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의 택배일기 : 택배 상자 들고 가리봉동을 누빕니다

목사님의 택배일기 : 택배 상자 들고 가리봉동을 누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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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구교형

저자:구교형
어려서부터사회에관심이많아중학생이후40년넘게신문을탐독했다.대학에서철학과사회과학을공부하며문제의식이더깊어져자연스레시민운동에참여하였고,하나님사랑과이웃사랑에함께뿌리박은목회를하고싶어지역교회개척을했다.
50대에접어들어목회와더불어택배와대리운전,물류센터일을함께하며일상의소중함을새삼깨닫고,이를<오마이뉴스>연재로기고하였다.가정과다음세대,삶의현장과지역사회에뿌리내린믿음의공동체를함께하려고한다.
충북대학교철학과와총신대학교신학대학원을졸업하고예장합동교단에서목사안수를받았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간사,남북나눔운동간사를거쳐,교회개혁실천연대사무국장,평화누리와하나누리사무처장을역임했고,6년간성서한국사무총장으로재직했다.
저서로는『지금,한국에서하나님나라를배우다』(대장간),『하나님나라를응시하다』(대장간),『뜻으로본통일한국』(IVP)이있다.

목차


프롤로그_현역목사,나이50에왕초보택배기사가됐습니다

1장성경을내려놓고,택배상자를들다
택배기사가가장서러울때는
택배하며깨달은진리
택배기사는외과수술전문의
미로같은동네에택배를배송하는방법
택배기사가바라본아파트와택배차량갈등
공포의절임배추
택배대리점에는택배기사만있는게아니다
택배하기딱좋은신체조건
목사인나도욕하면서일한다
택배기사를어떻게부르시나요?

2장택배기사는무엇으로사는가
가리봉동골목을누비며
달달구리커피로맺어진사이
택배기사의지갑을본적있나요?
택배기사에게명절이란
동네한바퀴에음료수가한가득
기사들의떼창“퇴근하겠습니다!”
먹고살기위한일일지라도

3장택배가내게가르쳐준것들
동네와마을이오래도록남아있기를
스티로폼아이스박스의불편한진실
택배기사의대리운전이야기
가리봉동에서만난차별의얼굴
전라도와중국인
인생막장에서시작한택배
고객에게‘미안하다’문자를보냈다

에필로그_나는왜택배기사가되었나

출판사 서평

구로공단의흔적이남아미로같은가리봉동골목을누비며

저자가배송을맡았던동네는서울시구로구의가리봉동지역이었다.한국최초의공장단지였던구로공단이만들어졌던가리봉동에는전국각지에서올라온노동자들을위한벌집촌이생겨났다.2000년대디지털산업단지로바뀐이후에도작은공장들과벌집촌의흔적은여전히남아있는동네는배송난이도가꽤나높은곳이었다.미로처럼좁은골목에한집에도여러세대가사는주택구조라물건주인을찾는일이보통일이아니었다.배송을위해트럭을끌고골목에들어섰다가같은자리에뱅뱅맴도는일도허다했다.

택배기사의어려움은이뿐만이아니었다.장마철에는비에젖어서흐물흐물해진박스가오고,여름철에는아이스박스가깨져국물이흐르는경우도많았다.겨울철에는공포의절임배추가기다린다.설날과추석에쏟아지는명절선물은더말할것도없다.박스가찢어져도,물건이아무리무거워도택배기사는어떻게든배송을해야했다.택배일을마치고집으로돌아와본업인주일설교를위해성경책을펼치지만쏟아지는잠을이기지못하고이내고꾸라져잠이들곤했다.목회자로,사회운동가로살면서관념적으로이해하던삶의현장을생생하게경험한시간이었다.교인들이일주일동안어떤일상을살다가주일에교회당으로나오는지이해하게된것이다.

종교인이직업을갖는다는것의의미는무엇일까
세상과너무가깝지도,너무동떨어지지도않는,종교가있어야할자리를생각하다

우리나라에서는종교인이생계를위해직업을갖는것에대해그리고운눈길로보지않는다.하지만교회헌금만으로교회를운영하고생계를유지하기어려운목사들이평일에다른일을하는경우는드러내지못할뿐흔한일이다.또한종교가현실과너무멀어져버렸다는비판을받는오늘날에교회안온실같은삶,성도들에게존경과칭찬을받는삶만으로는성도들이진짜살아가는삶을이해하지못하게될수도있다.

종교와종교인이진짜있어야할자리는어디일까?구교형목사는목사가현실감각을가져야할것은분명하지만,그것만이전부는아니라고말한다.세상물정모르는목사도문제이지만지나치게세상이치에능한것도문제가되기때문이라는것이다.경실련,남북나눔운동등다양한사회운동단체에서활동하며명분좋은일을해왔던저자는오히려자신이속한집단밖의사람들의삶에대해서는깊이이해하지못했다고고백한다.주일에는양복입은목사로,평일에는조끼입고1톤트럭모는택배기사로살았던저자의경험을통해한종교인이치열한세상에서깨달은삶의이치와땀흘리는노동의가치를만나보기바란다.

책속에서

p.39 장마철에는비에젖어서흐물흐물해진박스가오기도하고,아이스박스가깨져국물이흐르거나아예내용물이덜렁덜렁해져서오기도한다.그럴때면국물이나이물질이택배기사에게도묻어그날은냄새와함께배달해야한다.그때부터우리는봉합수술에들어간다.일단상태를보고수술로도살아나기어렵다고판단되면사진으로증거를남겨파손처리를하여발송지로되돌려보내거나폐기한다.그러나웬만하면수술을거쳐살려낸다.단지포장재만파손된경우는내용물만잘넣어테이핑하면되지만,내용물까지손상된경우가적지않다.그걸잘파악하고,어떻게할지판단해야한다.
_「택배기사는외과수술전문의」

p.84 좀우스운얘기지만택배일을하는데키가작아좋을때가있다.특히좁은골목,오래된주택가가많은구로동,가리봉동에서는더욱유리하다.낮은대문,좁은계단과높은난간을올라배송할때가많기때문이다.그럴때물건을양겨드랑이사이나가슴가득움켜쥐고오르내린다.나도이렇게겨우겨우오르내리는데키가크고체격이좋은기사들은어떻게다닐까생각하며혼자뿌듯해한다.무게중심이낮아흔들림이크지않고,좁은곳을지날때도무난한나는주택가택배에최적화된몸이라는혼자만의상상을즐기곤한다.
_「택배하기딱좋은신체조건」

p.94-95 인생의위기를어떻게이겨내면좋을까?앞에서말했듯힘든육체노동은생각과마음을단순하게비우는데큰도움이된다.그런데한편내마음속에켜켜이쌓아둔분노와부정적에너지는어딘가쏟아놓지않으면몸도,영혼도더크게병들게된다.그렇다고함부로표출할수도없다.그럴때기독교인은‘하나님께’저주기도를하는거다.그렇지않은사람은‘혼자서’욕설이라도쏟아내면서당장불타는분노와절망을이겨내는거다.그런면에서택배기사들의욕설은반드시특정인(갑질,진상고객)을향한것이아닐때가더많다.답답한자신의모습을털어버리고,당장힘든상황을욕하면서견뎌내는것이다.배설욕구와비슷한것이다.
_「목사인나도욕하면서일한다」

p.212-213 사실나도그랬다.나름인생을열심히살았지만,나이50이넘어도무지헤어나올수없는인생의막장을만났다.살길도없었고,살의욕도없었다.목사인데도기도나성경읽기도힘들었다.그때친구였던지금의택배대리점점장이전화를걸어왔다.‘지금이것저것생각하며상념에빠지면더헤어나기힘들다.이럴때일수록돈도벌고,단순하게살아야한다.택배해라.정신없이일하며몸을쓰다보면힘들어서잡념도없어지고마음도회복될거다.’그렇게택배를권했다.그말에귀가솔깃했다.그러나2015년에목회를하며택배일을호되게경험해본터라선뜻용기가나지않았다.마치제대했던군대에다시들어가는심정같았다.그러나하늘의소리로듣고바로다음날점장에게전화해정식기사로일하겠다고했다.
_「인생막장에서시작한택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