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피리

뿔피리

$18.00
Description
▶ 어제보다 힘든 오늘을 견디며 내일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조미형 소설가의 작은 위로
사회를 지배하는 잔인한 시장논리와 비인간적인 시스템을 그리며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낸다고 평가받은 소설가 조미형이 10년 만에 두 번째 소설집 『뿔피리』를 출간했다. 200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조미형은 섬세한 필력과 깊이 있는 시선으로 성인 대상 소설뿐 아니라 아동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창작의 지평을 펼쳐왔다.
첫 소설집 『씽푸춘, 새벽 4시』에서 삶의 심연과 수렁에 빠진 인간 내면을 탐색했던 그는 『뿔피리』에서 절망적인 현실을 그리는 데서 나아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을 그린다.
사회의 어른들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청년 세대의 냉혹한 현실과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내일을 향한 끈을 놓지 않는 인물을 포착한 일곱 편의 이야기는 “꿋꿋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노력”(220쪽)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독자로 하여 오늘을 살아내고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일상의 작은 순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저자

조미형

저자;조미형
2006년국제신문신춘문예로등단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9년현진건문학상추천작에「각설탕」이선정됐다.지은책으로『씽푸춘,새벽4시』,『바다가걱정돼』,『맨날놀고싶어』,『해오리바다의비밀』등이있다.

목차


고릴라1고릴라2그리고사람
뿔피리
어떤,하루
구봉마을김주평
각설탕
일광호황선장
귀부인은옥수수밭에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지금우리가사는세상은사람사는세상일까
잔인한인간을만드는세상의논리

「고릴라1고릴라2그리고사람」은소설집을여는작품이다.고릴라와사람의닮은점과차이를생각하게만드는이소설은편집매장에서아르바이트하는주인공에게닥친진퇴양난의사건을그린다.막무가내로가방을반품해달라고요구하는진상손님을맞은화자,그러나그누구도그런그를돕지않는다.매장의매니저는그돈을물어내라고협박까지한다.당장생활하기위해서직업을잃어서는안되는화자와그를절벽끝으로몰아붙이는조직,최악의선택지중반드시하나를골라야하는답답한상황이펼쳐진다.

「어떤,하루」에서는가족들의죽음이후홀로남겨진유일의삶이펼쳐진다.취미로쓸낚싯배를계약하러가다심장마비로죽은아버지,어머니는아버지를그리워하며송사리를키우다어항을청소하던중미끄러져병원에입원한다.송사리에게밥은제대로챙겨주는지를걱정하며하루에도몇십번유일에게전화하는엄마는갑작스럽게코로나에걸려급성폐렴으로죽는다.“문득이집에나혼자남았다는사실을깨달”(94쪽)은유일의눈물은그의앞에다가올공허한하루들을상상하게만든다.

「각설탕」의원구는피트니스센터에서야간청소일을하는가난한청년이다.센터에울려퍼지는“내가제일잘나가”라는노래가사와는달리손님과피트니스센터관리인으로부터무시당하는그의삶은무척고달프다.두달전옥탑방에벌떼가들어온이후로양봉을시작했는데,그사실을알게된집주인은벌통을넘기거나방을빼라고괴롭힌다.“먹이를찾는생쥐처럼”(135쪽)눈빛을번득거리며원구를지켜보는집주인에맞서원구는무슨일이있어도벌만은빼앗기지않겠다고다짐한다.무엇하나쉬이주어지지않는삶,유일하게달콤한한조각의내것은지켜질수있을까.

「귀부인은옥수수밭에」의‘귀부인’은예술가나백이물려받은아버지의낚싯배로,그는해변에묶인배에서살며작업한다.서핑샵과매운탕가게를운영하는친구들은어느날말미잘매운탕을나백에게억지로먹이는영상을SNS에올린뒤높은조회수를기록하자,더높은조회수와자극적인영상에집착하며나백을괴롭힌다.자신의예술을무시하는그들에게복수를꿈꾸는나백을통해조미형은자본에매몰된인간이얼마나타인에게잔악해질수있는지보여준다.

상처를껴안고도앞으로나아가는,작지만단단한마음들의생존기

『뿔피리』의인물들은이렇듯저마다커다란아픔을품고산다.가난,가장가까운존재의죽음,무자비한태도로서로를대하는사람들,폭력적인세상에서살아남아야하는고된상황이소설집전반에펼쳐진다.그러나조미형은절망적인현실을보여주는것에그치지않고절망을버티는마음과그이후의삶에주목한다.

표제작「뿔피리」의화자는부모둘로부터모두버려진,원룸에서혼자사는고3이다.홀로살아남기위해편의점야간아르바이트를전전하고아파트의헌옷수거함을뒤지는화자.그의유일한친구도아버지로부터폭력을당하며언젠가복수를꿈꾼다.어른이되기를바라는둘은“살아있어야어른이”(54쪽)된다는말을나누며서로의지한다.살아남기위해두사람이이용하는채팅방뿔피리,뱃고동처럼울리는뿔피리소리는생존을향한그들의열망이기도하다.

「구봉마을김주평」은다양한모습으로살아가는사람들의진솔한이야기를싣는한잡지사기자의시선으로전개된다.구봉마을에마지막으로남은주민김주평을만나러그의집으로향한화자에게김주평은마을을떠나기전자신의이야기를하나씩꺼내놓는다.고통스러운과거의기억을안고매일을살아가는그는생에대한희망을놓지않는다.

「일광호황선장」은소설집을관통하는희망의메시지가극대화된작품이다.일광호의선장인황씨는낚시꾼들과함께바다로나선다.그러나고기를잡지못해사람들은불만을가지고,설상가상으로해무가몰려와배까지상하게된다.고기를낚지못한것은선장이자리를잘못잡은탓이라고구시렁대는낚시꾼의말에기분이상하지만,황선장은착실히배를수리하고다시바다로나갈날을준비한다.그리고그모습은머지않아그가월척을잡아올릴것이라는낙관으로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