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 새로운 글쓰기, 생동하는 글쓰기
주류 담론에 반격을 가하고, 담론의 지형을 재구축한다는 취지로 2020년 6월 창간한 반년간 문예비평지 『문학/사상』이 11호를 맞이하였다. 이번 11호는 기존의 글쓰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글쓰기에 주목하였다. 권두현은 「글은 숲의 꿈을 꾸는가: 글의 전생(前生/轉生) 또는 파이토그라피의 대안 우주」에서 ‘파이토그라피’라는 새로운 글쓰기 방식에 주목한다. 파이토그라피는 단순히 자연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식물과 인간의 관계를 기록하며, 기존의 언어 중심적 기록을 넘어 감각적, 화학적 소통 방식까지 포괄하는 글쓰기 방식이다. 식물이 형성하는 인간과는 다른 관계망에 주목하며, 파이토그라피는 이러한 관계의 특이성을 드러내어 인간중심적 관계 개념을 다시 사유하도록 이끈다. 따라서 이번 글은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속에서 지나온 시간을 되살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내는 파이토그라피적 글쓰기의 의미를 강조한다.
김대성은 「일하는 사람이 일구는 글쓰기」에서 노동자 글쓰기를 통해 해방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비바람 속에 피어난 꽃』과 『일하는 아이들』을 비교하며, ‘일’을 바탕으로 삶을 꾸밈없이 기록하는 글쓰기가 도시로 나가 ‘노동자’가 됨으로써 점차 문학을 지향하게 되는 과정을 짚는다. 이를 통해 문학에 기대지 않는 글쓰기의 가치와 필요성을 드러낸다. 머무르며 삶터를 일구는 (살림)글은 공동체를 북돋우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알리고, 떠나지 않아도 되는 삶과 글쓰기, 머물며 일구고 어우르며 터를 다지는 글쓰기가 더 널리 퍼지길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현장-비평 「압도적인 듣기의 시간, 회복하는 읽기의 삶」에서 강도희는 한강 작가의 문학 세계를 ‘읽기’와 ‘듣기’라는 행위를 중심으로 심도 깊게 분석한다. 한강 작가의 『검은 사슴』,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작품 속에서 ‘읽는 사람’의 형상을 분석하고, 폭력과 침묵 속에서도 타인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하려는 시도를 탐구한다. 이로써 음모론, 가짜뉴스, 집단적 비합리성의 시대에서 문학이 듣기 훈련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문학을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소통과 윤리적 실천의 도구로 보는 시각의 전환을 제안한다.

▶ 돌봄, 성장, 도시, 젠더, 말: 문학과 비평으로 읽다
시에는 강미정, 김재근, 이정화, 조말선, 한영원의 신작 시를 각 2편 수록하였다. 소설에 수록된 강이나의 「저 멀리」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산후조리원 영양사 ‘주연’의 일상을 중심으로, 돌봄 노동을 짊어진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가족, 돌봄, 관계, 삶의 선택에 대한 질문을 깊이 있게 던지고 있다.
서정아의 소설 「밤의 달리기」는 보증금 100만 원으로 방을 구해 혼자 살아가는 대학생 은별의 이야기를 다룬다. 가난과 차별 등 현실의 벽을 바리케이드로 상징하며, 그것을 넘어뜨리고 뛰어넘는 은별의 모습을 통해 성장의 서사와 희망의 감정을 전한다.
서평에서 구모룡은 『마산』(김기창)을 읽으며 도시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하나의 텍스트로 읽는 ‘도시소설’ 개념을 소개한다. 『마산』이 도시의 변화 과정을 인물들의 경험과 교직한 작품임을 강조하며, 도시의 역사와 기억을 되살리면서 장소에 각인된 집단적 기억을 탐구하는 도시소설의 가능성을 말한다.
박상은은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 연구소의 『젠더스피어의 정동지리』를 읽고, 이 책이 동시대 기술·미디어 환경 속에서 젠더, 정동, 권력의 교차점을 어떻게 사유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기술 자본주의가 일상에 깊이 침투한 시대에, 이 책이 젠더적 관점에서 문화정치의 지형을 성찰하고 비판적 실천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종규는 『푸른배달말집』(한실, 푸른누리)을 읽으며 한국 낱말책 문화와 언어 문화 전반을 톺아본다. 낱말책이 단순한 단어 나열이 아닌 ‘말살림’과 ‘살림살이’의 근거가 되어야 하며 문학과 사유의 기초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우리말을 다루는 태도에 대한 깊은 비판과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

강미정,강도희,강이나,구모룡,권두현,김대성,김재근,박상은,서정아,이정화,

저자:강미정
경남김해에서출생했다.1994년월간『시문학』으로등단했다.시집『검은잉크로쓴분홍』(도서출판북인,2024년)등다섯권을출간했다.

저자:강도희
문학평론가.2023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등단한뒤부터평론을쓰기시작했다

저자:강이나
동아대학교에서독어독문학을,부경대학교대학원에서응용심리학을공부함.2018년무영신인문학상당선,2020년국제신문신춘문예당선,2022년현진건문학상추천작선정,2024년부산소설문학상우수상수상함.

저자:구모룡
문학평론가.한국해양대동아시아학과교수.『제유의시학』,『근대문학속의동아시아』,『폐허의푸른빛』등의저서가있음.

저자:권두현
동아대학교젠더·어펙트연구소전임연구원.동국대에서강의한다.미디어와한국현대문학/문화의관계,특히드라마및각종대중문화를대상으로언표너머에서몸이하는다양한일들에관심을두고연구를수행하고있다.

저자:김대성
비평가.비평집『무한한하나』(2016)와『대피소의문학』(2019)을펴냈으며1인출판사‘곳간’을꾸린다.『문학/사상』편집위원으로활동한다.

저자:김재근
부산출생.2010년창비신인상.시집『무중력화요일』『같이앉아도될까요』

저자:박상은
한국현대문학/문화연구자.아래로부터의역동과민중주의,현장성이교차하며만들어낸문화적흔적에사로잡혀한국의1970,80년대문화운동및마당극운동에대한글을썼다.한국현대연극사및영화사를각색,매체,문화연구의관점에서연구한다.또과거와현재의문화운동을연결짓고의미화하는작업을하고있다.실패하면서도지속되는것들,“부서진채로아름다운(brokenbeautiful)”삶의전망을사랑한다.

저자:서정아
2004년부산일보신춘문예소설「풍뎅이가지나간자리」로작품활동시작.소설집『우리는오로라를기다리고』외.2021년요산창작지원금,2024년부산소설문학상수상.

저자:이정화
1998년생,2023년문학동네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저자:조말선
1998년부산일보신춘문예,현대시학등단.시집『이해할수없는점이마음에듭니다』외.

저자:최종규
숲노래(최종규).낱말책을쓴다.『새로쓰는말밑꾸러미사전』,『우리말꽃』,『쉬운말이평화』,『곁말』,『시골에서살림짓는즐거움』을썼다.

저자:한영원
인천에서태어났다.시집『코다크롬』을펴내며활동을시작했다.

목차

『문학/사상』11호를내며


나무의귀/누옥漏屋에세들어살다
강미정시인

너무유명한맛집/노키즈존
김재근시인

흙의문제/균형
이정화시인

인간과꽃/마르셸,이공백은네것이란다
조말선시인

스트로보스코프가멈췄다/귀촉도
한영원시인

비판-비평
글은숲의꿈을꾸는가:글의전생(前生/轉生)또는파이토그라피의대안우주
권두현동아대학교젠더·어펙트연구소전임연구원

일하는사람이일구는글쓰기
김대성문학평론가

소설
저멀리
강이나소설가

밤의달리기
서정아소설가

현장-비평
압도적인듣기의시간,회복하는읽기의삶
강도희문학평론가

쟁점-서평
도시는소멸하지않는다
『마산』,김기창
구모룡문학평론가

동시대기술미디어장의문화정치와비판·실천의역능
『젠더스피어의정동지리』,동아대학교젠더·어펙트연구소
박상은한국현대문학/문화연구자

레임덕파행절름발이―말이아직말이아닌굴레
『푸른배달말집』,한실과푸른누리
최종규『우리말꽃』저자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파이토그라피는단순한성찰이아니다.그것은상처입은공간을치유하고,다시생명의가능성을모색하며,관계를새롭게엮어가는실천적행위이다.책이나무의부재를증언하면서도다시깨어나는나무의가능성이되는것처럼,독자가텍스트를읽는순간나무가다시살아나는것처럼,글쓰기는정동이순환하는생명의공간을창출한다._권두현「글은숲의꿈을꾸는가:글의전생(前生/轉生)또는파이토그라피의대안우주」

지금까지우리가쓰고읽었던글은‘저기너머’로만가려고하지않았나.여기에머무르며삶터를일구는(살림)글엔서로를북돋으며둘레를일으킬수있는힘이깃들어있다.일구는일이란무언가를새롭게시작하기보단되풀이한다는뜻이다.되풀이는오래듣고보고느끼고생각한바를바탕으로한다.새로움을찾아낯선곳을향해나아가는걸음이아니라터한곳에서배우고가르친것을바탕으로주변을가꾸고돌보는일과이어진다._김대성「일하는사람이일구는글쓰기」

이공동체적듣기에대한믿음이없다면『작별하지않는다』(2021)는쓰이지못했을것이다.『소년이온다』가폭력에저항하며도청으로,상무관으로모인광주의시민들을그렸다면,『작별하지않는다』는반공주의국가폭력에의해흩어지고고립된제주도민들의지독한‘견딤의시간’을그린다.5·18을다뤘던것처럼,그러니까증언들을성실하게읽고자료들을보충하면서작가는사건을파악하고피해자들에게몰입해나갔을것이다._강도희「압도적인듣기의시간,회복하는읽기의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