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천국 (김옥숙 장편소설)

배달의 천국 (김옥숙 장편소설)

$18.00
Description
앱 클릭 몇 번이면 펼쳐지는 손안의 음식 천국
그 천국의 맛을 위해 지옥을 견뎌내는 이들이 있다

▶‘배달 강국’대한민국 자영업자의 지옥도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빵, 사방에 굴러다니는 파이와 치즈 덩어리, 우유가 강처럼 흘러 먹을 것이 지천인 세상. 브뢰헬의 미술 작품 〈게으름뱅이의 천국〉의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은 작품 밖 현실에도 존재한다. 바로, 배달 앱에서 펼쳐지는 음식의 향연이다. 그러나 음식의 향연이 펼쳐지는 이 천국 뒤 누군가는 지옥 같은 현실을 살아내고 있다.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우울한 자화상을 고발한 김옥숙 작가의 새 장편소설 『배달의 천국』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지난 몇 년간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전염병의 창궐 속 경제적, 정신적으로 타격을 입은 채 살아가는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포착했다. 우리 사회 모순과 병폐를 에두르지 않고 생생하게 고발하는 문학 정신에는 작가의 실제 자영업 경험과 함께 전태일 문학상 수상 작가로서의 관록이 묻어난다.

코로나로 매출이 떨어지자 아내는 월세와 인건비 걱정에 잠을 설쳤다. (중략) 아내는 억울해서 자꾸만 화가 치민다고 했다. 식당을 이렇게 오래 했으면 남는 게 있어야 하는데, 빚만 늘어 억울하다고 했다. _p. 16~17

코로나의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2020년대 초반, 거리두기 방역지침이 발표될 때마다 그 누구보다 마음이 타들어 갔을 자영업자들. 영업 제한조치로 식당 매출은 곤두박질치는데, 꼬박꼬박 나가는 월세와 직원 월급을 감당하기 벅찬 것이 자영업자의 현실. 홀 장사만으로는 막막하니 배달 장사로 눈을 돌리게 되는 이들. 과연 배달업은 무너지는 자영업 생태계를 다시 살릴 구원의 밧줄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김옥숙

경남합천에서태어났습니다.2003년대구〈매일신문〉신춘문예에시「낙타」로당선되고,같은해전태일문학상에소설『너의이름은희망이다』로당선되어시와소설을쓰고있습니다.지은책으로『희망라면세봉지』,『평화의불꽃이된핵의아이형률이』,세종도서교양부문에선정된『김형률』이있습니다.시집『새의식사』,장편소설『식당사장장만호』,『흉터의꽃』,『서울대나라의헬리콥터맘마순영씨』가있습니다.앤솔로지『이달의장르소설2』에「엘리베이터거울속으로들어간남자」를실었습니다.

목차

수상한악취
배달의뜨거운맛
별점테러
늙은사장의붉은앞치마
쓰레기집의악플러
배달전쟁터
슈라라펜란트,음식의천국
원숭이꽃신을신고
악마의음식,황홀한그향기
리뷰의노예
블랙컨슈머
붉은헬멧을쓴배달라이더
달콤한악플의맛
배달의정글속에서
불장난
어느자영업자의영정사진
마지막악플게임
지옥의냄새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비대면과익명성,그달콤한가면뒤에숨은악마
홀장사매출이떨어지자배달장사에뛰어든식당사장만석.배달시스템이가진비대면이라는특성상진상손님이전에비해훨씬늘어골치아프다.툭하면“환불해주세요”,“리뷰에올릴거예요”라며‘리뷰갑질’이다.그래도어쩔수없다.환불도해주고,사과도해줘야별점테러를막을수있으니참는수밖에.
배달주문으로이어지기까지그식당의리뷰는굉장히중요한영향을미친다.구매자는배달앱리뷰를확인한후평점이높고리뷰가좋은식당을선별해주문을하니,만석도여느자영업자와마찬가지로리뷰관리에온종일전전긍긍이다.리뷰어는바로이점을악용한다.평점떨어지는것이두려워리뷰관리에공을들이는식당사장을노리고익명의리뷰어들은별점테러를저지르며식당사장에게‘왕’으로군림하려는악랄한심보를보이는것이다.배달앱에서구매자는닉네임을사용해리뷰를단다.이들이식당에근거없는악플을달며활개치고다녀도이를제재할수있는방도가없다.닉네임,익명이라는가면뒤악플러가휘두르는폭력에식당주인은그저당하고있을뿐이다.
코로나시대이전에도악플러는존재했고,이악플러는누군가를울리고또죽였다.하지만유례없는전염병의유행으로우리사회는누군가와거리를두고,최소한의접촉만허용하는문화에길들여져갔다.이렇듯‘비대면친화적’인일상의도래는그비대면의특성을이용한더많은악마를키우기에이르렀다.

▶약자와약자가벌이는일상의각개전투
외출도,샤워도삼간채하루종일집안에서컴퓨터게임에몰두하고배달음식시켜먹는것이낙인은둔자민성.민성은배달앱에서음식을주문하고,그음식을먹는과정이너무나즐겁다.그리고무언가불만이생겼을때그식당에리뷰로갑질하는것은더즐겁다.허위로,과장해인신공격까지해대는이리뷰는악플이다.민성이아무리심한악플을달아도대부분의식당사장은되레민성에게죄송하다고한다.태어나처음느껴보는권력을가진자의기분.누군가의위에있다는기분.이짜릿함에민성은‘악플게임’을멈추지않는다.도대체무엇이민성으로하여금‘프로악플러’가되도록만든것일까.

민성에게학교는정글이었고지옥이었다.아이들은살찐민성을보기만하면돼지라고놀렸다.여럿이둘러싸고민성을이유없이때렸다.(중략)민성은그자리에선채로바지에오줌을지렸다.(중략)엄마는민성의축축한바지를보고아무것도묻지않고대뜸등짝을후려쳤다.엄마는이게과연내새끼가맞나,하는표정을지었다.민성은엄마가등짝을세게후려쳤을때,엄마에게도외면당한쓰레기가된기분이었다.그날,민성의어린영혼은유리컵처럼깨지고말았다._p.116~118

민성은유년시절,학교폭력의피해자였고집에서는엄마의차별과힐난에시달렸다.수치스러운경험을당하고그것을제대로위로받지못한채어른이된민성.원망,분노,열등감이라는감정의복합체는어느새괴물이되어무고한이에게그감정을표출하는악마가되고말았다.

노동운동가에서자영업자로변신한선호형은입버릇처럼말했다.이나라는자영업자를위한나라가아니야.자영업자를위한나라는없어.어쩌면자영업자를위한나라가없기때문에이가게이름을그리운나라로지은건지도몰랐다._p.78

20대시절,만석과함께자동자부품공장에서근무하며친해진선호는당시공장이폐업하게되자폐업반대투쟁을이끈공장노조위원장이었다.이후호프집을열어장사를시작했고,이가게는대학로의핫플레이스로자리매김했지만그역시코로나의직격탄을피해갈수는없었다.가게와직원의규모를줄이며고군분투했으나점점더어려워지는주머니사정에선호는직접배달라이더가되어배달을다닌다.입버릇처럼“자영업자를위한나라는없다”고말하는선호에게서우리사회수많은자영업자가외치는절규가들리는듯하다.
부익부빈익빈을부추기는자본주의무한경쟁시스템은결코약자를뒤돌아보지않는다.약자는각자도생으로마주한정글을탈출하여살아남기위해생존전투를벌일뿐.서로가서로를베고도려내고후벼파는이전투는낙오하지않기위한저마다의처절한몸부림이다.

▶플랫폼자본주의작동방식의명과암
휴대폰에배달앱을다운받지않은사람을찾기힘들정도로배달앱은우리의일상으로스며들었다.배달앱과배달대행플랫폼의발달은바쁜현대인에게빛이된동시에우리사회의어둠으로자리잡았다.당일배송,새벽배송,총알배송….24시간쉼없이돌아가는배달서비스.배달되는물건의종류는커피한잔에서부터무거운가구에이르기까지,그야말로배달안되는게없는신세계에서살고있는지금.하지만플랫폼서비스가제공하는편리성이면에는그편리를위해땀흘리며죽어가는노동자가있다.
배달앱과같은플랫폼은고객의정보를데이터로저장하고,여기에노동자를끌어들인다.그러고는고객과노동자를연결해줌으로써이익을얻는다.플랫폼에는무수한데이터가이미축적되어있기때문에보다많은고객과연결되기위해자영업자는이플랫폼을거치는방법을택한다.자영업자는플랫폼에직접고용된것은아니지만,마치구속된것처럼그안에서자신의시간과노동을쏟는다.플랫폼의작동방식에서결코벗어날수없는착취의굴레를쓰는것이다.
이제플랫폼은현대자본주의사회에서누구도쉽게건드릴수없는거대공룡이되었다.『배달의천국』에는영세자영업자를착취의구조로밀어넣는이플랫폼자본주의의어둠과잠깐기댈벽조차빼앗겨버린사회약자의초상이함께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