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국 시기 중국소설 (중국작가 12명이 그려낸 만주국의 풍경과 사람)

만주국 시기 중국소설 (중국작가 12명이 그려낸 만주국의 풍경과 사람)

$48.00
Description
▶ 동아시아 문학사의 빈 공간, 만주국 문학을 읽다
만주국은 동아시아 근대성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학술적, 사상적 자원을 내포하고 있다. 만주국은 다양한 역사적 원인, 정치적 입장, 경제적 동기를 지닌 민족들이 혼거했던 곳이며, 좌익과 우익, 유토피아주의자와 현실주의자, 휴머니스트와 마키아벨리스트가 복잡하게 뒤섞인 갈등의 요람(래티모어)이었다. 따라서 만주국 역사는 어느 한 국가, 한 민족이 독점할 수 없는 동아시아 각국, 각 민족이 공유해야 할 역사이다.
오늘날 동아시아 3국은 여전히 ‘식민 청산’이라는 ‘과제’를 온전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제국-식민지’의 이분법은 여전히 만주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식민 공간을 이해하는 핵심 틀로 작용한다. 만주국 문학 연구 역시 각국이 서로 다른 역사적 입장으로 접근하면서 많은 공백을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의 만주국 문학 연구는 당시 만주국에 체류했던 한인(韓人)과 연관된 문제나 이들의 독립 활동에 치우쳐 있는 반면, 만주국을 제국사(帝國史)의 일부로 인식하는 일본의 경우에는 만주국 문학을 일본인들의 개인적 체험이 담긴 기록이나 노스탤지어 정서를 자극하는 텍스트로 접근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중국은 한족 문인들의 저항에 주목하는 민족주의 입장을 취하면서, 만주국을 일본에 의해 유린된 치욕의 시공간으로 인식하는 ‘항일’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역사적 사실이 증명하듯 만주국은 일본의 대륙 침략 과정에서 세워진 괴뢰 정권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더 주목해야 할 사실은, 당시 만주국은 일본인, 조선인, 한족, 몽골인, 만주인, 러시아인, 유대인 등 다양한 이방인이 교류하고 충돌하는 공간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다층적이고 역동적인 문화가 파생된 공간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만주국 시기 중국소설』은 기존의 ‘제국-식민지’의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만주국에 실재했던 사람들의 역동적 삶과 복잡다단한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본서는 건국대학교 아시아문화정치연구소 연구진들이 다년간의 광범위한 작품 독해 과정을 통해 만주국 문학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22편의 작품을 선별하여 번역한 결과물이다. 국내에서 처음 출간되는 만주국 시기 중국소설 작품선인 만큼 작가와 작품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가별 해제를 덧붙였다.
저자

산딩,구딩,메이냥,관모난,단디,샤오쑹,스쥔,왕추잉,우잉,위안시,이츠,줴

(山丁)1914-1997
만주국을대표하는작가로1937년발생한‘향토문학’논쟁의중심에있던인물이다.일찍이창춘(長春)에서우잉(吳瑛),메이냥(梅娘)등과함께‘문총파(文叢派)’를조직했고,1939년에는‘문총간행회(文叢刊行會)’발기인으로참여했다.대표작으로는단편소설집『산바람(山風)』,『향수(鄉愁)』,『풍년(豐年)』과장편소설「녹색의골짜기(綠色的谷)」등이있다.

목차

서문

산딩
산바람
투얼츠하작은마을에서

구딩
변금
유리잎

메이냥
난쟁이
물고기

관모난
두뱃사공
지하의봄

단디
나무하는아낙

샤오쑹
은방울꽃

스쥔
무주지대
왕추잉
혈채

우잉
신유령
신여성의길
란민

위안시
이웃세사람
삼림의적막

이츠
고향의원수
변경의노래

줴칭
하얼빈
귀향
악마

출판사 서평

▶만주국민중의삶과만주국‘로컬리티’
『만주국시기중국소설』에수록된작품들은당시만주국민중이겪어야했던고단한현실을적나라하게보여준다.여러세대를거치며척박한환경을개척해왔던만주지역의민중들은일제의정치적억압과경제적착취로인해고통을겪었고더러는삶의터전을잃고유랑한다.오랫동안만주지역을지배한지주제와새로이유입된식민자본은만주국농촌사회의급속한파탄을초래했다.
산딩(山丁),구딩(古丁),왕추잉(王秋螢)의작품에는경제적계층질서가고착화된만주농촌지역을배경으로평생가난과기아에서벗어날수없는농민의처참한현실과불평등한사회구조가묘사된다.물론이러한고통이비단농민에게만국한된것은아니었다.샤오쑹(小松)의작품에서볼수있듯,동부접경지대에살던이들은생존을위해목숨을걸고국경을넘나들며밀수를감행하기도한다.
만주국작가들은이처럼민중들의험난한생존현실을밀도있게묘사한다.위기가일상이된만주국현장에는둥베이(東北)민중의비애,고독,그리고그들에대한깊은동정과연민이배어있다.만주의흑토(黑土)깊숙이축적된그와같은고난의기억들은광활한초원과원시림을배경으로만주국문학의‘로컬리티’로승화된다.

▶‘낮은하늘아래,좁은길을걷다’,만주국여성의신산(辛酸)한삶
『만주국시기중국소설』은만주국여성작가의작품을여러편소개한다.만주국여성작가의창작은만주국사회내부에서줄곧억압의대상이었던여성들의현실을폭로하는동시에만주국사회가지니는구조적모순을여성의시각에서그려낸다.무엇보다이들은여성작가특유의섬세한안목으로주변화된타자들,즉여성,아이들,하층민의일상속에스며든‘폭력’을예민하게포착한다.
만주국문단에서활발한창작을전개했던우잉(吳瑛)과단디(但娣)의작품은여성과사회빈곤층의비참한생활상을묘사한다.그녀들은만주국사회의기형적심리를비판하는동시에민족적,계급적,젠더적경계에조심스럽지만민감하게접근한다.또한만주국은물론화베이(華北)지역까지도유명세를떨친메이냥(梅娘)은여성화자의독특한자의식을통해식민공간을횡단하여코스모폴리탄적시선으로식민지근대성의경계를탐색한다.

▶만주국의다층적풍경과역동성,그리고삶의면면
『만주국시기중국소설』은만주국의문화적역동성을드러내는다채로운삶들을조망한다.다양한국적과계층의사람들로이루어진만주국은전통과근대,제국과식민지사이에서문화적‘혼종성’을형성하였다.무엇보다일본에서조선을거쳐만주로,다시만주에서러시아로연결되었던‘만철(滿鐵)’은단순히철도노선의확장을넘어인터내셔널한문화적‘월경(越境)’을가능케했다.
만주국에서문화적‘혼종성’을흥미롭게드러냈던공간은이른바‘동방의모스크바’로불리던국제도시하얼빈이다.대도시의향락과타락,제국의번성과쇠퇴의과정을고스란히담고있었던하얼빈은만주국작가들에게식민지근대문명의체험과상상을가능케한공간이었다.중국의‘앙드레지드’로일컬어졌던줴칭(爵青)이나만주국의대표적진보작가관모난(關沫南)은하얼빈이지닌근대문명의한계와가능성을예리한시각으로포착한다.
작품에묘사된조선인,유대인,러시아인등다양한민족출신의유랑민형상과실향정서는만주국의‘혼종성’을드러내는흥미로운소재이다.만주국작가들은조국을떠나방황하는유랑민의설움에공감하며전쟁의실상을폭로하는동시에실향민과유랑민의궤적을추적하면서만주국에형성된식민지네트워크를기록하고있다.

▶만주국작가들과식민지문단의궤적
만주국에서활동한작가들은혼란했던식민지현실을정면으로묘사하거나그에대한저항의소리를내기어려웠지만,자신들만의방식으로만주국문단의맥을이어간다.1930년대만주국작가들은『명명(明明)』,『예문지(藝文志)』같은잡지를진지(陣地)로삼아창작활동을전개한다.이시기에는만주국문학의‘방향성’에대한첨예한논쟁이발생하기도했는데,산딩과왕추잉은만주국사회의현실을폭로하는‘향토문예(鄕土文藝)’를,구딩과줴칭은척박한만주국문단에다양하고풍성한문예실험과창작이우선되어야한다는‘사인주의(寫印主義)’를주장하였다.그러나흥미롭게도이책에실린작품들은두진영의주장과별도로그들의창작이크게다르지않다는점을드러낸다.
이책에는‘예문지도요강(藝文指導要綱)’을통해본격적으로작가들의활동을통제한1941년이후발표된작품이포함되어있다.그와같은강압적문예정책이실행되자다수의작가들은일제의감시와억압을피해만주국을떠나게된다.이책에번역된작품들은만주국작가들이어려운창작환경과척박한현실속에서도자신들의경계적정체성을글쓰기라는형식으로고민하고사유했음을확인하게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