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 : 행간에 놓인 사랑과 철학, 위대한 대화들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 : 행간에 놓인 사랑과 철학, 위대한 대화들

$19.80
Description
위대한 철학가의 내밀한 삶을 그려내다
철학가들은 삶 속에서 어떠한 사랑을 나누었을까? 폴란드 태생의 유태인 저자 엘즈비에타 에팅거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유태인이었던 한나 아렌트의 삶에 주목하여 이러한 의문의 답을 풀고자 하였다. 스승이었던 마틴 하이데거와 연인관계였던 아렌트의 사상을 들여다보기에 앞서 그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사상 이전에 존재하였던 두 철학가의 사고 전개과정 속 실마리를 찾고자 한 것이다. 저자는 아렌트와 하이데거가 주고받은 서신 속 대화와 주위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두 철학가의 삶을 구체화하며 한 편의 서사를 구성한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저자는 하이데거보다 아렌트의 삶에 방점을 두었는데, 서술 과정에서 은연중에 아렌트를 향한 자신의 애정을 드러낸다. 1995년 이 책이 미국에서 처음 발표되자 “공상적인 이야기”라는 평가와 함께 다양한 논쟁이 촉발되었다. 이때 이 책에 부정적으로 묘사된 하이데거의 모습을 두고 하이데거 측에서는 서둘러 두 철학자의 서신들을 전격 공개했다. 이후 둘의 관계를 토대로 구성된 다양한 서적물이 출간되었는데, 이 책은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의 서신관계를 토대로 쓰인 최초의 책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저자

엘즈비에타에팅거

저자:엘즈비에타에팅거
소설가이자교수.폴란드바르샤바출신의유대인으로홀로코스트를피해간신히목숨을구했다.제2차세계대전중폴란드레지스탕스를위해일했고,전쟁이후폴란드정부의전체주의를비판하여감시대상자가되어블랙리스트에올랐다.이시기의경험을바탕으로한소설『유치원』(Kindergarten,1968),『퀵샌드』(Quicksand,1989)를발간했다.1966년바르샤바대학에서박사학위를받은후,하버드대학래드클리프연구소를거쳐MIT교수로재직했다.전기『로사룩셈부르크의생애』(RosaLuxemburg,ALife,1987)를출간했고,한나아렌트의전기를집필하던중인2005년에심장질환으로세상을떠났다.

역자:황은덕
소설가.소설집『한국어수업』,『우리들,킴』,철학소설『한나아렌트,난민이되다』,산문집『황은덕소설가의공감공부』,역서『한나아렌트와마틴하이데거』,『스노우헌터스』등을펴냈다.

목차


감사의말
서문
한나아렌트와마틴하이데거
주(註)
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위대한철학가의내밀한삶을그려내다

철학가들은삶속에서어떠한사랑을나누었을까?폴란드태생의유태인저자엘즈비에타에팅거는자신과마찬가지로유태인이었던한나아렌트의삶에주목하여이러한의문의답을풀고자하였다.스승이었던마틴하이데거와연인관계였던아렌트의사상을들여다보기에앞서그들의삶을재조명하고,사상이전에존재하였던두철학가의사고전개과정속실마리를찾고자한것이다.저자는아렌트와하이데거가주고받은서신속대화와주위사람들의증언을통해두철학가의삶을구체화하며한편의서사를구성한다.제목에서드러나듯저자는하이데거보다아렌트의삶에방점을두었는데,서술과정에서은연중에아렌트를향한자신의애정을드러낸다.1995년이책이미국에서처음발표되자“공상적인이야기”라는평가와함께다양한논쟁이촉발되었다.이때이책에부정적으로묘사된하이데거의모습을두고하이데거측에서는서둘러두철학자의서신들을전격공개했다.이후둘의관계를토대로구성된다양한서적물이출간되었는데,이책은한나아렌트와마틴하이데거의서신관계를토대로쓰인최초의책이라는점에서가치를지닌다.

스승과제자로서의첫만남
“한나아렌트는자신의첫사랑에끝까지충실했다.”

하이데거는강의실에서아렌트의크고검은눈을찾아냈고,두달여동안지켜본후자신의연구실에서이야기를나누자고청했다.이후하이데거는레인코트를입고얼굴깊숙이모자를눌러쓴채거의들리지않는목소리로“네”또는“아니요”라고답하던아렌트의이미지를즐거운마음으로편지에서회상하곤했다.그만남이후정교하면서도유려한산문으로이루어진하이데거의장문의편지들이이어졌다.
_본문35-36쪽

1924년,마부르크대학에입학한열여덟살의아렌트와서른다섯살의하이데거는하이데거의철학수업에서처음만난다.이미엘프리데페트리라는여성과결혼했던하이데거였지만,당시유부남이라는사실은그에게있어중요한문제가아니었다.아렌트의편지속문구처럼“학문적목표만을헌신적으로추구하는한남자의무서운외로움”이하이데거의고독을짓누를때마다아렌트는그의말을경청하고친구역할을해줄수있었던것이다.자유롭고관습을무시하며행복한사랑을꿈꿨던아렌트의열망은두사람의사랑이시작된지약일년후,박사학위논문을마부르크대학에서연구할수없다는스승하이데거의통보에서불거진다.하이데거는아렌트에게대학에서떠나라고종용하는데,대학에서의권위적입지와는반대로점점가까워지는아렌트의존재에두려움을느꼈기때문이라고저자는서술하고있다.

활발한서신과뒤이어진침묵의시간

하이데거와의짧은연애를마감하고아렌트는다른연인들과교류하며또다른삶을일군다.그럼에도하이데거를향한아렌트의결속력이줄어들거나소실된것은아니었다.여전히아렌트에있어하이데거는권위자로남아있었기때문이다.시간이흐르면서두사람의편지왕래와만남이줄어든것은사실이나,과거의추억을되새기며편지와쪽지들을꾸준히주고받고있음을저자의서술을통해파악할수있다.이후히틀러집권시기하이데거는나치에협력하게되는데,전쟁이끝난후나치전력을이유로교수직에서물러나게된다.이렇게독일민족성을유독강조했던하이데거의행동과는별개로,아렌트는그를지지하고옹호하는모습을보이면서그를향한끊임없는애정을유지하고있음을드러낸다.

위대한사랑과나자신의정체성을동시에유지하는방법

아렌트는하이데거에게“나는당신을사랑해요.”라고말한후독립성을포기해야했다.“만약내가나자신으로존재할수없다면,만약사랑의대가로내가독립성을포기해야한다면”이라고아렌트가블뤼허에게말했을때,블뤼허는확실히그녀의과거경험에대해결론을내릴수있었다.
_본문79-80쪽

독립적이고인습에얽매이지않은여성이었던아렌트였지만,하이데거의관계에서유추하듯여전히전통적인역할속에서남성을파악하고있다는점은아렌트의주된내적갈등요인이었다.독일국가사회주의가부흥하고제2차세계대전이발발하여두사람의삶이극적인변화를겪던시점이후,유대인이었던아렌트는독일을떠나면서하이데거와의관계를정리하고자한다.그러나전쟁이끝난이후아렌트는하이데거의방문요청에따라그와재회하게되고,하이데거의저서를미국에서번역하고출판하는공적인일을적극적으로도움으로써과거의‘연인관계’로범주화할수없는두철학가의독특한관계가형성된다.훗날아렌트는전체주의사상을통렬하게비판한『전체주의의기원』을출간하는데,이소식은하이데거를불편하게끔만들기도하였다.그럼에도그들의관계는뿌리깊은결속력을유지하는데이관계는아렌트가죽음을맞이하는1975년까지반세기에걸쳐계속되었다.

소녀에서여인으로,여인에서위대한철학가로
추상적인사상가에서,한여인을사랑하는남자로

하이데거와한나아렌트의평생에걸친사랑은‘사랑’이라는단어로는부족하다.하이데거에있어서아렌트는사랑하는연인의의미를훨씬넘어서는것이었고,아렌트에게있어하이데거는철학과동격의의미를지닌신적인존재였다.당시하이데거가몰두하던철학과시,문학,음악은아렌트의사상에고스란히반영되었으므로두철학가가서로에게끼쳤던중요성을가늠하는일은그들의생애를이해하는데있어중요한열쇠가된다.20세기를대표하는석학이자제2차세계대전이라는격변을통해서로의입장차를드러냈던,유태인으로서의아렌트와나치에협력했던독일인으로서의하이데거.독자들은그들의편지속행간을통해위대한철학자들의인간다움,양면성에서비춰지는인간존재의철학적시초를발견할수있을것이다.

한나아렌트(HannahArendt,1906~1975)

20세기를대표하는정치철학자.독일태생의유대인으로히틀러집권이후독일을떠나파리등에서오랜망명생활을했다.반유대주의와제국주의라는전체주의의기원,악,폭력등에대해깊이연구했으며,인간의행위와말의중요성을강조하였다.‘악의평범성’개념등사회적논쟁을불러일으키는저작을발표하기도했다.마부르크대학신입생시절,열일곱살연상이었던스승하이데거와사랑에빠졌고,이후50여년동안‘충실’한관계를유지했다.주요저서로『전체주의의기원』,『인간의조건』,『예루살렘의아이히만』,『정신의삶』등이있다.

마틴하이데거(MartinHeidegger,1889~1976)

20세기를대표하는독일철학자.서양의전통형이상학이자명하다고여긴존재개념을철학의근본주제로삼았고,‘현상학의창시자’인후설,야스퍼스등과평생교류하였다.젊은시절부터사유와저작의대부분이토트나우베르크의‘오두막’산장에서이루어졌다.히틀러집권시기인1933년4월에독일프라이부르크대학총장에취임했고,이후나치당에입당하였다.제2차세계대전이후나치협력사실로인해교수직에서물러났으며1951년에복권되었다.주요저서로『존재와시간』,『칸트와형이상학의문제』,『형이상학이란무엇인가』,『니체』등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