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상: 바다정동(2025년 12호)

문학/사상: 바다정동(2025년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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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바다정동, 바다라는 미디어
주류 담론에 반격을 가하고, 담론의 지형을 재구축한다는 취지로 2020년 6월 창간한 반년간 문예비평지 『문학/사상』이 12호를 맞이하였다. 이번 12호는 ‘바다정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안하며 바다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주목하였다.
구모룡은 「바다를 감각하고 사유하는 방법」에서 ‘대양의 느낌’을 매개로 바다를 감각하고 사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바다를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 감정과 사유, 문명과 존재가 맞물리는 복합적 장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구모룡은 이처럼 바다를 감각과 사유의 원천으로 재위치시키며, 기술과 상품화로 인해 잊힌 바다의 숭고와 유동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번 글은 바다를 통해 인간 존재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세계 감각과 미학적 사유를 모색하는 시도로 읽힌다.
전솔비는 「바다라는 미디어: 다른 방식으로 듣기를 연습하는 동시대 미술」에서 바다를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라 매개적이고 관계적인 미디어로 바라본다. 그는 바다의 비가시적 소리와 움직임, 흐름을 감각적으로 포착하려는 동시대 미술의 시도를 통해 인간 중심의 인식 방식을 넘어서는 예술적 실천을 탐색한다. 이를 통해 예술이 세계와의 공존을 모색하고, 다른 존재들과의 새로운 감각적 소통 방식을 연습하는 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드러낸다.
현장-비평 「궐위(闕位)의 크리틱: 12·3에서 6·3까지의 협로 위에서」에서 윤인로는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의 한국 사회를 ‘궐위(闕位, interregnum)’의 시공간으로 비평한다. 국회 앞에서 군용차를 막아선 시민의 영상은 민주주의의 위기 속 ‘지금-이미지’로 제시되며, 벤야민과 디디-위베르만의 사유를 빌려 위기 속 정치적 각성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또한 세월호·이태원 참사를 겪은 세대의 감각이 민주주의를 몸으로 증명하는 힘이 되었음을 짚고, 생명과 안전이 정치의 최종 기준임을 강조한다.

▶ 돌봄, 성장, 도시, 젠더, 말: 문학과 비평으로 읽다
시에는 김형술, 김혜영, 송재학, 유선혜, 채수옥의 신작 시를 각 2편 수록하였다. 소설에 수록된 이정임의 「외롭고 고요한」은 병든 고양이와 아픈 아버지를 돌보는 ‘유진’의 하루하루를 따라가며, 가족 간의 책임과 거리, 그리고 관계의 회복 가능성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경제적 궁핍 속에서도 삶을 버티는 인물의 내면을 통해 돌봄과 생존의 의미를 묻고 있다.
조성백의 소설 「콘크리트 벽과 푸닥거리」는 ‘소리’와 ‘기억’이 교차하는 불안한 현실과 무의식을 탐색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혁은 새벽마다 원룸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정체 모를 ‘웅성거림’에 시달린다. ‘벽의 웅성거림’은 사고의 잔향이자 죄책감의 메아리로, 소설은 기억·죄의식·무의식의 경계를 허물며 현실과 악몽의 층위를 넘나든다.
서평에서 김건우는 「끊임없이 모색하는 좌표와 마지막 말: 『최인훈의 아시아』라는 보조선」에서 장문석의 『최인훈의 아시아』를 통해 최인훈 문학의 핵심을 ‘교차와 좌표’의 사유로 읽는다. 『광장』의 이명준을 중심으로 한 ‘꿈과 현실의 교차’는 ‘한반도–아시아’로 확장되며, 이는 식민과 냉전의 질서를 전도하는 탈식민적 상상력으로 이어진다. 김건우는 이를 통해 최인훈 문학이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 인식의 지점을 모색하는 사유의 여정임을 밝힌다.
김대성은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를 읽고, 소설 속 ‘곁이 없는 세상’을 응시한다. 이번 소설집은 팬데믹 이후의 고립과 단절 속에서 ‘곁 없음’을 그린다. 그는 김애란의 소설집이 새롭게 재편되는 세상 속에서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지를 가리키고 있다고 말하며 동시에 ‘곁’이 마모되고 있는 중에도, 여전히 타인에게 닿으려는 인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도로 읽는다.
장영은은 『작업장의 페미니즘』(이현경)을 읽으며 남초 현장에서 노동운동가로 살아온 한 여성의 변화 과정을 조명한다. 이현경은 오랜 기간 여성성을 지우고 ‘명예 남성’으로 살아왔으나, 미투 운동 이후 페미니즘을 학습하며 노동조합 내 젠더 불평등과 구조적 차별을 비판하는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나아갔다. 장영은은 이현경의 작업을 여성 노동자가 자기 경험을 이론으로 세우는 ‘자기이론’의 실천으로 평가하며, 여성 노동자 페미니즘이 노동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고 진단한다.
저자

문학/사상편집위원회

저자:문학/사상편집위원회

김형술
경남진해출생.1992년《현대문학》등단.시집『사이키,사이키델릭』외다수,산문집『구름속의도서관』외다수.

김혜영
1997년에《현대시》로등단하여,시인과평론가로서활동을하고있다.시집은『거울은천개의귀를연다』,『프로이트를읽는오전』,『다정한사물들』을출간했고,평론집은『메두사의거울』,『분열된주체와무의식』이있다.문예지와신문에쓴칼럼등을모은산문집인『아나키스트의애인』,『천사를만나는비밀』이있다.

송재학
1955년경북영천출생.경북대학교졸업.1986년계간《세계의문학》을통해등단했으며,시집으로는『얼음시집』,『살레시오네집』,『푸른빛과싸우다』,『그가내얼굴을만지네』,『기억들』,『진흙얼굴』,『내간체를얻다』,『날짜들』,『검은색』,『슬프다풀끗혜이슬』,『아침이부탁했다,결혼식을』,『습이거나스페인』등이있다.

유선혜
1998년서울출생.서울대학교에서철학을전공했다.2022년《현대문학》시부문신인추천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사랑과멸종을바꿔읽어보십시오』가있다.

채수옥
2002년《실천문학》등단.시집『오렌지는슬픔이아니고』,『덮어놓고웃었다』외.

구모룡
문학평론가.한국해양대동아시아학과교수.『제유의시학』,『근대문학속의동아시아』,『폐허의푸른빛』등의저서가있음.

전솔비
서교인문사회연구실회원.시각문화를연구하며전시와책을기획한다.한국사회의소수자운동역사속에서예술과노동,활동의절합이만들어낸실천성과모순에대해연구하고있다.

이정임
2007년《부산일보》신춘문예소설부문에「옷들이꾸는꿈」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도망자의마을』,『손잡고허밍』.산문집『산타가쉬는집』이있다.부산소설문학상,부산작가상,이주홍문학상을수상했다.

조성백
2024부산일보신춘문예.「되감기」「목적지는파이썬」「점과선」발표.울산에서작은카페를운영하며글을씁니다.

윤인로
비평가.『신정-정치』『묵시적/정치적단편들』을지었고,『로마가톨릭교와정치적형식』『국가와종교』『이단은어떻게정통에맞서왔는가:주술제의적정통성비판』『트랜스크리틱:칸트와마르크스』등10여권의책을번역했다.

김건우
독일빌레펠트대학교사회학과박사과정에서니클라스루만의사회학이론과독일의국가사회학을연구하고있다.《교수신문》,《대학지성》의독일통신원이었고,니클라스루만의『근대의관찰들』(2021),『아르키메데스와우리』(2022),『체계내권력』(근간),『구성으로서인식』(근간)을번역했고,그외몇편의논문들을썼다.

김대성
비평가.비평집『무한한하나』(2016)와『대피소의문학』(2019)을펴냈으며1인출판사‘곳간’을꾸린다.『문학/사상』편집위원으로활동한다.

장영은
여성문학연구자,성균관대동아시아학과초빙교수.저서로『변신하는여자들-한국근대여성지식인의자기서사』(2022),『글쓰는여자들의특별한친구』(2023)등이있음.문집『구름속의도서관』외다수.

목차

『문학/사상』12호를내며

∑시
밤은천개의눈을갖고있다/밤은천개의혀를갖고있다
김형술시인

빛의혁명/전등사가는길
김혜영시인

녹슨모자/사람
송재학시인

없는것들의목록/나방인간
유선혜시인

요양보호사/정자혹은정자
채수옥시인

∏비판-비평
바다를감각하고사유하는방법
구모룡문학평론가

바다라는미디어:다른방식으로듣기를연습하는동시대미술
전솔비시각문화연구자

∮소설
외롭고고요한
이정임소설가

콘크리트벽과푸닥거리
조성백소설가

Ⅹ현장-비평
궐위(闕位)의크리틱:12·3에서6·3까지의협로위에서
윤인로『신정-정치』저자

∞쟁점-서평
끝없이모색하는좌표와마지막말:『최인훈의아시아』라는보조선
『최인훈의아시아』,장문석
김건우사회학연구자

곁에
『안녕이라그랬어』,김애란
김대성문학평론가

명예남성에서페미니스트로
『작업장의페미니즘』,이현경
장영은여성문학연구자

출판사 서평

돌봄,성장,도시,젠더,말:문학과비평으로읽다

시에는김형술,김혜영,송재학,유선혜,채수옥의신작시를각2편수록하였다.소설에수록된이정임의「외롭고고요한」은병든고양이와아픈아버지를돌보는‘유진’의하루하루를따라가며,가족간의책임과거리,그리고관계의회복가능성을섬세하게그려낸다.경제적궁핍속에서도삶을버티는인물의내면을통해돌봄과생존의의미를묻고있다.조성백의소설「콘크리트벽과푸닥거리」는‘소리’와‘기억’이교차하는불안한현실과무의식을탐색하는소설이다.주인공혁은새벽마다원룸벽너머에서들려오는정체모를‘웅성거림’에시달린다.‘벽의웅성거림’은사고의잔향이자죄책감의메아리로,소설은기억·죄의식·무의식의경계를허물며현실과악몽의층위를넘나든다.

서평에서김건우는「끊임없이모색하는좌표와마지막말:『최인훈의아시아』라는보조선」에서장문석의『최인훈의아시아』를통해최인훈문학의핵심을‘교차와좌표’의사유로읽는다.『광장』의이명준을중심으로한‘꿈과현실의교차’는‘한반도-아시아’로확장되며,이는식민과냉전의질서를전도하는탈식민적상상력으로이어진다.김건우는이를통해최인훈문학이끊임없이새로운세계인식의지점을모색하는사유의여정임을밝힌다.김대성은김애란의『안녕이라그랬어』를읽고,소설속‘곁이없는세상’을응시한다.이번소설집은팬데믹이후의고립과단절속에서‘곁없음’을그린다.그는김애란의소설집이새롭게재편되는세상속에서무엇이사라지고있는지를가리키고있다고말하며동시에‘곁’이마모되고있는중에도,여전히타인에게닿으려는인간의가능성을탐색하는시도로읽는다.

장영은은『작업장의페미니즘』(이현경)을읽으며남초현장에서노동운동가로살아온한여성의변화과정을조명한다.이현경은오랜기간여성성을지우고‘명예남성’으로살아왔으나,미투운동이후페미니즘을학습하며노동조합내젠더불평등과구조적차별을비판하는연구자이자실천가로나아갔다.장영은은이현경의작업을여성노동자가자기경험을이론으로세우는‘자기이론’의실천으로평가하며,여성노동자페미니즘이노동운동의새로운가능성을연다고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