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의 택배일기 : 택배 상자 들고 가리봉동을 누빕니다

목사님의 택배일기 : 택배 상자 들고 가리봉동을 누빕니다

$18.00
Description
왕초보 택배 기사가 된 30년 차 베테랑 목사!
교회 밖 세상에서 치열한 오늘을 살아가는 이웃들의 진짜 삶을 만나다.
목회자와 사회운동가로 30여 년을 살아온 50대 목사님이 택배 기사가 되었다. 2010년 경기도 광명에 교회를 개척한 구교형 목사는 빠듯한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교인들의 일상과 더 가까워지고자 택배 일을 시작하였다. 목회에는 베테랑이었지만 택배 기사로서는 왕초보였던 저자는 미로 같은 가리봉동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목사일 때는 미처 몰랐던 교회 밖 세상 치열한 삶의 현장을 온몸으로 느꼈다.
처음엔 한 집 배송하는 데도 30분이 넘게 걸려 일과를 마치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하루 종일 배송을 해도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고객들의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고, 주일예배를 마치고 양복 바람으로 물건을 찾아서 가리봉동을 헤매기도 했다. 교회에서는 성도들에게 ‘목사님, 목사님’ 소리를 들으며 대접받았지만, 택배 기사가 되니 ‘아저씨!’라는 호칭이 일상이었다. ‘그래도 내가 목사인데...’ 하는 자존심도 여러 번 접어두어야 했던 시간이었다.
구교형 목사는 택배 일을 통해 그간 알지 못했던 ‘진짜 세상’을 경험하며 종교와 종교인의 자리에 대해, 이웃에 대해, 땀 흘리는 노동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구교형 목사가 1톤 트럭 가득 택배 상자를 싣고 가리봉동을 누비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택배 일을 통해 깨달은 삶의 가치가 이 책에 담겨 있다.

구로공단의 흔적이 남아 미로 같은 가리봉동 골목을 누비며

저자가 배송을 맡았던 동네는 서울시 구로구의 가리봉동 지역이었다. 한국 최초의 공장단지였던 구로공단이 만들어졌던 가리봉동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을 위한 벌집촌이 생겨났다. 2000년대 디지털산업단지로 바뀐 이후에도 작은 공장들과 벌집촌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는 동네는 배송 난이도가 꽤나 높은 곳이었다. 미로처럼 좁은 골목에 한 집에도 여러 세대가 사는 주택 구조라 물건 주인을 찾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배송을 위해 트럭을 끌고 골목에 들어섰다가 같은 자리에 뱅뱅 맴도는 일도 허다했다.
택배 기사의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장마철에는 비에 젖어서 흐물흐물해진 박스가 오고, 여름철에는 아이스박스가 깨져 국물이 흐르는 경우도 많았다. 겨울철에는 공포의 절임 배추가 기다린다. 설날과 추석에 쏟아지는 명절 선물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박스가 찢어져도, 물건이 아무리 무거워도 택배 기사는 어떻게든 배송을 해야 했다. 택배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본업인 주일설교를 위해 성경책을 펼치지만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이내 고꾸라져 잠이 들곤 했다. 목회자로, 사회운동가로 살면서 관념적으로 이해하던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한 시간이었다. 교인들이 일주일 동안 어떤 일상을 살다가 주일에 교회당으로 나오는지 이해하게 된 것이다.

종교인이 직업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세상과 너무 가깝지도, 너무 동떨어지지도 않는, 종교가 있어야 할 자리를 생각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인이 생계를 위해 직업을 갖는 것에 대해 그리 고운 눈길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교회 헌금만으로 교회를 운영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목사들이 평일에 다른 일을 하는 경우는 드러내지 못할 뿐 흔한 일이다. 또한 종교가 현실과 너무 멀어져 버렸다는 비판을 받는 오늘날에 교회 안 온실 같은 삶, 성도들에게 존경과 칭찬을 받는 삶만으로는 성도들이 진짜 살아가는 삶을 이해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종교와 종교인이 진짜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일까? 구교형 목사는 목사가 현실 감각을 가져야 할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목사도 문제이지만 지나치게 세상 이치에 능한 것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실련, 남북나눔운동 등 다양한 사회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며 명분 좋은 일을 해왔던 저자는 오히려 자신이 속한 집단 밖의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는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주일에는 양복 입은 목사로, 평일에는 조끼 입고 1톤 트럭 모는 택배 기사로 살았던 저자의 경험을 통해 한 종교인이 치열한 세상에서 깨달은 삶의 이치와 땀 흘리는 노동의 가치를 만나보기 바란다.
저자

구교형

저자:구교형
어려서부터사회에관심이많아중학생이후40년넘게신문을탐독했다.대학에서철학과사회과학을공부하며문제의식이더깊어져자연스레시민운동에참여하였고,하나님사랑과이웃사랑에함께뿌리박은목회를하고싶어지역교회개척을했다.
50대에접어들어목회와더불어택배와대리운전,물류센터일을함께하며일상의소중함을새삼깨닫고,이를<오마이뉴스>연재로기고하였다.가정과다음세대,삶의현장과지역사회에뿌리내린믿음의공동체를함께하려고한다.
충북대학교철학과와총신대학교신학대학원을졸업하고예장합동교단에서목사안수를받았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간사,남북나눔운동간사를거쳐,교회개혁실천연대사무국장,평화누리와하나누리사무처장을역임했고,6년간성서한국사무총장으로재직했다.
저서로는『지금,한국에서하나님나라를배우다』(대장간),『하나님나라를응시하다』(대장간),『뜻으로본통일한국』(IVP)이있다.

목차


프롤로그_현역목사,나이50에왕초보택배기사가됐습니다

1장성경을내려놓고,택배상자를들다
택배기사가가장서러울때는
택배하며깨달은진리
택배기사는외과수술전문의
미로같은동네에택배를배송하는방법
택배기사가바라본아파트와택배차량갈등
공포의절임배추
택배대리점에는택배기사만있는게아니다
택배하기딱좋은신체조건
목사인나도욕하면서일한다
택배기사를어떻게부르시나요?

2장택배기사는무엇으로사는가
가리봉동골목을누비며
달달구리커피로맺어진사이
택배기사의지갑을본적있나요?
택배기사에게명절이란
동네한바퀴에음료수가한가득
기사들의떼창“퇴근하겠습니다!”
먹고살기위한일일지라도

3장택배가내게가르쳐준것들
동네와마을이오래도록남아있기를
스티로폼아이스박스의불편한진실
택배기사의대리운전이야기
가리봉동에서만난차별의얼굴
전라도와중국인
인생막장에서시작한택배
고객에게‘미안하다’문자를보냈다

에필로그_나는왜택배기사가되었나

출판사 서평

구로공단의흔적이남아미로같은가리봉동골목을누비며

저자가배송을맡았던동네는서울시구로구의가리봉동지역이었다.한국최초의공장단지였던구로공단이만들어졌던가리봉동에는전국각지에서올라온노동자들을위한벌집촌이생겨났다.2000년대디지털산업단지로바뀐이후에도작은공장들과벌집촌의흔적은여전히남아있는동네는배송난이도가꽤나높은곳이었다.미로처럼좁은골목에한집에도여러세대가사는주택구조라물건주인을찾는일이보통일이아니었다.배송을위해트럭을끌고골목에들어섰다가같은자리에뱅뱅맴도는일도허다했다.

택배기사의어려움은이뿐만이아니었다.장마철에는비에젖어서흐물흐물해진박스가오고,여름철에는아이스박스가깨져국물이흐르는경우도많았다.겨울철에는공포의절임배추가기다린다.설날과추석에쏟아지는명절선물은더말할것도없다.박스가찢어져도,물건이아무리무거워도택배기사는어떻게든배송을해야했다.택배일을마치고집으로돌아와본업인주일설교를위해성경책을펼치지만쏟아지는잠을이기지못하고이내고꾸라져잠이들곤했다.목회자로,사회운동가로살면서관념적으로이해하던삶의현장을생생하게경험한시간이었다.교인들이일주일동안어떤일상을살다가주일에교회당으로나오는지이해하게된것이다.

종교인이직업을갖는다는것의의미는무엇일까
세상과너무가깝지도,너무동떨어지지도않는,종교가있어야할자리를생각하다

우리나라에서는종교인이생계를위해직업을갖는것에대해그리고운눈길로보지않는다.하지만교회헌금만으로교회를운영하고생계를유지하기어려운목사들이평일에다른일을하는경우는드러내지못할뿐흔한일이다.또한종교가현실과너무멀어져버렸다는비판을받는오늘날에교회안온실같은삶,성도들에게존경과칭찬을받는삶만으로는성도들이진짜살아가는삶을이해하지못하게될수도있다.

종교와종교인이진짜있어야할자리는어디일까?구교형목사는목사가현실감각을가져야할것은분명하지만,그것만이전부는아니라고말한다.세상물정모르는목사도문제이지만지나치게세상이치에능한것도문제가되기때문이라는것이다.경실련,남북나눔운동등다양한사회운동단체에서활동하며명분좋은일을해왔던저자는오히려자신이속한집단밖의사람들의삶에대해서는깊이이해하지못했다고고백한다.주일에는양복입은목사로,평일에는조끼입고1톤트럭모는택배기사로살았던저자의경험을통해한종교인이치열한세상에서깨달은삶의이치와땀흘리는노동의가치를만나보기바란다.

책속에서

p.39 장마철에는비에젖어서흐물흐물해진박스가오기도하고,아이스박스가깨져국물이흐르거나아예내용물이덜렁덜렁해져서오기도한다.그럴때면국물이나이물질이택배기사에게도묻어그날은냄새와함께배달해야한다.그때부터우리는봉합수술에들어간다.일단상태를보고수술로도살아나기어렵다고판단되면사진으로증거를남겨파손처리를하여발송지로되돌려보내거나폐기한다.그러나웬만하면수술을거쳐살려낸다.단지포장재만파손된경우는내용물만잘넣어테이핑하면되지만,내용물까지손상된경우가적지않다.그걸잘파악하고,어떻게할지판단해야한다.
_「택배기사는외과수술전문의」

p.84 좀우스운얘기지만택배일을하는데키가작아좋을때가있다.특히좁은골목,오래된주택가가많은구로동,가리봉동에서는더욱유리하다.낮은대문,좁은계단과높은난간을올라배송할때가많기때문이다.그럴때물건을양겨드랑이사이나가슴가득움켜쥐고오르내린다.나도이렇게겨우겨우오르내리는데키가크고체격이좋은기사들은어떻게다닐까생각하며혼자뿌듯해한다.무게중심이낮아흔들림이크지않고,좁은곳을지날때도무난한나는주택가택배에최적화된몸이라는혼자만의상상을즐기곤한다.
_「택배하기딱좋은신체조건」

p.94-95 인생의위기를어떻게이겨내면좋을까?앞에서말했듯힘든육체노동은생각과마음을단순하게비우는데큰도움이된다.그런데한편내마음속에켜켜이쌓아둔분노와부정적에너지는어딘가쏟아놓지않으면몸도,영혼도더크게병들게된다.그렇다고함부로표출할수도없다.그럴때기독교인은‘하나님께’저주기도를하는거다.그렇지않은사람은‘혼자서’욕설이라도쏟아내면서당장불타는분노와절망을이겨내는거다.그런면에서택배기사들의욕설은반드시특정인(갑질,진상고객)을향한것이아닐때가더많다.답답한자신의모습을털어버리고,당장힘든상황을욕하면서견뎌내는것이다.배설욕구와비슷한것이다.
_「목사인나도욕하면서일한다」

p.212-213 사실나도그랬다.나름인생을열심히살았지만,나이50이넘어도무지헤어나올수없는인생의막장을만났다.살길도없었고,살의욕도없었다.목사인데도기도나성경읽기도힘들었다.그때친구였던지금의택배대리점점장이전화를걸어왔다.‘지금이것저것생각하며상념에빠지면더헤어나기힘들다.이럴때일수록돈도벌고,단순하게살아야한다.택배해라.정신없이일하며몸을쓰다보면힘들어서잡념도없어지고마음도회복될거다.’그렇게택배를권했다.그말에귀가솔깃했다.그러나2015년에목회를하며택배일을호되게경험해본터라선뜻용기가나지않았다.마치제대했던군대에다시들어가는심정같았다.그러나하늘의소리로듣고바로다음날점장에게전화해정식기사로일하겠다고했다.
_「인생막장에서시작한택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