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거리의 한나 아렌트와 랠프 엘리슨 : 차별에 관한 17가지 사유의 실마리

뉴욕 거리의 한나 아렌트와 랠프 엘리슨 : 차별에 관한 17가지 사유의 실마리

$18.00
Description
같은 거리에 살았던 유대인 철학자와 흑인 작가
한 편의 글,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된 충돌과 대화
1954년, 워싱턴의 연방대법원은 공립학교의 인종 차별은 헌법을 위반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1957년 아칸소주의 리틀록에 사는 아홉 명의 흑인 학생에게 지역 공립 고등학교의 입학이 허가되었다. 이후 흑인 아이들의 등교는 수많은 백인의 반대에 부딪혀야 했으며 백인과 흑인 사이에 소요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리고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1959년 발표한 에세이 「리틀록 사건을 돌아보며」에서 백인들의 반대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무대로 삼은 흑인들의 운동을 비판했다. 아렌트에게 흑인 차별은 정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였으며 학교에서의 인종 차별 철폐는 정치적 과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였다. 그는 흑인 대표 단체가 일반적인 인권, 시민권, 보통선거권이 아니라 노동, 주택 시장, 교육과 같은 사회적 차별에 집중하는 것을 비판하였다. 뿐만 아니라 자녀의 성장을 설계할 권리는 부모에게 있고 아이들은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리틀록의 아이들을 어른의 싸움에 끌어들인 점에 우려를 표했다.
당시 흑인 소설가 랠프 월도 엘리슨은 이러한 아렌트의 입장에 분노했다. 그리고 로버트 펜 워렌의 책 『누가 검둥이를 대변하는가』에 실린 인터뷰에서 “초점이 너무 빗나갔”(167쪽)다는 말로 아렌트를 비판한다. 이 인터뷰를 읽은 아렌트는 1965년 엘리슨에게 사과의 편지를 쓰기에 이른다. 『뉴욕 거리의 한나 아렌트와 랠프 엘리슨』은 아렌트가 쓴 한 편의 에세이, 그리고 한 통의 편지에서 출발하고 있다.

어쨌든 저는 제 잘못을 인정합니다. 무자비한 폭행, 신체의 본능적인 불안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기분이 들어요. 너무나도 정확한 당신의 소견 덕분에 제가 상황의 복잡다단함을 이해하지 못했음을 깨달았어요.(한나 아렌트가 랠프 엘리슨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15쪽)

편지를 썼던 당시 한나 아렌트는 뉴욕 리버사이드 드라이브가 370번지에, 랠프 엘리슨은 730번지에 살았다. 같은 거리에 살았던 유대인 정치 철학자와 흑인 소설가 사이에는 어떤 간극이 있었던 것일까. 유대인으로서 차별을 경험했던 아렌트는 왜 흑인 학생들의 강제적 통합에 반대했으며 어떠한 이유로 추후에 그 생각을 바꾸었을까. 『뉴욕 거리의 한나 아렌트와 랠프 엘리슨』은 똑같이 바다를 건너 미국으로 흘러들어 온 유대인과 아프리카계 흑인 사이에 어떠한 대조적인 조건과 입장이 존재했는지 파고든다. 저자 마리 루이제 크노트는 한나 아렌트와 랠프 엘리슨이 남긴 저작과 기록물, 편지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번영과 발전으로 가득했던 20세기 중반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려내었다.

저자

마리루이제크노트

저자:마리루이제크노트
비평가,작가,번역가로서베를린에살고있으며,특히한나아렌트에대한여러편의논문과저서를출간했다.『탈학습,한나아렌트의사유방식』(2011)은8개국어로번역되었고라이프치히도서전상후보에선정되었다.그는철학에세이『뉴욕거리의한나아렌트와랠프엘리슨(370RiversideDrive,730RiversideDrive)』(2022)으로레히철학심포지움으로부터트락타투스상(Tractatus-Preis)을수상했다.현재시에대한칼럼「타그티갈(Tagtigall)」을문화웹진『펠렌타우허(Perlentaucher)』에기고하고있다.

역자:서요성
한양대학교독어독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독일빌레펠트대학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독일마인츠대학교객원교수와한국브레히트학회회장을지냈으며,대구대학교문화예술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
역서로는「도축장의성요한나」(『브레히트선집』),『빌헬름텔인마닐라』,『심지층저장소』가있고,저술로는『가상현실시대의뇌와정신』(제34회한국과학기술도서상저술상수상),『공연예술의초대』,논문으로는「변증법적연극-브레히트의후기극에대한이해」,「프로이트의정신분석적치료과정에서대화의의미와정신분석학개념들의형성들에대한고찰」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1.우리유대인
2.발언권사용
3.겨울잠
4.불안
5.평등
6.가늠할수없는감정
7.청산하지못한과거
8.희생의이상
9.계몽의변증법
10.만남
11.공화국
12.종신형
13.투표권을갖는다는것
14.가능성
15.경험
16.각각의정체성
17.사과

랠프엘리슨과로버트펜워렌의인터뷰:무자비한폭행과희생의이상

출판사 서평


▶같은거리에살았던유대인철학자와흑인작가
한편의글,한통의편지에서시작된충돌과대화
1954년,워싱턴의연방대법원은공립학교의인종차별은헌법을위반한다고판결했다.이에따라1957년아칸소주의리틀록에사는아홉명의흑인학생에게지역공립고등학교의입학이허가되었다.이후흑인아이들의등교는수많은백인의반대에부딪혀야했으며백인과흑인사이에소요가발생하기도했다.그리고유대인철학자한나아렌트는1959년발표한에세이「리틀록사건을돌아보며」에서백인들의반대를비판하는것이아니라학교를무대로삼은흑인들의운동을비판했다.아렌트에게흑인차별은정치를통해해결해야할문제였으며학교에서의인종차별철폐는정치적과제가아닌사회적과제였다.그는흑인대표단체가일반적인인권,시민권,보통선거권이아니라노동,주택시장,교육과같은사회적차별에집중하는것을비판하였다.뿐만아니라자녀의성장을설계할권리는부모에게있고아이들은외부의영향으로부터보호받아야한다고생각했으며리틀록의아이들을어른의싸움에끌어들인점에우려를표했다.
당시흑인소설가랠프월도엘리슨은이러한아렌트의입장에분노했다.그리고로버트펜워렌의책『누가검둥이를대변하는가』에실린인터뷰에서“초점이너무빗나갔”(167쪽)다는말로아렌트를비판한다.이인터뷰를읽은아렌트는1965년엘리슨에게사과의편지를쓰기에이른다.『뉴욕거리의한나아렌트와랠프엘리슨』은아렌트가쓴한편의에세이,그리고한통의편지에서출발하고있다.

어쨌든저는제잘못을인정합니다.무자비한폭행,신체의본능적인불안을이해하지못했다는기분이들어요.너무나도정확한당신의소견덕분에제가상황의복잡다단함을이해하지못했음을깨달았어요.(한나아렌트가랠프엘리슨에게보낸편지중에서,15쪽)

편지를썼던당시한나아렌트는뉴욕리버사이드드라이브가370번지에,랠프엘리슨은730번지에살았다.같은거리에살았던유대인정치철학자와흑인소설가사이에는어떤간극이있었던것일까.유대인으로서차별을경험했던아렌트는왜흑인학생들의강제적통합에반대했으며어떠한이유로추후에그생각을바꾸었을까.『뉴욕거리의한나아렌트와랠프엘리슨』은똑같이바다를건너미국으로흘러들어온유대인과아프리카계흑인사이에어떠한대조적인조건과입장이존재했는지파고든다.저자마리루이제크노트는한나아렌트와랠프엘리슨이남긴저작과기록물,편지와인터뷰를바탕으로번영과발전으로가득했던20세기중반미국사회의어두운단면을그려내었다.

▶미국사회의‘보이지않는인간’흑인,
아렌트가간과한반유대주의와흑인박해의출발선
랠프엘리슨의대표작인장편소설『보이지않는인간』은흑인을아예존재하지않는것처럼바라보는백인의폭력을고발한다.주인공으로등장하는흑인대학생은노예제도가폐지되었음에도자신이여전히‘보이지않는’존재임을깨닫고방황하다어두컴컴한지하실로숨어든다.미국사회의소외를나타내는지하실,지하은신처는주인공에게적대적인외부세계로부터의보호공간이자수치심과분노로부터스스로를지키는공간이기도했다.자신의내면에서조차안전하지못했던당시흑인의상황이묵직하게전달된다.
그러나이러한억압은흑인에게소설속이야기가아닌현실이었다.흑인은시간과장소를가리지않고아무런이유없이두들겨맞고,살해되었다.백인의폭행으로흑인이날마다죽었지만범인대부분이기소조차되지않았다.흑인은행운이나우연에기대어서만생존할수있음을의식하면서살아야했다.이러한사회에서1954년연방대법원의판결은흑인에게큰환호를불러일으킬만한사건이었다.흑인아이들에게드디어“기적같은가능성의세계가열”린것이다.아렌트의주장은흑인들을격분시키기에충분했다.
엘리슨에게도흑인의고통은매일매일벌어지는현실이었다.아렌트는흑인의이러한상황을실감하지못하고있었다.어느정도유사함은있겠지만유럽의유대인에게흑인의것과같은기나긴노예의역사는없었다.아렌트또한마찬가지였다.그는유대인이었지만그러한이유로대학입학을걱정할필요는없었다.

▶아렌트의문제의식과엘리슨의경험은어디에서만나는가
저자는아렌트가비록흑인의상황에대해서는문외한이었지만흑인과백인의불평등을옹호한것은결코아니라고말한다.아렌트는「리틀록사건을돌아보며」에서투표권,시민권,원하는사람과결혼할권리와같은정치적이고개인적인기본권을법으로제정하는일이시급하다고주장했다.그는유대인으로서억압받는자들의편에섰고정치에서노예제도의유산을청산하기위해애썼다.인종차별에대한아렌트의주장과흑인으로서엘리슨의경험과의식은곧게뻗은거리처럼평행선을달리지않는다.그는다양한인종의사람들이헌법적으로공존하는“해방의시간”이오기를원하였고,엘리슨또한그의작품에서마침내모든장벽이무너지는“순간”이오기를염원했다.
아렌트는흑인박해에대한직접적인저작을많이남기지는않았지만아렌트의편지와그의행보를통해독자들은아렌트의정치적목표를충분히짐작할수있다.그는노예제도의유산에대한책임있는처리방식을모색했고,흑인에게능동적인정치참여를보장할권리를부여하는평등수정헌법을제안하기도했다.저자는오랜시간쌓아온한나아렌트의연구를바탕으로우리에게잘알려지지않았던아렌트의과오와성찰을재검토한다.20세기중반벌어졌던두인물간의첨예한논쟁은오늘날여전히해결되지않은인종차별에대한보다깊은시각을제공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