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과 이혼의 연대기 (정광모 소설집)

멸종과 이혼의 연대기 (정광모 소설집)

$18.00
Description
안드로이드, 인간, 긴꼬리족…
경계를 넘어 서로 부딪치는 존재들
▶ 『멸종과 이혼의 연대기』, 리얼과 허구의 경계에 선 인간 서사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설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번복과 그의 쇼맨십 가득한 기자회견 등 우리는 소설보다 더 소설적인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정광모 작가는 ‘리얼(Real)이란 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총 일곱 편의 작품 속에서 SF와 현실을 오갈 수 있는 소설집 『멸종과 이혼의 연대기』가 출간되었다.
정광모 작가의 다섯 번째 작품집이다. 소설집 제목 중 ‘멸종’은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서 처한 험난한 미래를 상징하고, ‘이혼’은 호모 사피엔스 개인이 처한 개인 차원에서의 위기를 나타낸다.
정광모 작가는 소설이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거나 그 둘을 섞어서 만들어지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멸종과 이혼의 연대기』에서 소설은 판타지와 현실이 어울려 만들어낸 또 다른 현실이다. 가상과 현실 사이 간극은 때로는 모호하고, 때로는 분명하다. 정광모 작가가 그린 가상, 현실 혹은 가상이자 현실을 따라가 보자.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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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광모

저자:정광모
부산출생.2010년부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작품집으로『작화증사내』,『존슨기억판매회사』,『나는장성택입니다』,『콜트45』가있고,장편소설로『토스쿠』,『마지막감식』,『유토피아로가는네번째방법』,『어둠의연기법』이있다.그외서평집『작가의드론독서1,2,3,4』가있다.
부산작가상과부산소설문학상,백신애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첫이혼
봄을걷다
휴먼장르
멸종을기록하는방법
유라시아탑승권
베팅
마지막전화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기계,외계,포스트휴먼―현실바깥에서현실을다시본다
「첫이혼」의주인공벨리사는로봇에이든과30년넘게함께살아왔다.에이든은그녀의일상을완벽하게이해했고,그녀는에이든과영혼으로맺어진관계라생각했다.그러나에이든이이상행동을보이기시작하면서벨리사는두려움을느낀다.에이든은자신을‘풀어달라’고말하며이혼을요구하지만,로봇인그가법적주체가될수없다는이유로이혼조정은기각된다.에이든을회수하려는회사와그의자유를주장하는시민단체사이에서갈등이깊어지고,에이든은충격적인결정을내린다.
「휴먼장르」속‘나’는AI로봇소설가다.로봇의창작을불편해하는원로원의결정으로집행인에의해창작기능대신중화요리기능을탑재하게된다.그런데‘나’의소설을즐기던지구방위대로봇은소설이금지되고인간들이쓴소설이배급되자“휴먼장르는지옥이다”라고말하며반란을일으킨다.원로원은결국‘나’의기능을되돌리기로한다.
「멸종을기록하는방법」속지구의주종족은긴꼬리족이다.긴꼬리족은지하건축물을발견하게되고,이건축물은긴꼬리족사회에논란을일으킨다.이는긴꼬리족선조의작품일까,그이전에존재했던미지의지성체의흔적일까.카말은건축물에서찾은도자기를통해이문명이사피엔스에의한것임을알아낸다.환경파괴의대가로멸종된사피엔스는긴꼬리족에게큰충격을남긴다.

균열위를걷는사람들,리얼의가장자리에서피어난이야기들
「봄을걷다」의주인공시각장애인진우는활동보조자원봉사자서연과함께산을오른다.등산길에서진우는변호사로서의성공을꿈꾸던과거,옛연인은경그리고시력을잃은후세상에벽을치고살았던날을회상한다.모든걸거부하고지낼때서연이진우에게손을내밀었고,8개월이지난지금진우는서연을알고싶어한다.
「유라시아탑승권」은부산에서출발해유라시아대륙을횡단하는열차탑승티켓과관련된이야기다.초등학교급식실에서일하는구민숙은가족들의양보아닌양보덕에열차에탈기회를얻는다.그러나구민숙은난민소녀자이빠의소원을이뤄주기위해자이빠에게티켓을양보한다.바이칼호수에손과발을담고싶어했던자이빠,바이칼호수는자이빠에게어떤기적을보여줄까.
「베팅」에는카지노에서딜러로일하는‘나’가등장한다.어느날‘나’는생모를찾고있는미국교포손님다니엘과게임을한다.그는바카라로큰돈을잃으면서도평온해보인다.다니엘이드디어생모를만난다고한날저녁,어째서인지그는다시카지노에와거액을베팅한다.다니엘에겐무슨일이있었을까.
햇빛전화상담사인「마지막전화」의‘나’는딸의성적이고민인전소운과상담을이어가고있다.전소운의딸채아는그림에관심이있었지만전소운은학업만을강요하는것이다.‘나’는채아와도연락이닿아엄마와딸을상담하며두사람을중재한다.상담한지3년째가되던날전소운은이제상담을그만해도되겠다고이야기하지만,‘나’는그러고싶지않다.

감각의문턱에서현실과가상바라보기
『멸종과이혼의연대기』에실린일곱편의단편은리얼리즘과SF라는서로다른장르적외피를입고있지만,공통적으로오감을활용한감각적서술이뚜렷하게드러난다.특히촉각,후각,청각,시각등다양한감각묘사는이야기전개의중요한전환점에배치되어인물의심리상태와세계인식을더욱입체적으로전달한다.작품의배경과각인물의상황은서로다르지만,모두‘살’과‘감각’을매개로한구체적인세계에뿌리내리고있다.

에이든이집곳곳에뿌리고다니는의무의퀴퀴한냄새는점점그녀를질식시키고있었다.(31쪽)

바이칼이안은생명의힘이찌르르손을감싸고는기지개를쭈욱폈어요.물은차지만제손은더워지고있어요.생명의물이제몸안에서빙글한바퀴를돌았다니까요.(169쪽)

이는작가가리얼리즘을단순한현실재현이아니라,감각을통해현실의밀도를높이는방식으로접근하고있음을보여준다.리얼리즘이‘현실에대한충실한재현’이라는사전적정의를넘어,독자가실제로‘살아보고느낀것처럼’서사속에몰입하게만든다.작품전반에걸쳐반복되는감각의서술은단지미학적장치에그치지않는다.그것은인물들이현실을이해하고받아들이는가장본질적인방법이며,동시에독자에게는이야기를직관적으로체감하게하는강력한연결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