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연

기연

$16.00
Description
엄마는 사랑해본 적도 없잖아
아픈 곳에서 탄생하는, 시작부터 위태로운 사랑

바래지는 자아 속에서 사랑을 찾다, 박도하 첫 번째 장편소설
2023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피비」로 작품 활동의 시작을 알린 박도하 소설가의 첫 장편소설. 소설가 김인숙은 단편소설 「피비」의 심사평에서 “마치 주어진 옷을 입듯이 주어진 제도에 갇혀, 그 안에서 서서히 소멸돼가는 자아. 이제 와서 무엇이 새로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 그 질문에 도달하려는 ‘피비’의 안간힘이 안타깝다”고 평한 바 있다. 『기연』 또한 이러한 질문을 기반으로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서서히 자아가 소멸되고 있던 기연을 불러내 중심인물로 이끈다. 작가는 대충 묶어둔 매듭 같은 가족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년 여성의 자아와 삶, 사랑에 관한 이야기와 그 심리를 반짝이는 문장으로 표현하였다. 삼십여 년째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지만 자신의 삶과 사랑을 발견하지 못한 한 중년 여성의 이야기는 한 남자와의 조우를 통해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저자

박도하

1983년대구에서태어나계명대학교문예창작학과와충남대학교국어국문학과석사과정을졸업했다.2023년경상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피비」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그림이없는밤
수영과담배
검은얼굴
못생겼지만맛있는
안개의말
햇살이내려와

해설:한차례아팠던그사랑은이제_강도희(문학평론가)
작가의말:기연을위한변명

출판사 서평

▶그래,이년아.너는참좋겠다
딸의결혼과엄마의자리

오랜시간욕망의주체나대상이되지못했던기연에게딸의결혼은어머니로서가졌던애착의자리마저이제소멸했음을알린다.그렇게딸아이가떠난뒤자신이인생의변두리즈음에놓였다생각했던기연에게치수와의사랑은어떤삶을다시살아가게끔자리를내어준다.사랑은그녀를생의주인공으로부른다._강도희(문학평론가)

기연은공무원이된어린딸이결혼을선택하는것이못마땅하다.남편과사랑을주고받아본적없는그녀는늘자신을비난하기만하는남편과의결혼생활에깊은피로감을느끼고,딸은자신과다른삶을살기를바랐기때문이다.기연은딸의혼수를준비하기위해자기딸의이름과똑같은‘재연이불집’에들어서고,그곳에서만난이불집사장박치수에게이끌린다.살면서한번도느껴본적없던감정에혼란을느끼던그녀는이불가게주변을배회하다어지럼증으로근처의자에앉아잠시의식을놓게되는데,그모습을치수가발견한다.이날을계기로두사람은마음을나누게되지만기연은자신이오랫동안지켜왔던무언가가치수와의만남이후흔들리고있다는불안감을느낀다.

▶왜인간은가장가까운사람에게가장잔인한걸까

사랑의성공이결혼으로끝나기에는숱하게많은위기와좌절이그후에찾아온다.가족내부에서모순과소외감을경험한여자들은서로를바라보며자신들이얼마나실패했는지가늠한다.그렇다고서로를동경하고다른길을택하기에는타인의실패가갖는무게도만만치않다._강도희(문학평론가)

『기연』에는기연뿐아니라가족속에서자신의희미한존재를느끼는다양한여성인물들의시점이드러나있다.이혼하고화가로서홀로삶을살아가는기연의친구주선,오랫동안혼자서만가족의의무를이행하고가족을지탱해온치수의아내미옥,집을떠났다다시돌아온엄마를보면서도여전히결핍을느끼는한성의딸예리등이들은모두가족의부재를느낀다.가족이있음에도느끼는부재의감각은해당인물의자아를더옅어지게만든다.남편,자식,엄마와의관계속에서느끼는소외감과상처를오래곱씹어나타나는것은텅빈결락감이다.

▶내딸이이세상에살아있는한

그는죽음을생각하고있을까.갑자기딸아이의얼굴이떠올랐다.기연은자신과세상을이어주는유일한끈이딸이라는사실에안도했다.딸이있기에그녀는세상쪽으로바짝붙어걸을수있었다.둥근볼과부드러운이마를지닌아기였던내딸.내딸이이세상에살아있는한그녀는이세상을떠나고싶지않았다._p.179~180

비록자식과가족이자신의존재를희미하게만들고마음속의허무를생성하게한다할지라도기연은가족을떠나지않는다.딸,자식은절대나와동일한인간이아니다.하지만딸재연은기연의일부이자기연에게삶과죽음의경계에서삶을택하게하는이유이다.딸이보기에는미련하고무기력하게느껴질지몰라도그녀는딸에대한사랑으로그자리를지킨다.다른곳으로가지못해서머무는것이아니라그자리에생명이라는빛이있기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