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그리는기술보다중요한것은사랑하는마음으로자세히관찰하는태도
『일상그리기』에는심수환작가가꾸준히기록해온180여편의일상그림이담겨있다.일상을이루는작은물건들부터사람들,출퇴근길의풍경,여행지의풍경등다양한주제의그림을한데모았다.보도블럭사이피어난이름모를꽃을보기위해서몸을한껏낮추고,통실통실한대추알을보며가을이왔음을실감하며,유턴금지표지판을보며돌아갈수없는지나온옛기억을떠올린다.이렇듯심수환작가는일상그리기를통해자신을둘러싼세계를잠시멈춰서서느끼고자세히관찰하며더욱사랑하고있다.
그림을그리고싶은사람들은이런질문부터할것이다.‘그림을그리려면무엇부터배워야하나요?’이질문에작가는이렇게대답한다.‘그림을잘그리기위해서필요한것은잘그리는기술이아니라대상을사랑하는마음으로자세히관찰하는태도다.’우리나라학교현장의미술교육을바로잡기위한활동도지속하고있는심수환작가는예술이전에소통으로서의그림그리기가더욱중요하다고말한다.소통으로서의그림그리기를위해서는기술이나기법이아닌대상을관찰하는방법,감탄하고신기해하는경험이우선되어야한다는것이다.
일상그리기를통해이웃에게건네는따뜻한위로와응원
평범하고소소한일상을그리기어려운날들도있다.우리이웃이어려움을겪는소식을듣거나,국가적재난이발생했을때가그러하다.우리는모두연결되어있기에이웃의슬픔이나아픔이내일상에영향을미치기도한다.일상이흔들리는그런순간에도심수환작가의일상그리기는계속되었다.다만평소에그리던그림과달리,연대가,위로가,응원이필요한이웃을그림으로그렸다.촛불집회,시위현장,위안부할머니,사회곳곳의노동자,코로나방역의료진,쏟아지는빗속에택배를나르는청년,높다란종이탑을쌓고리어카를끄는노인을기록한작가의그림에서세상을바라보는따뜻한시선과응원의마음이느껴진다.
『일상그리기』를통해서일상의잔잔한행복을그러모으는마음,그렇게하루하루를더사랑하고자하는마음을느끼길바란다.그리고당신도다시,그림그리는즐거움과행복을발견할수있길.
책속에서
아이때는누구나그림그리는것을좋아한다.
---「첫문장」중에서
그림은예술이아니다.그림이예술이아니라고?그렇다.아이들이처음글을배우기시작할땐한자씩글자를배운다.글자를배우고문장을만들어서읽고쓴다.이때의글쓰기는문학이나예술이아니라소통을하기위한수단으로배우는것이다.문학은그다음이다.마찬가지로그림도글자배우듯한자씩,예를들면가까운주변물체들을하나씩그리고,다음으로사람그리는것을순서대로배우면누구나일정수준의그림을그릴수있다.
---p.6
조그만수첩하나에펜한자루를가지고내곁에있는화분이나꽃한송이,심지어는식탁에놓인숟가락하나만그려도된다.화가들이커다란화폭에풍경이나사람을그리고온갖기교를더하여채색을하는것에비하여그야말로가볍게내게익숙한물체하나만그리는것으로충분하다는것이다.그래서일상그리기는그림이라기보다는이야기에가깝다.어떤이들은일기쓰는것과같다고한다.왜냐하면겨우숟가락하나만그리고도그속에숟가락에담긴사연이나숟가락과나의관계에서생긴이야기를담을수있기때문이다.
---p.20
자세히본다는것은그저관념적으로만알던대상을있는그대로의모습으로생전처음보듯들여다보는일이다.그렇게들여다보면전에못봤던새로운모습을발견하게되고저절로감탄하며신기해하게된다.이사랑스러운존재같으니라고….우리는얼마나바쁘게살며이세상을관념적으로만보아왔는가.지금부터내주위에있는가까운대상들과새롭게관계맺으며사랑하는일은얼마나멋진일일까?사랑스러운이세상과함께교감하는나자신도사랑스러운존재가되는것,이것이바로일상그리기를하는이유다.
---p.111
그림을그리는것은그리움을표현하는행위이면서그리움을쌓는일이기도하다.무수한시간들이그저흘러갈수도있지만한순간을분절하여그림으로새겨둔다면그시간은오래도록남아그리움이라는폴더로저장될것이다.매년,매계절,매시간새겨질그리움의폴더에당신의그림을저장해보라.
---p.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