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위협하는핵폐기물과방사능
그에대한아네테훅의문학적상상력과대답
장편소설『빌헬름텔인마닐라』로스위스연방문화부가수여하는스위스문학상을수상한독일어권문학의떠오르는소설가아네테훅이핵폐기물문제를다룬소설『심지층저장소』로다시한국독자들을만난다.전업작가로활동하기전까지필리핀,상하이,한국등의해외체류,대학강사,노조간사,언론인등다양한분야에서의경험은그의독특한작품세계와주제를형성하였다.『심지층저장소』는전세계가직면한핵폐기물문제를다룬소설로,환경문제를해결하고지속가능한지구를만들기위한저자의문학적고민의결과물이다.도무지해결할길이없어보이는기후위기와핵발전소.그가운데저자는많은사람이외면하고싶어하는핵폐기물문제를파고들어소설을써내려갔다.이작품으로아네테훅은“사회문제를판타지와함께책임감있게잘표현했다”는평을받으며2022년스위스쉴러재단이수여하는쉴러상을수상하였다.
핵폐기물의위협으로부터인류를지키기위해모인다섯인물
그들이펼쳐보이는분투,실패,대안의세계
핵폐기물을임시로관리하던어느컨소시엄은5인의회원에게‘누구도방사능으로죽어서는안된다’는임무를내린다.재정컨설턴트페트라,마닐라의간호사였던베티,러시아핵물리학자아나톨,핵발전소기술자쿠어트,프랑스의언어학자셀린.세계각지에서모인다섯인물은안전한핵폐기물의저장을통해인류를지키고미래세대를보호하기위한계획을세운다.그들은중세수도원의지식전달방식을차용해그들이진행하는연구와기록이수세기가지난뒤에도보존될수있도록한다.다섯주인공은수도회에서프로젝트를수행하면서각자의트라우마와수도회에오기까지의일들을떠올리고,공동체생활을통해서로를위로하며유대감을형성하기시작한다.수도회의취지에동감한신입회원이점점늘어나며소설속인물들은불완전한개인에서점차세계시민으로성장한다.
그러나프로젝트를맡긴컨소시엄의책임자가갑작스럽게계약을파기한다.진행되고있던작업이중단될위기에처하자수도회회원들은모두책임자의명령에반발하며핵연구문서와기계장치를들고미지의대륙으로향한다.전혀경험하지도,예상할수도없는핵재앙앞에놓인이들의삶의터전은지켜질수있을까?
실제와상상이뒤섞인세계가보여주는불안한미래
저자는소설에서전세계의핵발전산업에서꾸준히제기되어온폐기물저장문제를사실적으로파고드는한편,상상력을발휘해일종의‘사고실험’을전개한다.이는소설곳곳에삽입된다섯주인공의‘시나리오’를통해드러난다.회원들은저장된핵폐기물이야기할미래의여러시나리오를상상한다.핵연료봉이그위험을제대로알지못하는초보자나심지어마피아의수하에놓이는상황,핵폐기물이나태함과무관심의희생양이되는상황,정부가사라지거나핵유해물질이세포활동을방해하고염색체를파괴하여끝내인체를기형으로만드는상황이펼쳐진다.이런학습과정과더불어회원들은과거의핵발전소사고들을연구하면서같은실수를반복하지않으려고한다.
저자는소설에서인물의입을빌려가능한미래를상상함과동시에,미국스리마일섬핵발전소,미국칼즈배드핵폐기물저장소,일본도카이무라핵폐기물저장소사건과같이실제로핵을관리하지못해발생했던역사적재난을짚어내고현산업의기술적,재정적,정치적과제또한생생하게설명한다.실제와상상이뒤섞인『심지층저장소』의세계는현실적인디스토피아를통해독자가가깝게당도해있는불안한미래를직면하고고민하게만든다.
문학이우리사회의문제와만날때
제2차세계대전이후에너지생산을위해널리쓰여온핵은이제사용후처리문제로국면을바꾸었고,본격적인포스트핵담론의서막이열렸다.대부분국가에서핵폐기물은원전내에임시보관되어있다.핵폐기물을영구히지하저장소에매립하는방법이현실적으로주목을받고있는데,이경우에도생존환경의안정성은보장받지못한다.결국핵의치명적,지속적위협은아직우리곁을떠나지않고있다.
저자는소설에서어떤특효약이나기술이방사능피폭문제를해결할것이라고희망을갖는일은무책임하다고보여준다.그는우리가알면서도미루어왔던심각한핵폐기물처리문제를소설속의사건들로옮겨놓는다.작품의문체는불길하면서도비유적이다.공간과풍경은사실적이고,시제는과거와현재,미래를자유롭게넘나든다.저자는미래를상상하며초현실적분위기를조성함으로써핵폐기물처리에대한사유를확장하고있다.
『심지층저장소』는본질적으로문학이우리가발딛고살아가는세상을어떻게변화시킬수있을지에대한이야기다.그리고역사적사실과작가의상상력의조화를통해독자가삶의문제,사회의문제,글로벌한이슈에가까이다가가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