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파도로 깎은 시 (신명자 시)

거제, 파도로 깎은 시 (신명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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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거제 사람의 삶과 곡절을 품어 안은 장소시
2024년 『장소시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학 활동을 시작한 신명자 시인이 첫 시집을 출간한다. 신명자 시인의 첫 시집 『거제, 파도로 깎은 시』에는 시인의 고향인 경남 거제를 무대로 써 내려간 96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우리 땅에서 제주 다음으로 큰 섬 거제를 고향으로 둔 시인은 거제의 풍속과 거제 사람이 겪은 갖가지 사연, 거제가 품어 안은 삶의 곡절을 시에 담았다.
그간 거제 지역의 자연과 삶을 깊이 담아낸 시는 드물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신명자 시인은 고향인 거제 남부면 다포항의 삶과 풍속, 거제 사람이 겪은 다양한 사연을 본격적으로 담아내며 거제 장소시의 새로운 출발점을 마련한다. 일흔둘에 펴낸 첫 시집 『거제, 파도로 깎은 시』는 거제의 자연과 역사, 삶의 기쁨과 고난을 깊이 있게 기록하고 있다.
저자

신명자

저자:신명자
1953년경남거제출생.2024년『장소시학』신인상을받아문학사회에나섰다.경남시인회회원.chim6808@gmail.com

목차

시인의말하나

제1부
낮달|할머니는박보살|벚꽃피면|낮잠|수채화|작은할메|아버지와바다|거미줄|
대장나무둘째가지|아버지의봄|무명용사|진을수여사|보리방아찧는날|계묘년|공양|빨래|서귀포에서|달구싯개비|곱다이고개|상현달

제2부
뿔|새피영감|누리|멸치|갈곶리|빽|아들과딸|달리기|무시와고메|통장님|분재|빨대|통영댁|젖소부인토끼부인|구망|선이할메|박산할메|문목수|어머니의자장가|봄날|한우산|뱃고동|장닭

제3부
아미동|코스모스피는길|홍역|선물|당산역|율리우스|노란민들레|스위스별들|말금이|부스럼|입원|그할머니|양촌온천|벽화|감자에싹이|갓|반딧불

제4부
동백꽃|아오자이|이화|홍이엄마|포구나무집|루비반지|몽돌|아침에눈뜨니|
이혼서약서|염밭|다듬이소리|갈비탕|기차를기다리며|전설의고향|다포항|
벌초길|전쟁놀이|제비|호박

제5부
꽃|냉이|구절산|가을|보물가방|삼재일|은어|서대장|어시장|삼복|층간소음|깡통|파업|누수|겨울의길목|69새|그날

해설:신명자의거제장소시와낙관주의의아름다움_박태일

산지니
편집강나래
부산시해운대구수영강변대로140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626호
전화051-504-7070∥팩스051-507-7543
revekkawings21@daum.net∥http://www.sanzinibook.com∥http://sanzinibook.tistory.com

출판사 서평

연륜이담은지역의가치와장소경험
신명자시인의시는시간적으로1950년전후에서부터오늘날에이른다.공간적으로는거제를중심으로잠시머물렀던통영과부산을건너마산,창원,고성으로넓혀나간다.그의시는연륜에걸맞게넓고도깊은정서를보여준다.

저구만데이를사람들은도토지재/할머니는도톨구지재도톨구지재하셨다/그곳에올라서서동쪽바라보면다포/등뒤엔면소재지저구/뜨는해도지는해도붉었다/(줄임)/어느날아버지같은남편과아이셋데리고/도토지재나타난여자/소나무쉼터위얼기설기집지어술밥집차리니/뽀얀살결인물받쳐줘/들고나는사람들붙여준이름/곱다이,곱다이//어른들도곱다이고개/아이들도곱다이고개.(「곱다이고개」중)

「곱다이고개」는다포에서학동으로가는길노자산아래에지금은흔적없이사라진내외가사는집을그렸다.“산꼭대기해걸리자마자/줄줄이아이들골라눕히기바쁜”내외를윗동네사람들이놀리는모습에서그들이일군삶과노자산아랫마을의원경을웃음과함께독자들에게선물한다.또“대마도에서건너오는중이었을까/건너가는중이었을까”(「누리」)라며거제에서오랜세월이어진독특한어업으로알려진멸치잡이를떠올리며거제바다를온몸으로겪은이의시선을보여준다.

추억으로전하는낙관주의전망과웃음의힘
시인은구체적이고꼼꼼한경험재구성과표현으로추억을생생하게회고한다.때문에단순히거제풍경시와는다르다.그의거제장소시가소박한장소경험을뛰어넘은넉넉한울림을안겨주는까닭이여기에있다.

가라산아래관음사법당/어머니영정앞에엎드려금강경펼치는데/대웅전앞키큰소나무가지에/두까마귀울음주고받는다//해거름이면장수묏가에서도/우리집빈마당내려다보며울어주던낯익은소리/그시간기우뚱다리가다리를밀고/마당을들어섰을어머니/경로당오가며먹이챙겨주었다고/극락왕생빌어주는걸까/나보다어머니안부더챙겨주던울음소리.(「삼재일」중)

시인은어머니삼재일에법당밖에서울어주는까마귀를두고자신보다“어머니안부더챙겨”주는“울음소리”라고표현한다.이는신명자시를단순한특정지역거제의장소경험이나풍속재현에머물지않는새로운시선을보여준다.
신명자시인은거제의산과바다,사람들의삶을따뜻한시선으로담아내며개인의기억을공동의지역자산으로되돌려놓는새로운장소시의지평을열었다.그의시는거제의과거와오늘,삶의사연과상징을깊이있게재창조하며지역문학을되살린다.금성산성의싸움돌처럼단단한울림을지닌그의문학은거제를시로울려퍼지게하는아름다운변화의신호이며,독자에게거제지역의시간과풍경을오래도록감상하는시간을마련한다.

추천사

신명자시는근대100년,거제가쏘아올린첫본격장소시다.시간으로는1950년대전후부터오늘에이르기까지,공간으로는노자산과가라산이내려다보는다포항을중심으로,거제전역과그너머로물메아리치듯웅숭깊은장소상상력을펼친다.거제의산과바다,사람들이겪은갖가지사연이회고서정을뛰어넘는구체적인장소경험과지역가치로역동하는자리다.그것을슬픔,고통조차웃음으로돌려세우는신명자특유의낙관주의전망과현실긍정의목소리가뒷받침한다.거제는신명자를낳았으나신명자로말미암아거제가거듭나는아름답고도놀라운연금술을얻은셈이다.세상을바꾸지는못할지라도도탑게가꾸는길에서시는무엇에도밀리지않는다.그러한참을거제의딸,늦깎이시인신명자가넉넉하게증명한다.
_박태일(시인·경남대명예교수)

책속에서

여차너머항개백씨,갈곶리양씨,
다포우리아부지아들낳기달리기
다섯째막내딸고추밭에터팔아남동생태어나니
아부지일찌감치결승점에깃대꽂으시고
백씨양씨계속달린다
백씨여섯번째딸낳으면양씨따라여섯번째딸
양씨일곱번째딸낳으면백씨따라일곱번째딸

숭어망재비양씨
숭어떼는맞추면서아들물때는못맞춰
여덟아홉번째도딸딸
백씨도뒤질세라아홉번째따라잡는데
드디어결승점에먼저도착한양씨
두손번쩍들어올리며
내아들불알이
하늘댕구만하요.
_「달리기」전문

어디서날아온민들레홀씨였을까
우리집담장에서내려다보면둥천건너
첫빨간양철지붕에뫼똥만한집
흘러내린담장너머손바닥만한마루끝엔
망부석처럼서있던지팡이하나

동네사람들은백살이넘었다고했고
할머니께나이를물으면
사람이백살넘으면나이가없다며손사레치셨다
명주실같이가는흰머리에뽀얀얼굴

선거날이면새벽같이면사무소지프차
할머니모시려오고포구나무가지처럼휜허리는
지팡이가모시고나왔다
할머이오늘은꼭한사람한테만꾸우욱찍으이소
이장님신신당부해도
이보시게인심이그리야박해서쓰시겠는가.
_「박산할메」전문

통영에서왔다갔다뒤목넘어장막주인은
사철머리가하얗다
봄부터여름까지몽돌밭미수리에널린멸치도하얗게빛났다
그해는어장막에도흉년들어탄식하듯아내에게흘린
어엽다종철네야보리죽도못먹겠다

한번태어난말은죽는일없어
이집저집건너뛰다가넘어져
어엽다동철네야보리죽도못먹겠다
새벽우물가말퍼나르기선수동철이각시도
어엽다동철네야노래부르고다녔다

아침밥굶은사람도
보리죽먹은사람도
품앗이하듯
어엽다동철네야보리죽도못먹겠다.
_「새피영감」전문