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성자 - 산지니시인선 2

소금 성자 - 산지니시인선 2

$13.00
Description
▶ 구체적인 삶을 통한 희망가, 궁극의 서정을 말하다
히말라야 설산 높은 곳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 물속에 숨어 있는 소금을 받아내는 평생 노역이 있다/ 소금이 무한량으로 넘치는 세상/ 소금을 신이 내려주신 생명의 선물로 받아/ 소금을 순금보다 소중하게 모시며/ 자신의 당나귀와 평등하게 나눠 먹는 사람이 있다. _「소금 성자」, 전문.

정일근의 열두 번째 시집 『소금 성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이번 개정판은 기후위기 시대, 시인의 생태 환경에 대한 인식을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양장을 무선제본으로 바꿔 새롭게 선보인다.
서정시인 정일근은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이후 『바다가 보이는 교실』(1987),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2009) 등 꾸준히 시집을 발표해온 시인이다. 특히 구체적인 삶을 통하여 희망을 노래하는 시인으로서 주목받고 있는 그의 시 세계는, 일상의 경험이 빚어낸 아름다운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번 시집 『소금 성자』에는 “소금을 받아내는 평생 노역”인 히말라야의 한 노인과 그가 받아내는 소금 이야기가 담겨졌다.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시의 주인공과 소금의 관계를 시인과 시의 관계로 읽어내며, 시인이 “삶의 미궁에서 궁극의 시를 말”한다고 바라본다. 무감각해지는 현대사회 속 궁극의 서정을 담아내는 정일근 시인이 그리는 세계는 이번 시집 『소금 성자』에서 소금처럼 빛을 발할 것이다.
저자

정일근

경남진해에서태어났다.경남대사범대학국어교육과재학중인1984년무크『실천문학』과1985년〈한국일보〉신춘문예시당선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바다가보이는교실』(1987),『유배지에서보내는정약용의편지』(1991),『그리운곳으로돌아보라』(1994),『처용의도시』(1995),『경주남산』(1998),『누구도마침표를찍지못한다』(2001),『마당으로출근하는시인』(2003),『오른손잡이의슬픔』(2005),『착하게낡은것의영혼』(2006),『기다린다는것에대하여』(2009),『방!』(2013)등이있으며『소금성자』(2015)는시인의열두번째시집이다.경남대학교문과대학문화콘텐츠학과교수로일하였으며,현재는석좌교수이다.

목차


시인의말하나

수세미꽃이있는풍경|소금성자|따뜻한사진|물의뺨을쳤다|악착,보살|꽃밥|끓는사과|수박의흥분|맛|그믐치|우수서경칩까지|동백에사무치다|비단벌레차를기다리며|지나간다는것|아,시다시|어머니의자리|별이름루婁에대하여|장자의그릇|청와靑蛙선생일획이더해져|미궁의시詩|미궁에서찾아온시詩|꽃,능소|바다의적바림·11|바다의적바림·12|바다의적바림·13|바다의적바림·14|바다의적바림·15|돌고래는사람의칭찬에춤추지않는다|바다에서사람의자리|고래,52|추도메기|대구떡국|씨없는나라|접시꽃이걸어간다|고추가달린다|환경적시론|거짓말|미안하다_울다|죽은친구에게편지가왔다|호모패스워드쿠스|멸치똥|시인의견적|양주공원주변|묘묘杳杳한밤|제주감귤과싸우다|붉어,먼나무|종고모|다시,월영동449번지|핸드크림|기차가온다|낡은여행가방|피니스테레Finisterrae에서지다|보다나트스투파가는길|그리운동쪽|돌아가다면|마침표

해설|서정의궁극-구모룡

출판사 서평

▶기다림과그리움의미학

첨성대앞나무의자에앉아있다비단벌레차를기다린다온다는시간지났다나는매표원에게항의하지않는다이렇게기다려본지오래다기다리는동안계림의황금가을이나에게온다아름다운호사다비단벌레차가천년전에출발했든천년후에도착하든조급하지마라신라가나에게오는데천년이걸렸다오늘내게중요한것은너를기다리는일내손에탑승권이있으니만족한다비단벌레차가오고있나보다황남동쪽어디에서푸른사랑의섬광번쩍하며눈부처로내려앉는다._「비단벌레차를기다리며-경주남산」,전문

이시집은‘기억’과‘그리움’이감각의근원을이룬다.정일근시인은1980년대‘새로운서정’의지역문학운동을개진한바있는데,이‘새로운서정’에는세상을바꾸자는시인의꿈과희망이담겨있었다.구모룡평론가는1990년대이후정일근시인은삶의거처가옮겨지고그의시세계에도변화를보이고있다고말하였다.구체적인장소가매개가되어시인의‘움직이는시’세계또한순례의과정을보이는것이다.「비단벌레차를기다리며-경주남산」에서드러나듯기억은기다림과다가오는것들,그리고저너머세계에대한근원적그리움을안고화자에게돌아온다.「고래,52」또한한국의대표적인고래보호운동가인그가‘고래’를유토피아의표상으로생각하여숭고한아름다움을그려낸시다.

▶삶과죽음을껴안는생명의긍정성

우수서경칩까지같이걸어와보니,아니다/응달에쑥수북하다,산수유꽃터진다/저건어느땅한줌이든버리지않는/은현리의가르침,부지런히볕찾아/청솔당문앞시멘트바닥갈라진틈새마다//봄까치꽃,별꽃스스로지천이다._「우수서경칩까지」,부분.

‘움직이는시’로서정일근시인의시세계가압축적으로드러난부분이시인이거주하는장소인‘은현리’이다.그는“은현리유월,꽃한송이피운뒤에또한송이피우며접시꽃이걸어”(「접시꽃이걸어간다」)가는모습을묘사하기도하며,“어느땅한줌이든버리지않는/은현리의가르침”(「우수서경칩까지」)을들며생명과자연에대한경외를표현한다.이처럼끊임없이생동하는자연사물의움직임을오로지시인의경험에의존하여서술함으로써시적공감을획득할뿐아니라,시적화자와다양한의미망으로연결되어있는자연사물의인과관계를특유의서정성으로아름답게그리고있다.

▶삶의미궁에놓인궁극의시

시인이제피찍어시한편쓰지만/마침표는죄의식처럼찍어야한다/이시가끝났다는시의마침표는되겠지만/그건시인의마침표가되어서는안된다/시는시인과함께살아있는생물이어서/시인의눈물로고쳐지고또고쳐지며시는살아있어야한다_「마침표」,부분.

이시집은정일근시인이1985년한국일보신춘문예당선이후등단30주년을기념하여출판되었다.따라서정시인이갖고있는시에대한생각과철학이보다압축적으로묘사되기도했는데,이는“자갈밭에제몸굴려가며시의뼈를깎아야한다”(「별이름루婁에대하여」),“미궁의시”(「미궁의시詩」),“미궁에서찾아온시”(「미궁에서찾아온시詩」)와같은시어들에서엿볼수있는부분이다.특히나시인은시인의수행성을중요하게생각하고있는데시집의표제이기도한『소금성자』처럼한편의시를쓰는일이“소금”처럼읽는이에게스며들수있으리라믿는다.삶의미궁에서궁극의시를찾는과정이빚는그의‘새로운서정’은80년대이래여전히역사성을가지고전진할것이며,이후로도끊임없는운동성을갖고지속할것이다.

책속에서

그낡은가방속옛상처탈탈털어다비우고,작은진공관라디오,공책과연필,편지와그편지가닿을주소,참,자네에게줄시집한권,그것만으로도만족하리,나는그낡은여행가방을들고시애틀행비행기에오르겠네
---「낡은여행가방」중에서

소금이무한량으로넘치는세상
소금을신이내려주는생명의선물로받아
소금을순금보다소중하게모시며
자신의당나귀와평등하게나눠먹는사람이있다.
---「소금성자」중에서

사람과사람사이에고래가있다,조심해라
사람이사람에게겨누는작살이그뒤에숨어있다
---「바다에서사람의자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