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 숲의 휘파람새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

$17.00
Description
단절된 우리 시대의 풍경 속
흐릿해지는 진실과 거짓, 선과 악의 경계

▶ 현대인이 겪는 혼란과 모순된 심리를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장미영의 첫 소설집
‘말하지 않음’, ‘말해지지 않음’의 가장자리에 맴돌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등단 이후 꾸준히 현대인의 모순된 심리와 사람 사이의 관계를 탐색해온 장미영 소설가가 첫 소설집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를 출간했다.
“7편의 소설들은 ‘말함과 말하지 않음’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진실과 거짓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오현석 문학연구자는 해설 「언어의 가장자리에 머무르는 진실들」을 통해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의 독자들을 끊임없이 진실과 거짓 판단을 해야 할 심판대에 올려서 시험하고 있다”며 소설을 상찬한다.

기억, 사랑, 죽음, 환상… 세상의 소리에 무뎌지지 않기 위해 애썼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세상이 조금은 내 마음 같았으면 싶었다._「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는 일곱 편의 작품을 통해 자기 자신, 또는 타인과의 사이에서 이유 모를 혼란과 관계 변화를 겪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다.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꿈을 좇기를 시도하며 타인과 연결되려 하는 청년,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기억으로 인해 혼란을 느끼는 가족, 진실을 사실대로 밝히지 않음으로써 남을 기만하는 인물들.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에 실린 단편을 통해 독자들은 선과 악이라는 윤리적 경계를 넘나들며 진실과 거짓은 어떻게 나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저자

장미영

서울에서태어나부산에서살고있다.2019년국제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사려니숲의휘파람새」가당선되어등단했다.2006년동서문학상가작을,2012년천강문학상우수상을수상했다.어린이집교사로,강아지달이의엄마로지내고있다.『월든』의작가헨리데이비드소로와가수브라이언아담스,숲과바람을좋아한다.저서로테마소설집『모자이크,부산』(공저)이있다.

목차

거짓말의기원
사려니숲의휘파람새
끝나지않은약속
붉은벽돌집
타로텔러
그룹헤로인
우리동네현보

해설:언어의가장자리에머무르는진실들_오현석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무기력한현실속자신의꿈을좇는청년들

표제작「사려니숲의휘파람새」의주인공지웅은남들보다소리에민감해작은소리까지구분할수있다.아르바이트로생계를유지하며하루하루무기력한삶을살던지웅에게는좋아하던휘파람새소리를들으러길을떠났다생을마감한아버지의기억만이강렬하게남아있을뿐,자신이좋아하는것을추구할의지도열정도없다.어느날지웅이사는빌라에한여자가이사온다.여자의집에서나는작은소리에도귀기울이며,지웅은그녀에대한궁금증을키워간다.

꽃,동물,새,모든것들은말이야소리로자신의존재를알리지.우리와다른점이있다면거짓이없다는거야.(64쪽)

「그룹헤로인」은예술과사랑의경계에선인물을주인공으로한다.김준은예술을통해진짜나를찾고싶어하는청년이다.자신이속해있는밴드‘헤로인’의리더병화형을예술가로서존경하는준은어느날자신의여자친구가인과병화형의불륜장면을목격한다.하지만준은아무런행동도취하지않는다.오히려모든주변관계를정리하고진정자신이원하는예술을찾아병화형의집으로향한다.

거짓은어떻게진실이되는가

「거짓말의기원」은최근대두되고있는교사와학부모간의갈등을다룬소설이다.민서엄마는민서귀의상처를이유로어린이집담임선생님인주인공에게어린이집운영과관리에대한문제를제기한다.CCTV를통해아무일이없었음을확인했는데도민서엄마는지속적인민원제기와함께어린이집홈페이지에글을쓰고주인공을고소하기에이른다.스트레스로인해정신과상담까지받게되는주인공은끝이보이지않는싸움에점점지쳐간다.
「타로텔러」는미래를예견하는무당엄마의능력을이어받았지만신내림을거부하고타로텔러로살아가는주인공의이야기다.자신의의지와는다르게타인의미래를볼수있는그녀는타로점을보러온손님을큰위험으로부터구하기도한다.그러나자신이미래를볼수있다는사실을철저하게숨긴다.그녀는자신의운명을끊임없이거부하지만,자신의운명에서벗어날수없다는것을안다.
「우리동네현보」에는상반되는두인물이등장한다.늘웃고다니는말더듬이현보는동네사람들의구박을받는인물이다.현보의동생현수는형과달리똑똑하고합리적인인물이다.동네에서도난사건이발생하자사람들은현보의말에는아무도귀기울이지않고현수의말에는적극동조한다.현수는사람들의고정관념을이용하여자신이저지른범죄를형에게뒤집어씌운다.주인공연희는현보와현수를통해사실이아님에도진실이되고사실임에도거짓이되는현실을목격하고절망한다.

사실과진실사이거리는얼마나될까.사실이라도믿어주지않으면거짓이된다.하지만거짓이라도믿어버리면곧진실이된다.믿어주지않는진실,믿어버린거짓.한참을멍하니있었다.(233쪽)

웅크리고있던기억의파편을대면할때

「끝나지않은약속」의주인공진수는딸채영을홀로키우며지낸다.아내수진은채영을낳고뇌종양으로세상을떠났기때문에채영은태어나서한번도엄마를본적없다.분명채영의기억에엄마는없는데어느날부터채영은자꾸생전수진의모습과너무나도닮은아줌마이야기를한다.눈에보이지않는아줌마와대화하고선물을받고,수진과진수가살았던돌산마을을찾아가기도한다.진수는채영을통해피하려했던과거수진의기억과마주한다.

오늘이그날인것같다.수진에대해이야기를해줘야할시간이왔다.나는방으로들어갔다.서랍에서수진과나의손수건을꺼내바지주머니에넣었다.그러고는채영이와함께밖으로나왔다.나는채영이를목말태웠다.(104-105쪽)

「붉은벽돌집」은해리성무감각증을진단받고과거의기억으로부터단절된채삶을살아가는청년의이야기다.청소일을하는준상은붉은벽돌집의청소를맡는다.가출청소년들이어지럽힌벽돌집안에서준상은남겨진물건들을보고갑작스러운과거의기억을마주한다.수많은장면으로인과성없이쪼개진기억은선후관계도,원인과결과도없다.의식곳곳에박힌기억은시시때때로준상을혼란스럽게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