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바다를 만나다 : 민중의 바다 이야기의 바다 - 고전오디세이 3

삼국유사, 바다를 만나다 : 민중의 바다 이야기의 바다 - 고전오디세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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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우리 민족의 고전, 『삼국유사』 속
바다와 함께한 민중의 이야기를 풀어내다
『삼국유사, 바다를 만나다』는 고려 시대의 승려 일연이 편찬한 역사서 『삼국유사』 중 바다를 소재로 한 이야기의 의미를 풀어낸 책이다. 『삼국유사』의 번역서나 이야기 해설에 관련된 연구는 많다. 하지만 그 속의 의미들을 한 가지 소재를 가지고 풀어낸 연구는 드물다. 『삼국유사』 비교연구 전문가인 정천구 저자는 이 고전 속 바다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모아 독자들이 『삼국유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상 한반도의 역사를 바다와 떼놓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바다’와 관련된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 의미를 풀어내면서도 『삼국유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역사’와 ‘불교’라는 주제를 살려 책을 크게 ‘1부 역사와 바다’, ‘2부 불교와 바다’로 구성하였다. 그 속에서 독자가 꼭 건져내야 할 핵심은 바로 민중과 그들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백제의 멸망이 바다와 강을 잃으면서 초래된 것임을 꿰뚫어본 민중의 안목이다. 그리고 이야기로써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그 지혜 또한 대단하지 않은가. (중략) 어쨌든 민중의 이야기는 육지에서 신라의 성들을 빼앗으며 그 전과에 만족하는 데 그쳤던 의자왕 및 백제 조정에 대한 은근한 비판이었다.
백제는 두 면이 바다였다. 이제 우리나라는 세 면이 바다다. 과연 저 이야기의 바다, 또 역사의 바다에서 우리는 무엇을 들여다보고 건져내야 할까? (중략) 일연은 바로 그 숨겨진 힘을 민중의 이야기에서 발견하였고, 그래서 『삼국유사』를 편찬하였던 것이다.
_「바다와 강을 빼앗겨 멸망한 백제」 중

일연은 역사적 사건은 물론이요 그와 관련한 민중의 이야기와 그 속에 숨겨진 지혜를 소중히 기록하고자 했다.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때로 허황되고 사사롭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분명 제 나름의 가치가 존재한다.

상징은 관념보다 경험에서 나오고 또 경험에서 더 풍부해지는데, 원시 고대의 신화가 상징의 보고(寶庫)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중세에 들어서면서 신화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치부되어 지식인들로부터 배척받았지만, 민중은 여전히 그런 신화의 세계에서 살았다. 그리고 그 흔적을 이야기 속에 남겼다. 탈해 이야기에 상징성이 풍부한 것도 민중의 경험과 상상력이 빚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교적 관점에서 편찬되어 지식인의 역사인식을 담아낸 『삼국사기』에서는 “성의 북쪽 양정(壤井) 언덕에 장사지냈다”고만 적고 있어서, 그 상징성을 현저히 떨어뜨렸다.
_「바다가 기른 영웅, 탈해」 중
선정 및 수상내역 2013 대한출판문화협회 청소년도서
저자

정천구

저자:정천구
1967년생.부산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삼국유사』에관한비교연구로석사학위와박사학위를받았다.
그뒤로삼국유사를중심으로동아시아여러나라의문학과사상,문화등을비교의관점에서연구하고있으며,주요한동아시아고전들과불교관련문헌들을번역하고있다.
저서로는『논어,그일상의정치』,『중용,어울림의길』,『맹자,시대를찌르다』,『한비자,제국을말하다』,『대학,정치를배우다』,『불교한문해석법』등이있고,역서로는『일본영이기』,『원형석서』,『삼교지귀』,『한비자,난세의통치학』,『일본의각성』,『새로보는선불교』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인문주의의바다,삼국유사

1부역사와바다
바다가기른영웅,탈해
바다건너문화를전한연오랑세오녀
유교이념에묻힌김제상의부인
바다와강을빼앗겨멸망한백제
바다에잠든통일외교의영웅,김인문
업보를씻으려바다에누운문무왕
조화와공존의가락,만파식적
바다가유혹한수로부인
탐욕으로무너진장보고와청해진
바다의관용을지닌처용랑
망국의여왕그리고바다의영웅거타지
해양강국을이룩한김수로왕

2부불교와바다
이루지못한불국토의꿈,허황옥
철강과철학의조화,황룡사장륙존상
바닷길을지켜준관음보살들
바다건너온부처님사리와불경
동해의수호신이된관음보살과두고승
동해물고기들의성지가된만어산
고기잡이를방해한산속의석탑
서쪽유학(留學)의길을연원광법사
후삼국의서해와보양스님
천축으로돌아간승려들
법의바다에서나루가된자장율사
바다의중생에게계를준진표
서해에서나라를지킨명랑법사

글을마치면서

출판사 서평

참으로놀라운것은백제의멸망이바다와강을잃으면서초래된것임을꿰뚫어본민중의안목이다.그리고이야기로써상징적으로드러내는그지혜또한대단하지않은가.(중략)어쨌든민중의이야기는육지에서신라의성들을빼앗으며그전과에만족하는데그쳤던의자왕및백제조정에대한은근한비판이었다.

백제는두면이바다였다.이제우리나라는세면이바다다.과연저이야기의바다,또역사의바다에서우리는무엇을들여다보고건져내야할까?(중략)일연은바로그숨겨진힘을민중의이야기에서발견하였고,그래서『삼국유사』를편찬하였던것이다.
_「바다와강을빼앗겨멸망한백제」중

일연은역사적사건은물론이요그와관련한민중의이야기와그속에숨겨진지혜를소중히기록하고자했다.백성들의입에서입으로전해지는이야기는때로허황되고사사롭게여겨지기도하지만,분명제나름의가치가존재한다.

상징은관념보다경험에서나오고또경험에서더풍부해지는데,원시고대의신화가상징의보고(寶庫)인까닭이여기에있다.중세에들어서면서신화는터무니없는이야기로치부되어지식인들로부터배척받았지만,민중은여전히그런신화의세계에서살았다.그리고그흔적을이야기속에남겼다.탈해이야기에상징성이풍부한것도민중의경험과상상력이빚어낸이야기이기때문이다.실제로유교적관점에서편찬되어지식인의역사인식을담아낸『삼국사기』에서는“성의북쪽양정(壤井)언덕에장사지냈다”고만적고있어서,그상징성을현저히떨어뜨렸다.
_「바다가기른영웅,탈해」중

민중의신화가던지는역사의재발견

1289년경에일연이편찬한『삼국유사』는20세기에들어서야비로소우리민족의고전으로대접받았다.근대로넘어오면서민족주의가대두되자『삼국사기』와달리사대주의적인성향이없고오히려매우주체적이라는평가를받았고,또한『삼국사기』에서는전혀언급하지않은상고사와고대사에대한정보를부분적으로나마제공해주고있다는사실이높이평가된까닭이다.

수로왕과가야의역사를더듬어볼수있는문헌으로가장오래된것은『삼국유사』의〈가락국기(駕洛國記)〉다.원래〈가락국기〉는고려문종때지금의김해인금관(金官)에관리로파견된문인이찬술한글이다.이를일연이간략하게줄여서『삼국유사』에실었다.간락하게나마실어두지않았다면,가락국의역사와이야기는망각속으로사라졌을것이다.물론유물과유적이남아있기는하지만,그래도생각하면아찔하다.
_「해양왕국을이룩한김수로왕」중

『삼국유사』가고전으로불리는진정한이유는단순히과거의유산이어서가아니라,변화하는시대에맞춰늘새로고찰해야할가치를던져주기때문일것이다.『삼국유사,바다를만나다』로새롭게태어난『삼국유사』는그것을생산하고소비한주체가민중이었다는사실을통해오늘날의민중의존재와그의의에대해되새기게한다.

인문의바다,민중의바다,이야기의바다를항해하다

『삼국유사』는그자체가바다다.무진장한지혜가출렁이는보고다.현대인의사고방식으로는쉽게이해할수없는지혜가가득하고이야기표면아래숨겨진의미또한다양하기때문에쉬운듯어려운것이바로『삼국유사』이다.쉽게도읽을수있고어렵게도읽을수있는『삼국유사』의지혜는수천년의세월을지나며쌓인경험에서저절로얻어진것이므로첨단문명과갖가지관념에지친현대인들은그오묘한깊이를체득하지못한채살아간다.그렇다면인문주의의바다『삼국유사』에서항해하며‘진리의바다’에서노닐어보는것은어떨까?

첵속에서

나또한이야기를통해서그바다를느낄뿐이다.저거대한바다는모든분별과차별을무가치하게만든다.차별적이해나분별적인식따위는바다에서는한낱물거품과같다.세상에서견줄이가없을정도로아름다워서깊은산이나못을지날때마다신물(神物)들에게붙들려가곤했다는수로부인의아름다움은지극히세속적인것이다.아름다움과추함이라는분별과차별위에서인식되는아름다움,겉으로드러난아름다움,덧없이사라질아름다움이다.진정한아름다움은그너머에있다.바다에서돌아온수로부인은어쩌면죽음을경험함으로써그진정한아름다움을얻었는지도모른다.
---「바다가유혹한수로부인」중에서

바다의신은힘으로써횡포를일삼았던신이고,왜국은무력으로써침략을일삼던어리석은중생이다.반면에불법은지혜와자비로써포용하고관용하는철학이요종교다.따라서허황옥이탄배는탑을실음으로써불법이라는버팀목에기대어바다의신을달래거나누를수있었다.여기서바다의신과불법의만남은고대와중세의만남,또는고대에서중세로전환하는과정을보여주는것이다.동시에탑은이것과저것,안과밖이둘이아닌하나라는불교의요체를상징하는것이므로,이것과저것은다르고안과밖은대립한다고여겨서침략을일삼는왜국을막을수있었던것이다.
---「이루지못한불국토의꿈허황옥」중에서

배나무이목은곧용과같은이름이어서하나로볼수있다.그렇다면그용에게천벌을내리려한제석천의선법당을지키는빗장의몽치로배나무이목을썼다는것은곧용이목을제석천의수호신으로삼았음을의미한다.이는민중이이야기로써용과제석천을화해시켜대립과갈등을해소시킨것이나마찬가지인데,그럴수밖에없었던까닭이있다.용은비를내려주는힘을가진존재고,제석천은민중이지상에서갖은괴로움을다겪은뒤에오르고싶었던도리천의왕이기때문이다.
---「후삼국의서해와보양스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