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 한국 최초의 근대적 수산 조사서이자 인문 지리지 『한국수산지』 번역본 출간
한국 최초의 근대적 수산 조사서이자 인문 지리지인 『한국수산지』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한국수산지』는 전체 4권으로 구성된 방대한 분량으로,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면적·구획·인구·지세를 비롯하여 강·해안선·항로·등대·기상·해류·조류·수온·수심과 같이 어업과 직접 관련된 사항, 나아가서는 한국 각 연안에서 잡히는 수산물에 이르기까지 매우 면밀하게 조사한 내용이 담겼다. 또한 한국 전통어법은 물론이고 일본 어민들이 한국 바다에서 사용하는 어구 및 어법까지도 소개하고 있다.
『한국수산지』는 을사늑약 이후 제국주의 일본이 자국민의 출어자 육성 및 조선 내 일본인 어촌을 확보하고 조선의 식민지화를 촉진시키려는 목적에서 편찬되었다. 제1권은 인문지리 정보를 담은 제1편과 수산 정보를 담은 제2편으로 구성된다. 제2권에서 제4권은 함경도에서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황해도, 평안도의 순서로 각 도별의 연안 정보 및 어업 정보를 정리한다.
새롭게 출간된 『한국수산지』에서는 사진, ‘수산물한일명칭대조표’, 소제목 등을 원문의 순서에 따라 배치하였으며, 원문에 기록된 여러 통계표를 비롯하여 많은 수치의 오류 등을 정정 기록하였다. 그리고 수산물의 명칭에 대하여 통일하여 번역하였다. 예를 들면 鰮(온)은 정어리(멸치), 赤魚(적어)는 붉바리, 례(鱧)는 갯장어, 소(鮹)는 문어(낙지), 해라(海蘿)는 풀가사리 등이 대표적이다.
■ 『한국수산지』 제3권: 전라도, 제주도, 충청도의 지리와 주요 어획물을 기록
전라도, 제주도, 충청도의 지역별 지리와 주요 어획물을 기록한 제3권은 1910년(명치 43년) 10월 30일에 발행되었다. 제3권의 편찬기관은 조선총독부 농상공부로, 앞서 출간된 1, 2권의 편찬기관인 통감부 농상공부와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발행일자에 일본의 연호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한일병합의 결과가 나타난다. 제2권에서 제4권은 조선의 행정구분에 따라 함경도를 시작으로 동해, 남해, 서해를 돌아 평안도를 마지막으로 기술한다. 이 진행 순서는 1883년 조일통상장정 체결로 함경도·강원도·경상도·전라도 연안에서 일본 출어자들의 조업이 최초로 합법화되었고, 1905년 러일전쟁 이후 서해까지 합법화된 순서와도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수산지』 3권에는 18장의 지도가 부록으로 수록되었다. 〈돌산군도〉, 〈진도군전도〉, 〈제주도도〉 〈군산항부근도〉 등의 자료는 해도에 바탕을 둔 지도라는 특징을 갖는다. 일본인들은 『한국수산지』를 편찬하며 많은 지도를 삽입함으로써 조선 연안의 지리 정보를 손쉽게 파악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3권의 말미에는 각 도별 「어사일람표(漁事一覽表)」 1, 2가 첨부되어 있다. 「어사일람표」 1에는 군면리의 이름, 총 호구, 어업자 호구, 망 종류 및 수, 어살 등의 소재지가 파악되어 있다. 「어사일람표」 2에는 마을 별로 어채물의 종류, 어채물 생산액, 판매지, 군읍까지의 거리, 부근 시장까지의 거리, 부근 시장의 개설일 등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지명 색인이 첨부되어 있는데, 이는 조선의 지명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인에게 유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색인은 전통시대에는 없던 새로운 요소로, 『한국수산지』는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문헌 중에서 최초로 색인이라는 기법을 활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 일본의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지만,
115년 전 한국의 바다에 대한 정보는 오늘날 수해양사 연구에 중요한 가치
『한국수산지』는 1893년 조선 연안 조사보고서로 최초로 간행된 『조선통어사정(朝鮮通漁事情)』, 1984년 청일전쟁 승리 이후 일본 해군 수로부에서 간행된 『조선수로지』에 이어 끊임없이 조선 연안을 침투해 온 일본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한국수산지』 편찬 사업은 조선 어업 개발을 명목으로 한 일본 정부의 국익사업이었으며, 조선 내에 일본인 어촌을 육성하여 조선을 식민지화하려는 의도로 진행되었다. 일본은 『한국수산지』에서 수산 정보뿐만 아니라 조선의 역사 지리 정보에도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으며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수를 밝혀 일본인의 조선 진출을 권장하고 정착을 돕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1910년 나라 전체가 식민지가 되기 이전에 한국의 바다가 먼저 빼앗겼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수산지』는 일본의 제국주의적 의도로 편찬되었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115년 전의 한국의 바다에 대한 정보는 중요하다. 19세기 전기에 『우해이어보(牛诲異魚譜)』나 『자산어보(玆山魚譜)』와 같은 책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는 모두 어보(魚譜) 즉 물고기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지역적으로도 진동 앞바다 혹은 흑산도 연해로 한정되어 있다.
반면 『한국수산지』는 한국 최초로 근대적 동식물분류법에 따라 수산물을 분류하였으며 기상 및 해양에 대한 구체적이고 근대적인 통계 자료 및 지도와 해도를 제공한다. 또한 근대적 정보 전달 수단인 사진 자료를 활용하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며, 지명 색인을 수록함으로써 근대적인 문헌의 구성 요소를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수산지』는 우리의 바다에 대한 최초의 근대적 종합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수산지』를 새롭게 번역 출간함으로써 115년 전 한국이 어떻게 바다를 빼앗겼는지 뒤돌아보고 앞으로 우리의 바다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한국 최초의 근대적 수산 조사서이자 인문 지리지인 『한국수산지』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한국수산지』는 전체 4권으로 구성된 방대한 분량으로,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면적·구획·인구·지세를 비롯하여 강·해안선·항로·등대·기상·해류·조류·수온·수심과 같이 어업과 직접 관련된 사항, 나아가서는 한국 각 연안에서 잡히는 수산물에 이르기까지 매우 면밀하게 조사한 내용이 담겼다. 또한 한국 전통어법은 물론이고 일본 어민들이 한국 바다에서 사용하는 어구 및 어법까지도 소개하고 있다.
『한국수산지』는 을사늑약 이후 제국주의 일본이 자국민의 출어자 육성 및 조선 내 일본인 어촌을 확보하고 조선의 식민지화를 촉진시키려는 목적에서 편찬되었다. 제1권은 인문지리 정보를 담은 제1편과 수산 정보를 담은 제2편으로 구성된다. 제2권에서 제4권은 함경도에서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황해도, 평안도의 순서로 각 도별의 연안 정보 및 어업 정보를 정리한다.
새롭게 출간된 『한국수산지』에서는 사진, ‘수산물한일명칭대조표’, 소제목 등을 원문의 순서에 따라 배치하였으며, 원문에 기록된 여러 통계표를 비롯하여 많은 수치의 오류 등을 정정 기록하였다. 그리고 수산물의 명칭에 대하여 통일하여 번역하였다. 예를 들면 鰮(온)은 정어리(멸치), 赤魚(적어)는 붉바리, 례(鱧)는 갯장어, 소(鮹)는 문어(낙지), 해라(海蘿)는 풀가사리 등이 대표적이다.
■ 『한국수산지』 제3권: 전라도, 제주도, 충청도의 지리와 주요 어획물을 기록
전라도, 제주도, 충청도의 지역별 지리와 주요 어획물을 기록한 제3권은 1910년(명치 43년) 10월 30일에 발행되었다. 제3권의 편찬기관은 조선총독부 농상공부로, 앞서 출간된 1, 2권의 편찬기관인 통감부 농상공부와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발행일자에 일본의 연호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한일병합의 결과가 나타난다. 제2권에서 제4권은 조선의 행정구분에 따라 함경도를 시작으로 동해, 남해, 서해를 돌아 평안도를 마지막으로 기술한다. 이 진행 순서는 1883년 조일통상장정 체결로 함경도·강원도·경상도·전라도 연안에서 일본 출어자들의 조업이 최초로 합법화되었고, 1905년 러일전쟁 이후 서해까지 합법화된 순서와도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수산지』 3권에는 18장의 지도가 부록으로 수록되었다. 〈돌산군도〉, 〈진도군전도〉, 〈제주도도〉 〈군산항부근도〉 등의 자료는 해도에 바탕을 둔 지도라는 특징을 갖는다. 일본인들은 『한국수산지』를 편찬하며 많은 지도를 삽입함으로써 조선 연안의 지리 정보를 손쉽게 파악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3권의 말미에는 각 도별 「어사일람표(漁事一覽表)」 1, 2가 첨부되어 있다. 「어사일람표」 1에는 군면리의 이름, 총 호구, 어업자 호구, 망 종류 및 수, 어살 등의 소재지가 파악되어 있다. 「어사일람표」 2에는 마을 별로 어채물의 종류, 어채물 생산액, 판매지, 군읍까지의 거리, 부근 시장까지의 거리, 부근 시장의 개설일 등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지명 색인이 첨부되어 있는데, 이는 조선의 지명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인에게 유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색인은 전통시대에는 없던 새로운 요소로, 『한국수산지』는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문헌 중에서 최초로 색인이라는 기법을 활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 일본의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지만,
115년 전 한국의 바다에 대한 정보는 오늘날 수해양사 연구에 중요한 가치
『한국수산지』는 1893년 조선 연안 조사보고서로 최초로 간행된 『조선통어사정(朝鮮通漁事情)』, 1984년 청일전쟁 승리 이후 일본 해군 수로부에서 간행된 『조선수로지』에 이어 끊임없이 조선 연안을 침투해 온 일본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한국수산지』 편찬 사업은 조선 어업 개발을 명목으로 한 일본 정부의 국익사업이었으며, 조선 내에 일본인 어촌을 육성하여 조선을 식민지화하려는 의도로 진행되었다. 일본은 『한국수산지』에서 수산 정보뿐만 아니라 조선의 역사 지리 정보에도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으며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수를 밝혀 일본인의 조선 진출을 권장하고 정착을 돕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1910년 나라 전체가 식민지가 되기 이전에 한국의 바다가 먼저 빼앗겼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수산지』는 일본의 제국주의적 의도로 편찬되었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115년 전의 한국의 바다에 대한 정보는 중요하다. 19세기 전기에 『우해이어보(牛诲異魚譜)』나 『자산어보(玆山魚譜)』와 같은 책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는 모두 어보(魚譜) 즉 물고기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지역적으로도 진동 앞바다 혹은 흑산도 연해로 한정되어 있다.
반면 『한국수산지』는 한국 최초로 근대적 동식물분류법에 따라 수산물을 분류하였으며 기상 및 해양에 대한 구체적이고 근대적인 통계 자료 및 지도와 해도를 제공한다. 또한 근대적 정보 전달 수단인 사진 자료를 활용하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며, 지명 색인을 수록함으로써 근대적인 문헌의 구성 요소를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수산지』는 우리의 바다에 대한 최초의 근대적 종합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수산지』를 새롭게 번역 출간함으로써 115년 전 한국이 어떻게 바다를 빼앗겼는지 뒤돌아보고 앞으로 우리의 바다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한국수산지 3-2 - 부경대학교 인문한국플러스사업단 해역인문학 아카이브자료총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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