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을 열다 (이경숙 소설)

새장을 열다 (이경숙 소설)

$17.00
Description
상처와 이별, 패배에도 분투하는 보통의 삶을
선명하게 그려낸 이경숙의 첫 소설집
“과학자의 관찰력”을 통해 “자칫 간과하는 삶의 어두운 부분을 밝혀준다”는 평을 들으며 2021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경숙 소설가가 첫 소설집 『새장을 열다』를 출간했다. 이경숙 소설가는 등단 이후 꾸준히 우리 곁 평범한 사람들과 약자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며 “덧없음과 삶의 패배 속에서도 놓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질문해 왔다.
이번 소설집에는 작가의 등단작인 「얼음 창고」와 가족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약자의 연대를 담은 「새장을 열다」, 아이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경험한 부모를 그린 「우리는」, 「나만의 장례식」을 비롯한 총 7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다.
저자는 작품에서 삶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실패와 아픔에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들의 마음을 그려낸다. 이유도 모른 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이야기는 고통스러워 외면하고 싶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고통을 겪어낸 이들은 출발점에 다시 서기로 마음먹는다. 비록 그 모습이 우아하지 않을지라도 끝까지 삶의 영역을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 상처를 주고받은 관계에 뒤늦게라도 건네는 사과와 화해. 이것이 이경숙이 보여주고자 하는 삶과 사랑의 모습이다.
저자

이경숙

소설이라는나무옆,늘그자리에머물고싶다.
2019년여름「물고기비늘」로한국소설신인상을받았다.글을써도된다는허락을받은것같아서행복했다.2021년「얼음창고」로국제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었다.이제글을쓰는걸천직으로여겨도괜찮구나하는안도감이들었다.울산소설가협회에서격간으로발행하는문예지『소설21세기』에매년글을싣고있다.2023년앤솔러지『울산,소설이되다』와짧은소설집『창밖의여자,창안의여자』에글을발표했다.현재울산소설가협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초대
얼음창고
비거동해로날다
새장을열다
우리는
물고기비늘
나만의장례식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폭력에맞서여성들이이루는새로운가족의형태
표제작「새장을열다」는가정폭력피해자사이의연대를담아낸작품이다.폭력적인미혼부로부터도망친어린화자‘나’와폭력적인아들과함께살던‘강숙’씨는하나뿐인가족이되어보통의일상과위로를주고받는다.그러던어느날강숙씨가갑작스러운죽음을맞고‘나’는혼자남는다.‘나’는강숙씨의아들로부터강숙씨의흔적과강숙씨와함께키우던꾀꼬리를지키기로결심한다.‘나’는폭력이라는새장을열고자유를향해날아갈수있을까.

나는바람신영등할매가지나던골목을길고양이처럼헤매고다녔다.강숙씨는나를넙죽안고집으로가서아랫목에묻어두었다.내가아지랑이처럼스멀스멀살아나자뉘집아이냐고물었다.
“우리아빠앤데요.”
“그럼이할매집애돼보련?”(102쪽)

「물고기비늘」은오랜시간에걸친엄마와딸의갈등과화해를그리고있다.주인공인딸은어릴적생선장사를하는어머니에게서나는비린내때문에어머니를기피하고,그에대한반작용으로향기에집착하게된다.그녀에게는별로자신을배려하지않는남자와이어가는연애만이유일하게맺고있는친밀한관계다.그러던중그녀가운영하는네일샵앞에서활어차가전복되는사고가발생하고,주인공은문득물고기비늘에서아름다움을느낀다.그리고어머니의생선냄새를받아들이기시작한다.

▶노동의현장,그자리에어긋난채로존재하는사람들
「초대」의화자는과거일하던회사에서부당해고를당한후배달기사가되었다.눈이내리는날장례식장으로근조화환을배달하던중사고를당한그는견인차를타고어떻게든자신의일을끝마치려한다.화환의주인공은산재사고로장애를얻은후자살을선택한근처공단의노동자.돈때문에오직자신의이해에만몰두하는인물들의태도는노동자끼리연결되지못하게만드는노동구조와그곳의사람들을생각하게한다.
「얼음창고」는오래된상가의재건축을둘러싸고벌어지는갈등을묘사한다.상가에서얼음장사를해온문씨는건설업자엄소장에맞서자신의얼음창고를지키기위해분투한다.그러나야구방망이를휘두르는것과같은삽차의움직임한번에그의삶의장소는스러지고,그의목소리는힘없이흩어질뿐이다.

“다끝난일조용히마무리하죠.”
엄소장이손으로입술을훔치며웃었다.
“땅,산다고했잖아.불하받게손써줘.”
“도시환경해친다고.”
“누구를위한문,문,문이야!”
문씨의목소리가어둠속에서빛처럼흩어졌다.(57쪽)

▶가족의죽음,남겨진사람들이마주하는애도와작별의과정
「비거동해로날다」는괌으로강제징용된아버지와이별한아들이오랜시간이지난후아버지의흔적을찾아가는과정을그린다.어느새팔순이넘은노인이된아들은한국인유해발굴단으로부터사이판에서아버지가사망했다는소식을듣고그곳으로향한다.긴시간이걸린이별을마무리하기위함이다.여러사람의도움을받아아들은마침내아버지의마지막장소를찾고직접만든비거를날리며아버지를떠나보낸다.
「우리는」과「나만의장례식」은아이를잃은부모의이야기를담고있다.「우리는」의부부는아이의사망신고를하기위해구청으로향한다.아이를떠올리게하는줄무늬고양이와옷가게를지나치며부부는슬픔에빠지는데,시어머니는계속전화를걸어그들을괴롭힌다.구청의사망신고절차는너무나도간단하고,부부에게는허탈함만이남는다.
「나만의장례식」의주인공은고인의뼛가루로사리를만들어주는회사에다닌다.어느날한부부가아들의골분을들고그곳을찾는다.사리와함께아이의소원이었던세계여행을떠날것이라는그들의계획을듣고,화자는태어난지한달만에죽은아이에게제대로된장례식도치러주지못했다는생각으로슬픔에잠긴다.그리고그부부와자기아이의마지막소원을들어주리라고결심한다.

하얀눈으로덮인고속도로는텅비어있었다.운전하는내내옆좌석에앉은아이에게말을걸었다.곧아버지를볼수있다고,눈때문에길이막혀도엄마는계속갈수있다고,걱정하지말라고.(2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