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와 천둥 (소설 대암 이태준)

번개와 천둥 (소설 대암 이태준)

$25.00
Description
​몽골의 ‘신의(神醫)’이자 조선의 독립운동가,
우리의 선조 이태준을 기억하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는 ‘이태준 기념공원’이 있다. 이곳에서 몽골인들은 매독이 창궐했던 1910년대에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한 한 조선인 의사를 기린다. 그러나 몽골에서 ‘신의’라 불리던 이태준 선생은 타지에서 조국의 독립운동에 묵묵히 참여한 숨겨진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선생이 몽골에서 개업한 병원은 독립운동의 거점 중 하나였고, 상해 임시정부는 선생을 군의관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이태준 선생에 대한 국내 자료는 현재 학술논문과 아동서 정도뿐이다. 장편소설 『번개와 천둥』은 의사, 독립운동가, 그리고 신념을 가지고 시대를 살아낸 한 인간으로 선생을 그려내, 엄연히 오늘날의 한국을 가능하게 한 우리의 선조를 기억할 수 있게 한다.
‘대암(大巖)’이라는 호를 가진 이태준 선생은 1883년 경상남도 함안에서 출생하였다. 청년기에 선생은 지인과 함께 함안 지역 내 만세운동을 조직하려다 계획이 발각된 후, 큰 포부를 펼치기 위해 상경했다. 세브란스 의학교 2기 졸업생인 선생은 세브란스 병원에서 근무하던 때에 안창호 선생을 치료했고, 그 연유로 왜경들에게 쫓기게 된다. 1912년 중국 남경으로 망명했다가 몽골로 떠난 선생은 다른 독립운동가들의 도움으로 1914년 후레라는 지역에 동의의국이라는 병원을 열었다. 이곳이 많은 몽골인 환자들을 치료하며 중국과 몽골에서 활동하는 지사들을 보살피고 자금을 확보하는 거점이 된다. 하지만 선생의 활동은 몽골 내로 한정되지 않았다. 임시정부에서 맡긴 임무를 수행하며 중국을 드나들기도 했고, 이 과정에서 의열단에 가입해 폭탄 제조기술을 보유한 헝가리 청년을 의열단 쪽에 소개시켜 주기도 하였다. 이렇게 독립운동과 관련된 임무를 치르기 위해 또다시 중국으로 향하던 중, 선생은 당시 몽골을 침략한 제정 시기 러시아 군인 출신 운게른 남작의 부하들에게 붙잡혔고, 결국 한 일본인 병사의 총에 운명하였다. 이때가 1921년으로, 갖은 ‘번개와 천둥’으로 점철된 생을 선생은 38세의 창창한 나이에 마감하였다.



“대암, 그대는 백성의 질고(疾苦)를 가엾게 여겨 의사가 되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의사(醫師)를 넘어 나라를 구하는 의사(義士)로도 살아야 해요. 의사(義士)란 정의에 죽고 정의에 사는 사람 아닌가? 이것은 이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진리요 정의이네. 처음 만났을 때도 말한 것 같지만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어지는 날이 있다네. 대암 같은 인재는 백성들의 육체적 질병을 고치는 의술에도 봉사해야겠지만 백성들의 정신을 일깨우는 정신적 의술도 발휘해야 하네. 대암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인재란 뜻이네. (…) 대암을 보니, 나와 함께 이 나라를 살릴 동지로 일하고 싶어 하는 소리네.” (…) 태준은 도산의 그러한 제의, 나라 살릴 동지란 말이 너무 반갑고 영광스러웠다.
_「경성 탈출」 중에서

또한, 저자는 심리에 대한 묘사를 구체화해 독자가 역사적 인물과 공감할 수 있게 한다. 몽골에서 치료한 첫 환자이자 진료 보조자가 된 버르테는 어느 날 선생에게 몽골에 사는 독특한 야생마 ‘타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타키’는 순치되지 않는 야생마라 “말과 비슷하나 결코 말이 아닌 짐승”이라고 한다. 선생은 ‘타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일본의 통치 아래 고분고분해진 조국의 벼슬아치들을 떠올리며 슬픔에 잠긴다. 이후 ‘타키’를 실제로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아내와 광활한 몽골 고원으로 한나절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사람이 지조와 절개를 못 지키는 세상이어서 더욱 순치 안 되는 말 아닌 말이 장하게 보이는 거죠. 나는 타키라고 불리는 그 야생마의 정신을 존중해요. 그래서 그런 타키를 보고 싶은 거지요. _「김은식과의 재혼」 중에서

고된 생활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속에서 이태준 선생에게 힘이 된 것 중 하나는 신앙이었다. 소설 속 이태준 선생은 성경 중 잠언의 “정의를 굳게 지키면 생명에 이르지만 악한 일을 좇으면 죽음을 불러들인다”라는 구절을 되새긴다. 이태준 선생에게도 감명을 준 안중근 의사 또한 천주교 신자였을 만큼, 이 시대 서양에서 들어온 천주교·기독교와 조선인들의 독립에 대한 열망은 간단치 않게 얽혀 있었다. 성인이 되어 세례를 받은 선생은 처음에는 고향에서 만세운동을 함께 계획했던 지인의 권유와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기독교를 접했다. 소설을 통해 이태준 선생의 신앙생활이 어떻게 독립운동이나 의사로서의 활동과 이어져 있었는지 살필 수 있어, 시대적 배경이나 한 인간의 삶을 단순화하지 않으려 한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다.

바위처럼 꿋꿋하게 자신의 본분을 다해낸 이의 삶
환자들에게 이태준 선생은 치료를 위해서라면 말을 타고 먼 길도 달려가는 의사였으며, 독립운동을 함께한 동료들에게는 몽골이라는 드넓은 타지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지표’였을 것이다. 단단한 바위는 세월의 풍파를 견딘다고 하지만, 『번개와 천둥』을 통해 우리는 이태준 선생이 ‘인내’를 넘어 고민과 갈등을 거듭하며 시대를 ‘살아낸’ 인물임을 느낄 수 있다. 그가 동료들에게 그러했듯이, 우리 또한 그의 삶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닥친 ‘번개와 천둥’을 헤쳐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이규정

경남함안출생.1977년단편<부처님의멀미>를월간『시문학』에발표하면서작품활동시작.소설집『치우』등9권과장편소설,동화집,이론서,산문집,칼럼집,등20여권의책을출간했다.(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이사장등을지냈고,현재부산원로민주인사단체인민족광장공동의장으로활동하고있으며,종교활동으로천주교부산교구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을지냈다.일붕문학상,부산시문화상,한국가톨릭문학상,요산문학상,PSB(현KNN)부산방송문화대상,가톨릭대상,이주홍문학상,홍조근정훈장등을받았다.신라대학교사범대학국어교육과교수로2002년에정년퇴임했다.

목차

1.경성탈출

2.눈에어리는고향마을

3.도천재의추억

4.탈향,한양살이

5.세브란스의학교

6.새출발

7.남경고초

8.중국을떠나다

9.몽골,그광활한평원

10.동의의국개업

11.독립운동의거점동의의국

12.김은식과의재혼

13.운게른의등장

14.임시정부의군의관감무(監務)

15.1차임무수행

16.조선입국과고향방문

17.장애와악운

18.번개와천둥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사실을넘어진실을비추는역동적인이야기

역사인물소설은자칫사실관계의나열식서술로지루해질수있지만,『번개와천둥』에서는이야기를긴장감있게구성한원로작가의노련함이돋보인다.선생이왜경을피해한양을도피하는지점에서시작하는소설은,독립운동에대한다짐을굳히는계기였던도산선생과의만남,혈혈단신으로도착했던중국남경에서보다원대한독립운동의꿈을품고동지들과몽골로떠나는여정,몽골에서우연히매독환자를발견한일등이태준선생삶의전환점들에주목한다.소설속에서안창호선생은갓의술의길로들어선이태준에게의사(醫師)만이아니라의사(義士)로도살아가기를당부한다.

“대암,그대는백성의질고(疾苦)를가엾게여겨의사가되려고하지않았는가?그러나의사(醫師)를넘어나라를구하는의사(義士)로도살아야해요.의사(義士)란정의에죽고정의에사는사람아닌가?이것은이시대가우리에게요구하는진리요정의이네.처음만났을때도말한것같지만진리는반드시따르는자가있고정의는반드시이루어지는날이있다네.대암같은인재는백성들의육체적질병을고치는의술에도봉사해야겠지만백성들의정신을일깨우는정신적의술도발휘해야하네.대암은그런일을할수있는인재란뜻이네.(…)대암을보니,나와함께이나라를살릴동지로일하고싶어하는소리네.”(…)태준은도산의그러한제의,나라살릴동지란말이너무반갑고영광스러웠다.
_「경성탈출」중에서

또한,저자는심리에대한묘사를구체화해독자가역사적인물과공감할수있게한다.몽골에서치료한첫환자이자진료보조자가된버르테는어느날선생에게몽골에사는독특한야생마‘타키’에대한이야기를꺼낸다.‘타키’는순치되지않는야생마라“말과비슷하나결코말이아닌짐승”이라고한다.선생은‘타키’에대한이야기를듣고일본의통치아래고분고분해진조국의벼슬아치들을떠올리며슬픔에잠긴다.이후‘타키’를실제로보고싶은간절한마음에아내와광활한몽골고원으로한나절여행을떠나기도한다.

사람이지조와절개를못지키는세상이어서더욱순치안되는말아닌말이장하게보이는거죠.나는타키라고불리는그야생마의정신을존중해요.그래서그런타키를보고싶은거지요._「김은식과의재혼」중에서

고된생활과고향에대한그리움속에서이태준선생에게힘이된것중하나는신앙이었다.소설속이태준선생은성경중잠언의“정의를굳게지키면생명에이르지만악한일을좇으면죽음을불러들인다”라는구절을되새긴다.이태준선생에게도감명을준안중근의사또한천주교신자였을만큼,이시대서양에서들어온천주교·기독교와조선인들의독립에대한열망은간단치않게얽혀있었다.성인이되어세례를받은선생은처음에는고향에서만세운동을함께계획했던지인의권유와영어를배우고자하는욕구때문에기독교를접했다.소설을통해이태준선생의신앙생활이어떻게독립운동이나의사로서의활동과이어져있었는지살필수있어,시대적배경이나한인간의삶을단순화하지않으려한작가의노력이돋보인다.

바위처럼꿋꿋하게자신의본분을다해낸이의삶
환자들에게이태준선생은치료를위해서라면말을타고먼길도달려가는의사였으며,독립운동을함께한동료들에게는몽골이라는드넓은타지에서굳건히자리를지키는‘지표’였을것이다.단단한바위는세월의풍파를견딘다고하지만,『번개와천둥』을통해우리는이태준선생이‘인내’를넘어고민과갈등을거듭하며시대를‘살아낸’인물임을느낄수있다.그가동료들에게그러했듯이,우리또한그의삶에서오늘날우리에게닥친‘번개와천둥’을헤쳐나아갈방향을찾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