁,자본권력이만들어놓은기형적사회구조속에서각자의삶을살아가는인물들을그리고있으며,제6권『기울어지는강』에서는시골을등지고무조건도시로향했다가녹록지않은서울생활로인해다시고향으로내려오는‘병태’등의인물들을통해전쟁을다루지않으면서70년대의소시민의삶을그린다.
또제7권『삽미의비』에서는시인‘남궁’씨가경험한소소한일화를통해1970년대산업화사회의그늘을가시화하는청년의사연을드러내기도하며,제11권장편『월례소전』에서는‘월례’라는인물의삶을들여다보며일제강점기등혼란했던사회속에서고통받았던여성들의삶을통찰한다.

잊혀지고배제된존재들을기록하는하근찬의시선

하근찬은자신의작품속에서망각된존재들의복원된목소리와본인의경험을중첩시켜더큰파동을만들며,그파동은독자들에게전달되어계속해서공명할것이다.
하근찬은당대민중들의삶속에서국가가어떻게‘잉여적인존재’들의삶을배제해왔는지그려내고있으며,역사에서지워지는주변의이야기를기록하고,식민지말기를다루면서식민지배로인해고통받았던삶을깊숙이들여다본다.
하근찬문학전집간행위원회가“한작가의문학적평가는전집이간행되었을때비로소그발판이마련된다”고언급한것처럼,향토성짙은하근찬의작품을그의고향인영천의사투리를살려발간한〈하근찬문학전집〉은한국근현대문학의의의를더욱풍부하게해줄것이다.
제5권『낙도』는최슬기문학연구자가,제6권『기울어지는강』은신현아문학연구자가,제7권『삽미의비』는전소영문학평론가가,제11권『월례소전』은서승희한국학중앙연구원교수가각작품의해설작업에참여하여하근찬문학의현재적의미를밝히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