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금빛날개를 타고 갔다 (양장본 Hardcover)

그는 금빛날개를 타고 갔다 (양장본 Hardcover)

$20.00
Description
남편을 보내고 100일, 아내는 다시 펜을 들었다.
남겨진 아내가 기록하는 남편의 인생, 그리고 함께 보낸 시간들.
▶ 죽음을 연구하던 여성학자에게 찾아온 남편의 죽음
가족, 노인, 여성, 그리고 죽음을 연구하고 교육하던 저자가 남편과 사별 후 써내려간 글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저자 이기숙은 40여 년간 대학에서 여성학과 가족노인복지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노년기의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을 잘 준비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진행해왔다. 한국다잉매터스를 만들어 죽음 교육과 애도 상담을 이끌어 온 그에게 남편의 죽음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남편이 떠난 지 100일, 삶의 이곳저곳에서 사라져가는 그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기록을 시작하였다. 여기저기서 떠오르는 남편에 대한 기억을 붙잡으며 써내려가는 과정은 그를 온전히 보내는 작업이었고, 배우자를 갑자기 떠나보낸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표지의 그림은 손녀가 할아버지의 생전에 그린 그림으로 손녀 앞에서만 보이는 장난기 어린 웃음을 엿볼 수 있다.
저자

임정태,이기숙

남편임정태는1950년부산에서4남1녀의막내로태어났다.부산대학교를졸업한후여러사업체를거쳐1996년부터는경상남도양산시의‘㈜한영인더스트리’에서근무하였다.
아내이기숙은1950년부산에서태어났다.신라대학교가족노인복지학과교수를정년퇴직하고,현재는‘한국다잉매터스’대표를맡고있다.죽음관련강의와연구그리고엔딩노트와사전연명의료의향서보급사업을수행하고,부산여성사회교육원,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등시민·여성운동단체에서활동하고있다.『성인발달과노화』,『죽음:인생의마지막춤』,『모녀5세대』,『당당한안녕:죽음을배우다』등30여권의공·저서가있다.
이부부는1950년생동갑으로1975년결혼하였다.행복하게살다가2022년12월임정태가먼저사망하였다.

목차

들어가면서

1부_그가나를떠나려한다
나를보지도못하다니|당신이점점사라지는것을바라보며|그를위한기도|그가했을듯한기도|그를주검으로만나다|마지막숨에서그는무엇을생각했을까?|생(生)은다만그림자|어느시인이건네주는위로의글|우리가뭘잘못했을까?|그것이마지막입맞춤이었다니|‘나잘래’-그의마지막말이었다|그의주검과함께부산으로내려오다|이토록가혹하게벌을주시냐?|그의마지막사진을만들면서|그의빈소(殯所)-감사하고감사합니다|사돈께서대성통곡을하신다|그의머리카락을잘라달라고했다|발인(發靷)-남은육신마저도보내야한단다|화장장(火葬場)-손주들이고함을지르며운다|당신이내가까이온다면다시사랑할게요|그만하면잘사신거예요|오동나무상자에담기어|그의묘지에첫꽃을바치며|우리가그를보내는마지막의례|그의바르도(bardo)에축복이넘치길|우리의50년유정(有情)|그건이장례의마지막(비공식)의례였다|남은식구들끼리의만찬|할아버지만나러가요|그이가내게보내는노래|그이가남긴것들을내눈에심으며|그의이름은지워지고있다

2부_그의72년3개월인생
그의어린시절과운동|그의사진이말해주는그의젊음|그는오랫동안나만바라보고있었다|달콤하였던데이트|그의본가-‘양정집’추억들|그의어떤점이마음에들었을까?|그의연애-‘나타샤와나는흰당나귀타고갔었다’|자기에게제일소중한것은‘당신’이라고했다|기분좋으면그는노래를부른다|그는돈을좋아한사람이아니었다|그는늘나를이긴다|그의마지막홈런|세번째의삶을고마워했다|그는늘‘아내에게잘해야한다’고말하는사람이었다|그의다정함이나를물들다|그러면서결곡한사람|그의해외여행첫선물|그가만들어준더치커피|그의생일|그는‘막걸리빚기’를배울것이라했다|그의인생에서마주한인연들|그의회사물건들을정리하면서|때로는‘굽히면온전할수있다’는말|몸의아픔에는둔감한사람이었다|그의화양연화|그는나를절반만사랑한사람이아니었다

3부_이제,그는옆에없단다
그냥그가먼산책을갔다는정도이다|혼자로구나,완전혼자야|여전히그는내옆에살아있다|이번주말엔그의베갯잇을갈아야겠다|곳곳에숨어있던그의이름이지워진다|요즘사장님이안보이시던데...|사진속에서그를다시찾다|차마꿈엔들잊힐리야|남편을먼저보낸그녀를깊이안아주었다|혼자서춥지않니-친구의선물|나는너로살고있네|그무엇으로도대신채워줄수없는|꿈에라도만나봤으면|엉개를보니,그가또생각났다|그의눈,코,입|내가너무당신을혹사했는가|그가여전히살아있다고믿고싶다|그의그찬란함을기억하며|다시새벽운동을시작했다|그러나그이가있을때와없을때가다르다|그가간지100일째-묘지에갔다|다시슬픔이차오르다|봄이되어꽃이피고초록이자라네|그가간지200일째-호미를샀다|나는다시살아볼수있을것같은생각이들었다

임정태(林政太)연보
나오면서

출판사 서평

▶어디서부터무엇이잘못되었을까생각하고또생각하지만답은나오지않는다
그래서빈마음으로그를보낸다
남편은좋은배우자이자존경받는아버지였고,손주들에게사랑고백을받던다정한할아버지였다.2022년11월,황달기가보여찾은동네내과에서혈액검사후급히큰병원응급실로간남편은담관암진단을받고중환자실에입원을했다.별다를것없던일상에서갑자기중환자실이라는풍경앞에내던져졌다.담당의가매일남편의몸에대해설명을하지만아내는그말들이이해가되지는않았다.다만알수있는것은남편몸의상태가점점나빠지고있다는것이었다.수많은검사장치들로연결된그의낯선몸앞에서할수있는것은그저손을잡아주는것뿐이었다.
기대와희망과는다르게남편의몸이이세상을떠나려고하는것이느껴졌다.동네병원을찾은지2주가채되지도않은12월8일,남편은이세상을떠났다.차려진빈소는아름다웠고그를기억하는많은사람들이빈소를찾았다.남겨진아내는그를위해머리에하얀리본핀을꽂았다.

▶금빛날개를타고홀연히떠난남편이남긴흔적에서그의삶을더듬어본다
남편이홀연히떠난뒤슬픔은먹물같은그림자처럼남았다.장례가끝나고모였던가족들이각자의집으로흩어지고남편의사진과아내만남은집에서는하루에도몇번씩이나그에대한기억들이나타나고사라졌다.시장에남편이좋아했던두릅과엉개가나온걸보며그를떠올린다.그가좋아했던양장피가,스시가아내를울린다.
아내는홀로집에남아여전히남아있는남편의물건하나하나에눈길을주며그를느껴본다.결혼식날맸던넥타이와예물시계.장인어른에게물려받은베레모,딸이사주었던지갑,며느리가사준골프모자와셔츠,그의손때묻은핸드백-그안의주민등록증과운전면허증.그가남긴물건에는그의삶이묻어있다.물건들은그의존재를,동시에부재를확인시켰다.아내의마음에남편은언제까지고남아있지만이세상에서는하나둘지워진다.은행업무도중지가되고,집의명의도바꿔야하고,관리비며신문대금의계좌도바꾸어야한다.곳곳에서그의이름이지워지고있다.

▶아내가기억하고기록하는남편의72년3개월의인생,
그리고함께한화양연화의시간들
아내는부부로살았던50여년(1975~2002)의시간뿐아니라,남편의72년3개월의인생도기록으로남겼다.두사람은1950년생동갑내기로대학교동아리에서만나연인이되었고1975년부부가되었다.방한칸으로신혼살림을시작하여아들딸을키워냈다.선생노릇을하며살아온아내와는달리늘제품개발과판매에매달리며회사를운영했던남편은회사일을집에서털어놓는성격이아니었다.말하지않으니모른체하며살았는데,혼자속끓였을그를생각하며아내는이제와마음이아프다.평소좋은물건들을마다하던남편이부부의70세생일을맞아떠난하와이가족여행에서남긴아들딸,손주들과함께찍은11명의가족사진은그가날린마지막홈런이었다.
남편의삶을기록으로남기며처음에는그의이름만나와도눈물샘이터졌지만이제는제법그를마음아래로밀어넣을줄도알게되었다.그는여전히아내의그림자처럼함께있지만이제는그의몫까지더재미나게살고자하는마음도생겼다.노년의거북스러움과추함을일절보이지않고떠난남편에게아내는말한다.“당신,잘살다가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