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 - 산지니시인선 21 (양장)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 - 산지니시인선 21 (양장)

$17.00
Description
▶ 연변살이 고투에 바치는 그리움과 추억의 걸음걸음,
연변에 터를 닦은 이들의 삶을 시에 녹이다
지역에서 소외되었던 문학 전통을 되살리는 연구를 이어 온 박태일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의 일곱 번째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가 출간되었다. 『옥비의 달』 이후 9년 만에 출간되는 이번 시집에는 연변을 소재로 한 101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국내 지역뿐만 아니라 몽골, 도쿄, 중국 연변 등 재외지역 문학 연구에도 힘써 온 저자는 북한 문학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연변에 오고 간 20여 년의 세월 동안 그곳에서 보고 느낀 바를 이 시집에 담았다. 1991년 처음 연변 땅을 밟은 저자는 그 이후로 심도 있는 북한 문학 연구를 위해 부지런히 연변을 오갔다. 2015년 연변에서의 연구년을 보내고, 이후 틈틈이 연변을 찾으며 북한 문학 연구를 지속해 온 것이다.
시인은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라는 제목이 가리키는 것처럼 연변으로 이주하여 오랜 시간 그곳에 터를 두고 살아온 나그네(남편)와 안까이(아내), 즉 연변 땅의 평범하고도 소박한 주변 사람들의 삶을 따스한 시선으로 포착해 내었다. 작품에서는 연변 체류 기간 동안 시인이 실제 다녔던 헌책방, 수상시장 국밥집, 부르하통하(연길 시를 가로지르는 강변) 등이 등장해 생생한 연변의 풍경을 그린다.
시인은 연변을 고향으로 둔 이들이 겪은 고투와 비통에 죄책감을 느끼며 그 빚진 마음을 시로 풀어냈다. 시집은 총 다섯 개의 부로 구성되어 연변 사람들의 일상부터 연변의 역사유적지, 항왜투사, 조선족 이민사 등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흐르고 있는, 연변 사람들이 겪어 온 역사의 줄기를 훑는다.
이번 시집은 재중겨레 문학사회의 비평가인 전임 연변대학교 김관웅 교수가 풀이를 덧붙임으로써 박태일 시인의 작품을 폭넓게 이해하도록 돕고, 국내 독자에게 다소 낯설 수 있는 연변 지명과 역사를 일러준다. 연변 사람들의 정체성을 품은 역사는 이제 시인이 써내려간 그리움과 추억의 옷을 입고 우리 곁에 자리한다.
저자

박태일

1954년경남합천군율곡면문림리태생.부산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서학사,석사,박사과정을마쳤다.1980년〈중앙일보〉신춘문예시부문에「미성년의강」이당선하여문학사회에나섰고,『열린시』동인.시집으로『그리운주막』,『가을악견산』,『약쑥개쑥』,『풀나라』,『달래는몽골말로바다』,『옥비의달』을,연구·비평서로『한국근대시의공간과장소』,『한국근대문학의실증과방법』,『한국지역문학의논리』,『경남·부산지역문학연구1』,『마산근대문학의탄생』,『유치환과이원수의부왜문학』,『시의조건,시인의조건』,『지역문학비평의이상과현실』,『경남·부산지역문학연구4』,『한국지역문학연구』를,산문집으로『몽골에서보낸네철』,『시는달린다』,『새벽빛에서다』,『지역인문학:경남·부산따져읽기』를냈다.그밖에『두류산에서낙동강에서:가려뽑은경남·부산의시1』,『크리스마스시집』,『동화시집』,『소년소설육인집』,『무궁화:근포조순규시조전집』들을엮었으며,김달진문학상·부산시인협회상·이주홍문학상·최계락문학상·편운문학상·시와시학상을받았다.2020년정년을맞아한정호·김봉희가엮은박태일관련비평집『박태일의시살이배움살이』가나왔다.현재경남대학교국어국문학과명예교수이다.

목차

시인의말하나

제1부
밤기차|보시염소|조양천|개산툰구월|굼벵이는굼벵이|점등|모녀|근들이술|굴뚝은이긴다|련화와제비|흥안진달래|바키|하늘걸음|감기에몸살|노래다리|변명|눈그림자|연길은영결이다|입추|이른봄

제2부
부암촌바라보며|소영진종점|변강이라는말|이면주|유리창|입추온면|사드를위하여|하늘다리|진주도정가라니|달라지지않는것|감자전|신촌봉선화|살아가도죽어가도|류순기|막걸리|깽그랑깽깽문여소|귀향|내가지은옥수수는고개치벋고|명태는찌고|마반산을달리다

제3부
연길아다다|도서관|도서관공놀이|홍옆은떠다닌다|소탕개탕|천녀분녀|헌책방|병풍산|석현진|콩나물은|팔도에서|팔도천주교당|두만강내려다보며|진달래식당|방천|회룡봉옥피리|근황|갈아타기|왕청|호객|붕우가

제4부
오그랑죽|돈화메뚜기|정혜공주와거닐다|이도백하|두만강두만강말마라|나는마음속대한사람|우리오늘사긴지한달|로인아파트로인모집|심장병에강복|풍습골병에는|사나이격정웨치라|내삼년된당뇨병|광제산|여러분에게|아침시장에서|설뫼한바퀴|부르하통하|룡정종점|잠자리날아나온곳|연길역|자진모리까치|려산

제5부
돌솥밥|화룡에서흰술을|손벌초|중경성엉겅퀴|불꺼진창에|저낭기내기요|머리카락|산조저김좌진의딸|콩콩|취나물|사과배|연길|동행|양반다리|용을낚는사람들|섬|아침|두만강건너온레닌

풀이:시로쓴연변실록-김관웅(문학평론가)
붙임:연변시집을펴내며

출판사 서평

▶유적지에서회억하는역사속‘그날’들
부여,옥저,고구려그리고발해까지지금의연변땅에는한국사의굵직한사건들이묻혀있다.그중에서도시인은역사의뒤안길로사라진발해역사를회고한다.발해제3대문왕의딸정혜공주의묘소를찾은시인은“정혜열여덟스무살즈음에는/어떤그리움에뒤척였을까”(「정혜공주와거닐다」)자문한다.또“1922년부터1945년까지크작게다섯차례나왜놈들손을/탔다”는,“찌그러진깡통같이차이는”(「중경성엉겅퀴」)발해옛도읍의모습은후대에게발해역사의한파편을전해준다.
한국이국권을강탈당했던시기,연변은광복운동의성지였다.연길마반산에서시인은“장군”이자“초인”으로이름떨친“구미선산에서태를받아1942년초여름/만주벌에서숨을지운서른셋”(「마반산을달리다」)의독립운동가허형식을떠올리고,“왜놈영사관에끌려가눈알을뽑히고간까지잃은뒤/그참상에양잿물로숨을끊은”항왜투사들을“핏빛노을의흑점”(「잠자리날아나온곳」)의기억으로추모한다.

▶연변이민자가풀어놓는생애굽이굽이
1860년대부터1930년대초반에걸쳐일본은만주를중국관내의병참기지로삼기위해한반도로부터대량의“개척민(?拓民)”을들여왔다.그러나“말이좋아개척이지/항왜반만광복군기세싸그리태우고지우기위해/엮고처올린이른바개척민마을”로이민와낯설고물선연변살이는녹록지않다.“고향이그리워울고배가고파울고/약한첩침한번써보지못한채죽은핏줄상여에실어/보내”는“타향살이설음”(「깽그랑깽깽문여소」)을농악과탈춤으로잊어보기도한다.
한개척민은연변조선족으로서연변땅에서살아온세월을구구절절소상히읊는다.이들은“박달나무도쩍쩍갈라지는추위”에“1947년돈가1948년도에는장질부사”를겪고,“1950년6월25일에조선전쟁”이터지기도앞서“벌써조선에다나가매복해”동족상잔이라는비극마저겪는다.굶주림과전염병,전쟁의소용돌이에서살아남은이들은이제나이가들어‘조선’이아닌‘한국’을오가며지난세기고난을기구한운명아래덮어둔다.“아버지는여기서산소내고/우리는이제묘안써/날리삐야”(「내가지은옥수수는고개치벋고」)겠다는조선족사내의말에서,뼛가루처럼그들의역사또한훗날흩어져없어지고마는것은아닌가하는염려가깃든다.

▶조선바람한국바람,정체성과유대의끈
1960년대초반부터중국의조선족사이에서는이른바‘조선바람’이크게불었다.당시대약진운동과농촌의집단농장화등으로먹고사는것이힘들어진이들은조선으로건너와장사를하고,학업에매진했으며때로는망명지로조선을찾기도했다.
이러한조선바람은1988년서울올림픽을계기로‘한국바람’으로바뀌었다.2000년대로넘어와한중수교이후거세진한국바람에“수원평택으로아들며느리떠나고”중국에남아“두손자재울”(「점등」)조부모의황혼육아는연변조선족가족에게서흔히찾아볼수있는일상이되었다.“지금마을에조선사람마이삽니꺼”라는시인의물음에한조선족은“몃이업소다한국갓소”(「저낭기내기요」)라며한국바람으로인해공동화(空洞化)되어버린쓸쓸한농촌사회를알려준다.
조선바람에서한국바람으로,시대의흐름에따라연변나그네와안까이들의생활도변화한다.이제는“사드탓에사단이난걸까/서울텔레비전가마가끊겼다”며한국방송을보지못하는것을걱정하는이들.“와이파이만으로한국생방송”(「사드를위하여」)을챙겨보는그들의정체성은과연중국에서찾을수있을까,한국에서찾을수있을까.한국방송시청이일상의활력이된조선족의모습에서연변조선족과모국사이의정신적유대는시간이흘러도녹슬지않고여전히이어져있음이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